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2017) 리뷰

시북(허지수) 2017. 3. 29. 02:16

 

 뭐, 엠마 왓슨양이 좀 예쁘긴 하지만 처음부터 이 작품을 볼 계획은 없었습니다. 누구나 아는 내용인데! 그런데 백만, 2백만, 3백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는데다, 세계적으로도 큰 히트를 치고 있어서,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친구와 함께 극장을 찾았습니다. 이제는 동심에 때가 많이 묻어버렸는지 큰 감동은 사라진 듯 해서 조금은 슬펐습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미녀와 야수가 다정하게 춤을 출 때 인데요. 가슴 설레이기 보다는, 오히려 참 어울리는 한 쌍이구나 싶었습니다. 주인공의 시점이기 보다는, 관찰자 제 3자의 시점이 되어버렸지요. 사랑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거나, 연애세포가 다 죽어버렸거나... 이런이런. 반성으로 서론을 열었네요.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는 예쁜 아가씨 벨. 그런데 괴짜 소리 듣는 등 행동이 특이합니다. 책을 좋아하고, 잘 생긴 남자가 꽃다발로 유혹해도 싫다고 분명히 이야기 합니다. 꿈꾸는 아가씨 라고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을에서 벗어나서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을 꿈꾸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좋은 아버지를 두었습니다. 벨이 괴짜라고 놀림 받아도, 아버지는 괜찮다고 다독여줍니다. 오히려 앞서가고, 특별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희망을 주는 모습이 정겹고 다정합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평화롭던 어느 날, 사건은 발생합니다. 아버지가 실종되어 버렸거든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벨은 말을 타고, 아버지가 갇힌 성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야수를 만나지요. 이 성은 좀 특이하기도 합니다. 물건들이 말을 하는데, 더 놀라운 것은 벨양은 그다지 당황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네 범인과는 다르게 상상력이 담긴 다양한 책을 많이 봤나 봅니다. 아버지 대신, 성에 갇히기로 결단한 미녀 벨. 좋은 방을 안내 받아서 꽤 감탄하는 것도 잠시. 천을 이용해 탈출을 모의하는 등 행동 하나 하나에 적극성이 몸에 배어 있는 느낌입니다.

 

 만인이 알다시피! 야수는 미녀의 사랑을 받아야 저주 마법이 풀려서 왕자가 되는데요. 겁에 질린 벨양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서, 야수씨가 억지 미소를 연습하는 등, 행동이 귀엽습니다. 어쨌든 초면부터 두 사람이 잘 될리는 없겠죠. 어떤 드라마든지, 극적인 전개가 좀 있어줘야 상호간에 믿음도 생기고 하는 법. 호시탐탐 도주기회를 노리던 벨양이 말을 타고 마을로 도망가다가 치명적인 위기를 겪고 맙니다. 이불 밖... 아니 성 밖은 매우 위험하거든요. 이 때, 정말 왕자님처럼, 야수가 등장해서 늑대들을 몽땅 물리치는 위엄을 선보입니다. 짐승남 레벨 10점 만점 입니다.

 

 벨은 두 갈래길에 서 있습니다. 나를 구해준 쟤(?)를 버려두고, 마을로 총총히 돌아갈지, 아니면 그래도 생명의 은인인데 야수를 성까지 힘들게 데리고 갈지. 여기서 전체관람가 영화의 마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래요. 사람은 항상 은혜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끙끙, 야수 데리고 성까지. 그리고 이 때부터 야수가 멋져보이는 기적이 펼쳐집니다. 알고보니 야수는 성의 왕자요, 셰익스피어도 알고, 맞춤 유머를 구사하는 등 지적이며, 은근 장난기도 있습니다. 벨과 야수가 눈싸움하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그래, 알콩달콩 재밌게 잘 살아라~

 

 그러나 어느 밤, 벨은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마을에 혼자 남겨둔 아버지 입니다. 이번에는 야수의 선택을 볼 차례. 그는 벨을 자유롭게 풀어줍니다. 지금 마을 사람들 때문에 (정확히는 개스톤 나쁜 자식의 모함으로) 위기에 처한 아버지에게 달려가라고 이야기 해줍니다. 벨은 마을로 황급히 달려가 아버지를 겨우 구해냈지만, 이번에는 야수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개스톤의 선동으로, 야수를 없애자며 마을 사람들이 돌격 앞으로 달려가거든요.

 

 야수는 왕자다운 매너를 선보이며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고, 개스톤은 비매너를 일삼다가 자멸하는 멋진 광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야수는 죽음으로 향해가고, 성의 시간도 최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자 여기서 의문! 왜 벨은 이 때, 야수에게 사랑을 속삭이게 된 걸까요? 그와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첫눈에 운명이라고 느낀 것도 아니고, 아까까진 분명 솔직히 자신의 감정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었는데...

 

 벨 아가씨의 상세한 마음까지야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사라지는 것이 마음 아프고, 싫었던 것일 수 있겠지요. 이미 벨은 어머니도 병으로 잃었고요. 아직까지 이 남자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마음을 배려해주었던 그 한 사람(!)과의 관계는 충분히 소중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 "알고보면 참 좋은 사람" 한 명 만나기가 얼마나 귀중한지요. 그렇게, 아이 러브 유가 울려퍼지고, 야수는 인생역전에 성공합니다. 기적은 일어났네요.

 

 원래 이 작품의 훌륭한 교훈은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말 것 입니다. 그리고 덧붙여 책을 좀 가까이 할 것이 되겠지요. 마지막으로는 끝까지 희망을 포기해서도 안 될 것 입니다. 리뷰를 마치며 질문이 떠오릅니다. 너는 왜 그 사람이 좋아? 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저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어 라는 우문현답을 좋아합니다. 왕자와 미녀는 이제 함께 책을 읽으며, 실컷 공감대를 만들어 나갈테지요. 그것이야말로 참 멋진 인연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작은 행동 하나가 때로는 그 사람을 말해주듯, 우리도 배려와 독서의 아이콘이 되어보아요~

 

 이렇게 태어난 것도 운명인데,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해 의미있게 살아야죠. - 올로프 팔메 (스웨덴 수상) / 2017. 03. 2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