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의 어느 가을날. 그 날은 매우 힘들고 속상한 날이었다. 남들처럼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참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고, 서러움에 눈물도 흘리던 날이었다. 절친과 함께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늦게까지 마시고, 겨우 잠에 들었다. 그리고 꿈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그런 꿈은 처음이었다. 대통령과 일반인은 너무나 거리가 멀지 않은가. 정치인이라면 나는 돌아가신 고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했다. 정직하고, 열정적이고, 우직하고, 바보 같은... 그 모든 것이 존경스러웠다.
마음이 몹시 아픈 그 날 밤... 꿈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작은 의자에 앉으셔서 눈높이를 맞춰주시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셨다. 살아가기가 힘이 들지? 그래도 힘을 내라. 그런 부드러운 격려였던 것으로, 그 따뜻함이 소중하게 기억에 남는다. 나는 죄송스러웠다. 이 곳 영남지방의 사람들 중에서는, 특히 일부 노인 분들은, 심심하면 대통령 탓을 하고 욕을 하는게 습관이 되어있다. 그런 말들을 꾸준히 듣고 있으면, 사람도 영향을 받는건지... "어? 내가 투표를 잘못해서 이상한 사람을 뽑았나?" 라고 간혹 회의가 들었었다. 일부의 노인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들 하셨으니까. 경제가 파탄났느니, 나라를 망치는 빨갱이니 등...
그런데 객관적인 수치로 보면, 나는 임금이 많이 올라서 혜택도 많이 받았다. 눈에 보일만큼 약자를 밀어주는 정책들이 고마운 것이었다. 좀 더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야, 복지를 강화하면 세금이 올라갈 수 있으니 정부가 매우 미울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래서 문 대통령은 계속해서 공격을 받을 것이다. 내가 확실하게 느꼈던 것은, 대통령께서는 생각이 깊으시고, 따뜻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어서 블로그에 모처럼 돌아와서 글을 쓰고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나이가 40에 가까워져 올 수록 배우고 있다. 오늘은 동호회 모임에서, 과거의 선생님들이 얼마나 비도덕적이고 폭력적이었는지 한바탕 폭로전이 벌어졌다. 아이를 때리고, 몰래 돈을 받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내가 이상하리만큼 운이 좋았음을 느낀다. 내 기억 속의 선생님들은 대체적으로 훌륭하신 분들이 많았다. 지나고 보니까, 그것이 매우 고마운 일임을 알게 된다.
오늘도 인터넷은 전쟁 중이다. 대통령께서도 국민들이 서로 갈라져서 싸우고 있으니 고민이 깊으시다고 기사가 나오고 있다. 굳이 정치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서로 편을 가르고 물어 뜯으며 내부에서 신나게 싸우고 있으면, 그런 나라는 망국으로 가고 있다는 진실을. 기억에 정확하지 않지만 오래 전 박경철 선생님 글에서 나라는 정신부터 먼저 망한다고 경고하셨다. 나만 잘사면 그만이지 그런 가치들이 압도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면, 미래는 더욱 지옥으로 변해갈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혁신이 유행하는 시대에, 정작 인간의 나부터 생각하는 경향은 점점 심해지는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 남을, 상대방을 챙길 줄 아는 아름다운 보수, 아름다운 진보가 함께 어울리며 한국을 더 멋지게 더 품격 있게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왜 내게 하필 문 대통령의 꿈이 생생하게 전해졌는지는 지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수야. 너도 나라를 위해서 무엇이라도 하렴. 지수야. 너도 나라를 위해서 함께 고민 하렴. 키케로가 인생은 짧지만... 훌륭하고 영예롭게 살기에는 충분히 길다 라고 썼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는 뜻이다.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 보자. 하루 100명에게 따뜻한 사람이 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평생에 수십만 명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지 않은가. 또 읽고, 또 쓰자. 또 움직이고, 또 행동하자.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가자. 나같은 은둔형 외톨이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면, 붙들고 최선을 다하자. 울고만 있기에는 오늘이라는 날은 너무 귀중하니까. 너무 특별하니까. / 2019. 10. 07. 시북. 감사일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