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Star Trek Beyond, 2016) 리뷰

시북(허지수) 2016. 8. 21. 23:28

 

 스타트렉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스타트렉 비욘드 개봉소식에 가슴 설렘이 있었습니다. 친한 친구를 설득해서 팝콘과 함께 영화를 즐겨보자고 말합니다. 호감형의 지구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적과 싸워나간다는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입니다. 친구는 커크 함장을, 저는 스팍을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영화가 끝나고서는 의견일치를 신나게 했습니다. 재밌는 우주 여행이었어! 악역 크롤처럼 되진 않아야 겠지? 변화를 거부하고, 나홀로의 세계에 갇힌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야! 앗, 그런데 왠지 뜨끔합니다. 저도 실은 나홀로 리뷰어에 가깝기 때문이죠!

 

 저는 고집쟁이 리뷰어 입니다. 사진 좀 많이 담으라는 친구의 조언을 묵살하고, 묵묵히 글로만 도배해서 사람들을 부담스럽게 합니다. 게다가 실은, 좋아요 혹은 공감도 잘 받지 못합니다 :) 이번에 읽었던 유시민 작가님 글에서 그나마 조금 도움을 받았는데, 영화 리뷰 쓸 때 객관적인 정보라도 많이 담아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먼저 해외 IMDB의 평가 점수 가져옵니다. 7.5점 비교적 무난하고 괜찮습니다. 평론가들도 7점대 점수를 주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저는 팬심으로 참 좋았습니다. 뭐가 좋았냐고 물으신다면!? 자, 이제 스토리 위주로 본편 시작 합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우주 영화 치고는, 시작부터 아군들의 처지가 매우 처참합니다. 멀리 우주로 여행을 왔는데, 여기서 치명적인 공격을 당하거든요. 멋있기만 한, 장엄한 엔터프라이즈호가 산산히 박살나 버립니다. 커크 함장님도, 스팍도, 스코티도, 술루도,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고 맙니다. 다시 말해, 이래서야 원 가망성이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심하게 박살내놓고서도, 과연 아군이 이겨내고, 뒷수습이 될까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과연 지구의 최정예군, 쉽게 주눅들지 않습니다. 위협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방법은 찾으면 된다는 것! 이런 강인한 전개로 밀어붙인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한심하게 눈물 흘리고 있지 않아요. 뭐라도 찾아보자, 아이디어를 띄워봅니다!

 

 각자가 할 줄 아는 게 있어서 그 능력들이 쏠쏠하게 발휘됩니다. 예컨대 스코티는 불시착한 과거의 우주선을 손보며 이 위기를 극복할 중요한 키를 선점합니다. 의사 본즈와, 스팍의 콤비는 환상적입니다. 아파도 계속 움직입니다. 죽음의 위기임이 분명한데도, 두 사람은 힘을 합칠 줄 압니다. 작은 장면들이 꽤 감동을 줍니다. 그렇게 이들은 이 미지의 행성에서 비록 엔터프라이즈 호도 완전히 박살나있지만, 힘을 합치게 되고, 서로 만나는 데 성공합니다. 정예 에이스가 이렇게 살아남아 만났으니 다른 대원들을 구하는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자, 드디어 반격의 때입니다!

 

 부아아앙! 박력 넘치는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커크 함장이 적진으로 질주하며 뛰어들어갑니다. 본즈와 스팍은 바쁘게도 대원들을 전송시켜 나갑니다. 서로를 끝까지 믿는 모습이 잔잔합니다. 리더답게 끝까지 남아서 총으로 상대방을 견제하던 커크 함장님은 마지막 대원까지 확실히 손을 잡아 구해내면서 전송에 성공! 이제 새로운 비행선을 얻어서, 술루가 시동을 겁니다. 수직으로 추락해 나가다가, 다시 급상승 해나가는 장면에 가득한 희망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감동입니다. 뭉쳐 있는 것이, 이토록 좋은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짠하고 스쳐지나갑니다. 극중 커크 함장님의 표현을 가져오면 이렇습니다. "우주 여행을 하지 않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렇게 커크 함장님은 중장 진급을 뒤로 한채, 함장의 자리를 계속 탐내고(?) 있습니다. 멋쟁이! 그리고 욕심쟁이 명함장!

 

 위험한 일을 자청하는 스팍과 본즈의 콤비네이션도 이번 작품의 쏠쏠한 재미입니다. 악역 크롤을 쫓아서 수없이 많은 적진의 비행선들 안으로 과감히 전송해 들어가는데 그 벅찬 용감함이 참 인상적입니다. 망설이는 눈빛이라고는 전혀 없습니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하지 않겠어? 라는 든든한 리더십이 눈부십니다. 본즈는 녹색피 흘리는 스팍 너 때문에 내가 못 산다고 투덜거리지만, 정작 매우 열심히 조종도 해나갑니다.

 

 이제 영화 후반부, 크롤은 잔혹한 무기를 손에 넣어서, 기고만장해 있지만, 혼자서 일개 함대를 조종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그래서 이 영민한 우리네 아군들은 라디오의 멋진 음악들로 혼란을 주기로 결정합니다. (저는 여기서 추억의 일본 만화영화 마크로스가 문득 생각났지만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과격하게 파이어!) 쿠콰쾅! 연쇄적으로 적의 대열이 완전히 망가지고, 크롤은 간신히 아름다운 연합 행성에 살아남았습니다.

 

 크롤은 할 말이 많은 적이었네요. 자신은 때로는 존경도 받았고, 열심히 활동했었지만, 버림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오래 살고, 강하게 살기를 선택했다는 것. 동료 대신에 자신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커크 함장님의 상대는 되지 않아요! 커크 함장님은 멋진 격투 솜씨를 발휘해 노장 크롤을 완전히 제압해 버립니다. 마지막 순간에는, 크롤이 자신의 욕심이 지나쳐, 그대로 덫에 걸리며 전사해 가는 모습은 참 걸작다운 마무리 였습니다. 마무리로 커크 함장님을 번개처럼 구해주는 스팍과 본즈의 재빠름, 그리하여 마지막에 함께 생일 파티를 여는 모습까지, 한 폭의 대역전 만루홈런 경기를 보았습니다. 0-9 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지니, 팀이 서로를 의지해가면서, 세계를 바꿔나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볼 수 있습니다.

 

 리뷰를 마치며, 미와 추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나이를 먹으며 추한 모습에 가까워 질 수 있습니다. 나만 잘살면 그만이지, 남을 짓밟을 수도 있지, 악역 크롤은 얼마든지 우리 마음 속에서 자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름다운 모습은 무엇일까요.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쳐지나가지만 커크 함장님은 이번에 새롭게 동료가 된 외계 종족에게 엔터프라이즈 호의 대원이 될 기회를 줍니다. 너도 우리와 함께 하지 않겠니? 하면서 아껴주는 것입니다. 의사 본즈의 표현을 빌리자면, 섬세하게도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것입니다. 아! 나는 그런 세심한 감각이, 리더십이, 참 부족한 사람이었구나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열의있게 사랑하는 마음의 결여. 반성이 됩니다.

 

 SF 영화임에도, 인간적인 장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이 어디에 있을 때, 진짜 행복한 지를 생각해 보았던, 커크 함장님과 스팍! 우리에게도 그런 여유와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이런 또 빼곡한 장문의 리뷰. 이만 마칩니다. 평소와 조금은 달리 쓰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에, 단문 위주로 질러 써보았습니다. 세상을 위에서 내려다 볼 힘 보다는, 한 사람을 소중히 아낄 수 있는 다정한 마음, 그 인간적인 배려심을 잘 간직할 수 있기를... / 2016. 08. 2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