리뷰[Review]/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Wicker Park, 2004) 리뷰

시북(허지수) 2016. 7. 21. 02:14

 

 남녀간의 깊은 사랑에 관한 영화지만, 어쩐지 슬픔도 묻어 있는 작품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입니다. 이 작품 역시 지인 J양 베스트 영화 목록에 있어서 이번에 보게 되었는데, 저는 제가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여러가지 추억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은사님과 김밥 한 줄 들고, 산에 오르며 담소를 나누던 추억, 씨앗호떡을 나눠먹으며 스페인풍의 상점가를 거닐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와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시며, 또 함께 운동을 한다며, 산을 오르 내리던 추억, 그 때는 몰랐는데 참 행복했던 시간들입니다. 이제는 멀어진 사이. 내가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그런 후회도 최근에 많이 했습니다. 그 외에도, 첫눈에 반했었던 다정한 사람과의 기뻤던 시간도 잊을 수 없습니다. 미소로 사람을 맞이하는 것, 반갑게 사람을 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거 같습니다. 주인공 매튜와 리사는 둘도 없는 천생연분이었지만, 2년 전, 완전히 엇갈리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았지요. 이 넓은 세계에서 재회는 가능할 것인가!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영화는 2년전 사랑을 잊지 못했던 매튜가, 스치듯 리사를 지나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매튜에게는 약혼자도 있고, 바쁜 일정에 좇겨서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말없이 떠났던 그 여인 리사를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잊지 못했던 거죠. 좋은 사람은 꼭 이런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을 알게 되어서, 기뻤노라고, 행복했노라고, 인생이 아름다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진작가 매튜가, 방안 가득히 장식해 놓았던 리사의 사진들... 행복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게 오히려 참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그런데 이 영화는 두 주인공 사이의 사랑이, 주제의 전부만이 아닙니다. 바로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누군가가 당신을 짝사랑하고 있었음을 진지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녀가 바로 알렉스 입니다. 알렉스는 일찍이 매튜를 보고 반해, 매튜를 빼앗아 오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매튜와 리사를 갈라놓기 까지 하지요. 리사가 남긴,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음성메시지를 하나씩 삭제해 버리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소름돋게 합니다.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겠지요.

 

 1. 알렉스는 정말로 미친듯이 매튜를 사랑하는구나. 2. 알렉스는 정말로 나쁘고, 못된 여자구나! 저는 리뷰를 과감히 써보는 입장에서 감히 1번의 입장을 선택하겠습니다. 알렉스의 광적인 맹렬한 사랑은, 질투로 인해 인간적인 눈을 멀게 했고, 어떻게든 리사의 남자, 매튜를 빼앗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남자를 사랑한다고 해서 잘못된 행동들이 용서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매튜-리사 커플은 어떤 어려움도 그들의 만남을 막을 수 없었다는 영화적인 시선이 재밌었습니다. 이를테면, 작은 손수건 하나를 발견하고선, 매튜를 떠올리는 리사의 번뜩이는 직감, 또한 알렉스의 발사이즈를 재보면서 8 1/2가 아님을 알아차리고, 진짜 리사가 가까이에 있음을 확신하는 매튜의 절실함, 이런 장면들이 우리를 그들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의 세계로 초대하게 만듭니다. 몸은 기억하고 있다는 것, 작은 부분들까지도 어쩌면, 애정의 대상이라는 것.

 

 즉! 진짜로 좋아했던 사이라면, 서로 쉽게 잊힐리가 없잖아 입니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이별다운 이별도 없었으니까요. 영화 막바지 두 사람은 영화 원제목이기도 한, 공원까지 급히 찾아가지만 역시 이루어지지 않는가 싶더니, 마지막에는 멋진 음악과 함께, 공항에서 아름답게 재회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마주보기만 하는데, 그 장면만으로도 가슴이 다시 두근두근 하는게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제발 엇갈려서, 여러 사람 슬프게 하지 말기를!

 

 리뷰를 마칩니다. 사실은 사랑이라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식기 마련이라서, 두근거림도 사라지고, 안정감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지요. 그래서 저는 연인을, 베스트 프렌드, 소울 메이트로 표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반쪽 이라는 의미니까요. 그런 사람을 세상에서 다시 찾았을 때의 기쁨, 정말로 잃어버렸다고 생각해서 낙심했던 꿈을, 다시 이루게 되었을 때의 황홀감, 그 기분을 영화를 통해서 누릴 수 있어서 매우 인상적인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삶을, 매순간을, 사랑하면서 살기를. 기적 같은 일들도 어쩌면 이루어 지는지도 모릅니다. 끝으로, 사랑에 실패했던 알렉스의 슬픔도, 이제는 위로를 얻어서, 다시 또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녀가 그렇게 반성해보는 순간 또 다른 가능성의 문도 열리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나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주고 있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기! 오늘도 시간을 알차게! / 2016. 07. 2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