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화 히트 (Heat, 1995) 리뷰

시북(허지수) 2016. 7. 24. 02:57

 

 우연히 케이블TV에서 오래된 명작 영화를 방영 해줄 때는 기분이 저절로 즐겁습니다. 90년대 걸작 액션 영화 히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카리스마 있는 연기가 일품인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가 나온다고 합니다. 한 쪽은 강력계 수사 반장이고, 한 쪽은 프로 범죄자 입니다. 서로가 완전히 반대편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이지만, 이 영화는 두 사람을 직접적으로 만나게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공유하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라는 점인데요.

 

 불완전함. 그런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알 파치노가 열연한, 빈센트 반장은 결혼 생활이 이번이 3번째 인데다가 거의 뭐, 강력계 일과 결혼한 상황에 가까웠습니다. 집에 돌아가도 반겨주는 사람이 딱히 없다는 슬픔이 느껴집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열연한, 닐의 경우 아예 정을 주지 않을 것을 신조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 한 편을 공허함으로 비운채 로스앤젤레스 밤거리를 무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외로운 남자들의 이야기로 읽히기도 합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이 작품에서 꽤 유명한 것은 굉장한 총격전 장면입니다. 총성이 굉장히 잘 살아있고, 총격전이 여러 차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총으로 인해서 죽는 사람도 많고, 중상을 입는 사람도 많고요. 이런 영화지만, 마음이 심란하거나, 고민이 많을 때 보면 괜찮은 작품으로 추천하는 분도 있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마음 속의 바람이 무엇인지 묻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닐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뉴질랜드로 떠나는 것을 목표로 세운 후, 저돌적으로 행동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사람은 끝까지 찾아가서 총으로 복수를 해나갑니다.

 

 한편, 빈센트 반장의 목표는, 이 친구 닐을 현장에서 잡아서, 도시의 평화를 수호해 나가는 것입니다. 닐이 매우 영리한 지능범인 것을 알자, 빈센트는 더욱 열을 올립니다. 도청을 시도하고, 헬기를 타면서,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등 혼신의 힘을 쏟아붓지요. 목표를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해나가는지, 감탄이 나올 수준입니다. 한 손에 총을 들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빈센트의 발은, 참 부지런합니다. 도시의 평화는 이렇게 지켜지는가 봅니다 :)

 

 거물 닐이 결국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하기 위해서, 마지막 한 탕을 설계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동료들을 모아놓고서 어떻게 할지 의견을 들어보기 때문입니다. 떠날 친구는 이번에 끼지 말고 떠나도 좋다는 것입니다. 이 대규모 은행털이 범죄를 위해서, 닐은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 한 녀석을 포섭하는데, 이 장면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이것은 이런 대사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매일 (임금 착취 당하며) 최저임금만 벌래? 크게 한 탕 해서 사랑하면서 살래? 결국 이 흑인 친구는 운전실력을 인정받아 닐 조직을 따라나섭니다. 뭐, 뒤는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큰 것 한 방에 대한 묵직한 제안이 인상적이었네요.

 

 생각해보면, 빈센트와 닐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의 일에 대하여, 베테랑이라는 경험이 그렇고요, 둘은 모두 자존심이 강한 인물입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일처리를 해나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커피를 한 잔 나누면서, 여기서 손을 떼지 않으면 당신을 죽일 수 밖에 없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총 없이도 흐르고 있는 신기한 장면이지요.

 

 영화 마지막 닐의 선택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해외 리뷰어들의 글들을 많이 참고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남자의 본질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닐은 배신자를 그대로 놔둔 채, 어서 공항으로 여인과 함께 달려가, 뉴질랜드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이것은 자신의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뻔히 덫이 있었음을 간파하면서까지, 배신자를 처단하러 나갑니다. 여인에게는 시동을 끄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해놓고선 말이지요. 결국 이 결단으로 인해, 닐은, 빈센트 즉 경찰 조직에 쫓겨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참 재밌고, 마음에 남는 것이 있을만한 3시간 짜리 영화니까요. 마지막에 빈센트의 의붓딸이 자살시도를 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마음을 담아서 잘해주지 못하니까, 제대로 커나가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런 딸을 놔두고서, 또 다시 일하는 현장 앞에 서야 하는 수사 반장의 현장감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부인은 우리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묻지만, 빈센트는 결국 자신은 범죄현장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냉철하게 답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남자의 이야기로 불릴만 합니다.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령, 30초 안에 버릴 수 있는 것만을 곁에 둔다는 닐 역시 외로움을 진하게 느낀다는 점에서, 사람은 결국 함께 라는 단어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곳을 더 넘어서, 남자는 자신이 추구해왔던 신념을 쫓아가기 위해서, 때로는 그 길을 고독하게 걸어가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나는 그런 길이 있었는가? 있었다면 얼마나 걸어가 봤는가? 를 묻게 됩니다. 더 열심히, 더 멀리 걷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본디 외로운 것, 그것이 인생임을 납득하며 살아봐야 겠습니다. / 2016. 07. 2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