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MISSING, 2016) 리뷰

시북(허지수) 2017. 7. 12. 00:00

 

 쓰다보니 순서상으로는 2,000번째 글이 되었습니다. 이제 게이머로 복귀를 했으므로, 마음 같아서는 짜~안 하고 게임리뷰를 줄줄이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잡고 도전하는 작품들은 클리어까지 보통 1~2달씩 걸리는 작품들이라, 당분간은 예전처럼 영화 리뷰, 책 리뷰로 블로그를 채워야 겠습니다. (주 1회 이상 업데이트를 목표로 분발해야 겠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한국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저는 한국 배우 중에서는 특히 공효진을 좋아하는데, 스릴러 영화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줘서 참 신선했던 작품입니다.

 

 영화는 이혼 후에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워킹맘 지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겨우 구한 보모 한매가 있어서 그래도 다행입니다. 한매는 한국어에 도통 서툴고 중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 노동자지만, 아이를 돌보는 능력은 매우 탁월합니다. 특기는 다정한 노랫말로 아이를 잠재우기. 청소도 깔끔하게 하고, 지선을 챙겨주기도 잘 해서, 충분히 월급 만큼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보모 한매가 딸 다은이를 데리고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미씽의 출발입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영화는 사회적인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지선이 경찰서에 찾아가는데 곧바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합니다. 현재 양육권을 놓고 전 남편과 갈등 중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면 양육권 분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됨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지선은 스스로의 힘으로 다은이를 찾아보려고 힘겹게 정보를 모으고, 최선을 다하고, 지옥과 같은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귀중하게 얻은 정보를 모아보니, 한매라는 이름도 가짜고, 외국인 등록증 역시 가짜 였습니다. 지선은 너무 급한 나머지 한매를 그냥 믿고 딸을 맡겼는데, 정말 엄청난 뒤통수를 맞은 거예요.

 

 해결해 주는 남자 현익이라는 자가 등장하면서, 영화 미씽은 마침내 해결의 돌파구를 열어가기 시작합니다. 현익은 한매가 원래 일했던 업소를 소개시켜 줍니다. 업소에서 돈을 벌어야 했을 만큼, 다급한 사정이 한매에게도 있었다는 거예요. 이 업소의 여주인은 매우 날카로운 대사를 툭 던집니다. "(지선을 보며) 당신 지금 소파를 뜯는 게 꼭 한매와 같아요. 뭐가 그리 안절부절한지." 이 지점에서 지선과 한매는 하나의 시선이 겹쳐지나가게 됩니다. 아이를 잃을지도 몰라. 무슨 일이든 할꺼야. 영화 미씽의 프롤로그가 어울리게 들어맞는 대목이었습니다. "위대한 모성은 자비로운 어머니인 동시에 무서운 어머니며, 창조와 보존의 여신인 동시에 파괴의 여신이었다"

 

 부모의 위대함은 아이를 위해서 무엇이든 시도하는 사람이 되어준다는 겁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한매의 남편, 지선의 남편은 조금 심한 표현을 쓰자면, "무관심한 나쁜XX" 입니다. 더욱 섬뜩하고 놀라운 것은 한매의 남편이 무지하고 폭력적인 태도로 아픈 아이를 외면하는 쓰레기짓을 감행하였다면, 지선의 전 남편은 의사라는 사회의 엘리트 임에도 자신의 자식에 대하여 노골적으로 애정을 가지려 하지 않습니다. 딸 다은이는 우리 엄마가 맡아서 키우겠지 라는 식입니다. 사회적 성공과 바른 품성은 반드시 함께 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미씽은 중반부터 한매가 겪었던 절규를 하나 하나 관객에게 공개하기 시작합니다. 가난한 중국 땅에서 한국으로 건너왔고, 아이를 임신해서 기뻐하는 해맑은 모습은 여전히 기억에서 선명합니다. 그네에 조용히 앉아서 아이와 함께 행복을 누리는 살가운 모습은 이것이 천국의 한 장면과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필 불행은 한매의 아이 재인이에게 그대로 덮쳐오고 말았으니, 재인이가 중병을 앓게 된다는 비극이 펼쳐집니다. 간신히 우여곡절 끝에 서울의 큰 병원에 맡겨져 치료를 받게 되었으나, 병원비는 벌써 수천만원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병원비 마련을 위해 장기까지 희생시키는 한매의 마음은 글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무섭지 않다. 재인이를 위해서라면." 이것은 역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입니다. "나는 아이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해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확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병원이었네요. 이 병원 의사의 딸인, 다은이가 아팠고, 그에 따라 급히 입원실을 쓰기 위해서, 힘없는 재인이는 쫓겨나고 말았던 겁니다. 흔히 말하는 갑질에 희생되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재인이는 숨이 다하고 맙니다. (한매 입장에서 본다면) 타국에서 맞이하는 너무 큰 비극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미치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말이지요. 그리고 또박또박 - 해결소 현익에게 비용이 비싸더라도 남편을 죽여버리라고 부탁합니다. 들인 비용은 의사 딸인 다은이를 납치함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섬세하게 한매의 마음을 읽어가고, 한매의 수상한 행동을 곱씹어보며, 사건을 풀어가는 지선의 행동입니다. 그녀는 형사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한매에게 다가가며, 자신의 마음을 열어보였고, 마지막에는 보모 한매를 구하기 위하여 손까지 뻗습니다. 힘 혹은 권한을 남용하는 - 우리 가족의 이기심이, 다른 가족의 끔찍한 희생을 불러올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매우 독특한 형식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는 책에서 읽은 이 문장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가혹한 일을 당하면 보다 섬세하고 보다 세세하게 신경이 발달합니다. 여려지는 것이 아니라 강인하고, 부드럽고, 또 섬세하게 연마됩니다.(강상중 선생님)" 이 이야기가 마치 한매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한매는 비극을 겪으며 냉정해 졌으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재인이가 없는 지옥 같은 세상을 억지로 꾹꾹 견디며 살아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납치라는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재인의 곁으로 가는 장면은 인상적인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 행운이고, 비극이 피해가서 다행이며, 로또 같은 거 맞지 않더라도, 하루하루 밥벌이를 해나갈 수 있어서 감사한 것. 그것이 바로 일상의 행복이자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정작 그런 행복을 잘 모르고 살아가고 있지만 말이에요. 3,000번째 글까지 각성해 달려야 겠습니다. / 2017. 07. 1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