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블랙 팬서 (Black Panther, 2018) 리뷰

시북(허지수) 2018. 2. 20. 03:33

 

 블랙 팬서는 상상력의 영화 였습니다. 같이 감상한 친구는 설명하는 듯한 전개에 다소 지루했다는 과격한(?) 평을 내렸습니다. 134분에 쿠키영상이 2개. 그리고 사실은 아프리카가 가지고 있는 금광을 매우 찬란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생각의 전환을 만들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세상을 압도하는 블랙 히어로의 화려한 개막이라 하겠습니다. 그의 갑옷은 총알 조차도 튕겨내며, 우리의 힘이 마법이 아니며, 기술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어쩌면 세계가 조금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기울어져 있으니까요. 동계올림픽이 지금 한참인데 2월 20일 새벽 기준으로 1위가 노르웨이 입니다. 복지도 잘 구축되어 있지만, 자원이 얼마나 풍부한 나라인지 모릅니다. 인구 500만의 노르웨이가 그토록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는데, 저 일당독재국가 중국은 인구 버프로도 안 되는 지, 메달 일곱 개 정도로 분투하는 게 꽤 대비가 됩니다. 어쨌든, 자원은 참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많은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지금처럼 잘 살고 있음은 여전히 기적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무시하고, 멸시하지만, 정말로 옳지 못합니다. 그 분들도 나름대로 살아남고 싶어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 다음 세대를 위해서 더 나은 미래를 안겨주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영화는 매우 대담한 설정이 하나 들어갑니다. 만약 아프리카에 비브라늄 같은 희귀금속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를 통하여 엄청나게 발전한 문명국가가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 상상력을 대단히 아름답게 영상으로 펼쳐놓았습니다. 이 와칸다 왕국은 왕이 다스리는 국가지만, 그 왕은 자신의 나라만큼은 보호하려고 대단히 노력합니다. 물론 좀 보수적이긴 합니다. 전통을 따르며, 외부에 누설이 되지 않게 철저히 신경쓰고 있으니까요. 영화 초반, 그렇게 와칸다의 왕은, 비정하게 동생까지 죽여가며, 자신들의 왕국을 지키네요. 올바른 결정이었을까요?

 

 그리 간단히 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한 "과오", 즉 미스테이크 라는 것을 냉정히 인식해야 합니다. 와칸다 왕국의 왕으로서 그는 자신의 잘못을 백성들에게 고백하고, 동생의 아들을 왕국으로 데려왔어야 한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왕은 무결점의 존재로 남길 원했고, 역사 속에서 훌륭한 지도자로 기억되고 싶어했습니다. 그렇게 그의 시대가 저물고, 이제 왕위를 이어 새로운 시대 티찰라 왕의 21세기가 펼쳐집니다. 꽤 민주적인 모습도 있는데, 왕위에 도전할 부족은 나와보라는 거죠. 대결을 통해서, 티찰라는 정식으로 지도자로 추대됩니다. 블랙 팬서가 되어, 입고 다닐 수트 디자인도 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티찰라 왕은, 자신의 나라를 위협하는 존재, 클로를 잡아내기로 결단합니다. 생포하든지, 죽여버리든지! 여기서 잘 알려진 부산 팬서 이야기가 나옵니다. (참고로 저도 부산에 살아서, 운동 삼아 수영강을 따라 광안대교가 잘 보이는 광안리까지 오래도록 걸어가보곤 했습니다.) 클로는 비브라늄 거래를 부산에서 하거든요. 왜 전 세계 중에도 부산인지, 조금 어리둥절 하지만, 어쨌든 한국어를 마블 영화에서 들을 수 있어서 유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클로는 비브라늄을 무기화 해서 사용하는데, 막강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정도면 세계도 정복할 기세!

 

 하지만 반전은 계속 됩니다! 와칸다의 첨단 기술을 보라는 거죠! 특제 자동차는 방탄이라 총알 정도는 가볍게 무시해 버립니다. 와칸다의 여전사는 총알이나 쏘는 미개인들이라 일갈을 날리는 모습이 아직도 인상에 남아 있습니다. 예리한 창을 사용해, 상황을 일발역전시켜 버리는 호화액션이 와장창! 클로는 사실 블랙팬서의 상대가 되질 않습니다. 하도 주변에 (한국 사람들의) 스마트폰이 많다보니까 클로는 운좋게 생포되었죠.

 

 문제는 이 다음부터 입니다. 티찰라의 사촌, 킬몽거가 존재감을 내뿜으며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속성은 킬러 입니다. 와칸다의 왕에게 도전장을 던집니다. 어찌나 잘 싸우는지, 그의 인생 속에는 복수와 세계전복 밖에 없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 맹렬한 킬몽거는 마침내 와칸다 왕국을 접수 합니다. 카메라를 180도로 뒤집는 멋진 앵글에는 감탄했습니다! 증오의 세계를 함께 즐겨봐!!!

 

 ... 라고 영화가 마무리 된다면 그 얼마나 황당한 막장드라마 겠습니까. 2천억짜리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답게, 정의는 승리해야 하고, 주인공은 그리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굳이 언급하자면, 더 훌륭한 승리를 위한, 일보 후퇴였던 것입니다. 티찰라는 죽음 직전까지 내몰렸다가, 선대의 왕에게 나라를 위한다는 그럴싸한 대의명분으로 살인과 방치를 선택했던 잔혹했던 아버지의 길은 옳지 못했다고 외칩니다. 매우 호감가는 급전개입니다. 선을 추구한다면, 그 과정까지도 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비록 훨씬 어려운 선택이 되겠지만요.

 

 티찰라는 킬몽거와의 힘겨운 싸움 끝에 승리를 쟁취하고, 다시금 왕위에 올라서며, 세계를 바꾸어 나간다는 이야기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도 꿈을 만들어주며, 세상을 상상력으로 다르게 볼 것을 요구합니다. 오래 전, 마틴 루서 킹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라고 외쳤던 그 비전을 이어가며, 차별 대신에 희망을 꿈꾸는 것. 나도 너희들 편에 설께! 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 우리는 그 연대 속에서 세상을 현명하고 아름답게 개혁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세계혁명이 아닐까요. 삐딱하지 않게, 뒤집지 않고, 앞을 올바르게 직시하면서, 세상을 평화롭고 더 나은 곳으로 이루어 가는 꿈. 블랙 팬서는 그 멋진 길을 가는 우리들의 영웅이 될 것입니다. / 2018. 02. 20.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