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28일 후... (28 Days Later..., 2002) 리뷰

시북(허지수) 2016. 7. 26. 23:34

 

 처음부터 좀비는 없었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연구의지가 우연히도 분노한 침팬지를 만들어 냈고, 또한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든 내세우는 사람들이 마침내 좀비의 시초를 만들어 냅니다. 그렇게 영화 28일 후는 사람에 의한 좀비 탄생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 번 퍼쳐버린 바이러스는 매우 급속도로 확산되어, 영국 도심가를 일순간에 침묵에 빠뜨립니다. 런던이 정적에 빠져 있는 초반의 장면들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즉 평소와 다르게 사람이 활기차게 다니지 않는 곳이란 매우 어색한 공간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좀비들은 대단히 빠르고, 분노에 가득차 있습니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는 것이 특색이라 하겠네요. 사람을 발견하면 해치려고 덤벼드는데, 아휴 깜짝 놀랄 수준입니다. 한편, 이 점도 인상적인데 이 작품은 단순히 좀비 영화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중에 군인들의 세계가 꼬집듯이 펼쳐지는데, 그들처럼 못난 인간상도 있고, 주인공들 처럼 훌륭한 인간상도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주인공 짐은, 28일 후, 병원에서 깨어난 후, 런던을 배회하게 됩니다. 아군이라 할 수 있고, 살아남은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셀레나, 프랭크, 한나를 만납니다. 이로써 든든한 4명이 함께 움직이게 되죠. 이들은 가족같기도 하고, 함께 주인없는 가게를 털고, 밤에 서로를 격려하며 잠을 청하는 등 꽤 아름다운 여행 동지가 됩니다. 런던에 있어봐야 더 이상 답이 없음을 알고, 과감히 라디오 방송이 나오는 맨체스터로 향합니다.

 

 맨체스터에서 만난 것은 군인 일행들, 그런데 문제는 이 군인들이 썩 좋은 집단이 아니라는 것이 이 영화의 특이한 점입니다. 군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좀비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이고 해치우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할 수 없이 나이 어린 좀비가 보일지라도 총을 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합니다. 딱 거기까지가 정당화 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 생각합니다. 그 후, 이 군인들은 여성인 셀레나와 한나를 범하려 합니다. 변명은 기가 찹니다. 여자가 있어야 하며, 그렇게 영국을 재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다르게 말해, 극한의 상황에서 여성을 성노예로 삼겠다는 말과 비슷한 말입니다. 그래서 드레스를 입혀주고, 여성을 특별히 대우합니다. 아휴, 끔찍한 풍경입니다.

 

 주인공 짐은요? 당연히 찬밥 신세였는데, 조금 더 있으니까, 아예 없는 게 낫겠다 싶었는지, 어디론가 끌고가서 조용히 없애려고 합니다. 이쯤되면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게, 몸은 멀쩡하지만, 이기심에 눈 먼 인간의 흉악한 마음이라 하겠습니다. 소령의 의견에 반대되는 세력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반역으로 제거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황당하고, 무서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렇게 희생되는 한 하사관은 이렇게 절규합니다. "주님이 너희를 벌하실꺼야!"

 

 짐은 (아마도 주인공 이라서 그렇겠지만) 죽음의 위기에서 재빠른 행동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지며, 이번에는 군인들 틈바구니에 있는 두 사람, 셀레나와 한나를 꺼내오려고 부지런히 노력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아예 좀비 군인 한 명을 풀어줘버리는 기발한 계획을 시행하는데요. 그러므로 짐이 봤을 때, 이 곳 맨체스터의 군인 집단은 좀비만도 못한,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조직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해외의 인상적인 평가를 살펴보면, 중반부 부터 들어서는 군조직 이야기, 그리고 거기서 최종적으로 아주 강하게 살아남는 주인공이 마치 판타지 영화 같았다 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데, 호러 게임의 주인공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호러 가득한 저택에서 기발한 방법을 동원해, 여성들을 살려내는 모습이 멋있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고요, 좀비들이 결국 군인들만 해치니까, 무섭다기 보다는 마치 꼭 천벌을 받는구나 같은 권선징악의 느낌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은 쾌적한 마무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함께 비행기를 기다리며, 구원을 얻는다는 내용이니까요. 잠시 언급된대로, 영국의 섬 전체만 격리가 되었을 뿐, 다른 지역에는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라는 의견이 사실일 수도 있음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호흡이 잘 맞던 짐과 셀레나가 이후에 한나를 데리고 함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동화적 마무리 입니다.

 

 사람다움은 무엇에서 나오나요? 그것은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는데서 있습니다. 그것을 아름다운 천국의 한 장면이라고 부를만 합니다. 그러면 지옥은 어떻습니까, 강자가 약자를 함부로 대하며, 해치는데 있습니다. 인간은 그 자신의 의지로 천국을 만들 수도, 지옥을 만들 수도 있음을 똑똑히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노력해서 선한 편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 2016. 07. 26.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