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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view]/책

#28 아무튼, 메모 (2020) 리뷰

친절한 시북(허지수) 2020. 8. 1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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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윤 작가님의 이야기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요! 술술 읽히지 않는다는 점까지 매력입니다. 불편한 곳, 잊혀진 곳에 조명을 비추는 그 용기와 대담함은 꼭 닮고 싶었습니다. 저도 조금씩 꿈의 길을 따라 걸어보려 합니다. 보물같은 구절은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어서 책 속으로!

 

 꿈이란 기쁘게 이 세상의 일부분이 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꿈은 아니면 말고의 세계가 아니다. 꼭 해야할 일의 세계다. 꿈은 수많은 이유가 모여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일, 포기하면 내가 아닌 것 같은 그런 일이다. 진짜 꿈이 있는 사람들은 꿈 때문에 많은 것을 참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용감하게 선택하고 대가를 치른다. (86p)

 

 하단의 덧붙임 글도 빼놓기 아까울 만큼 아름답습니다. 계속해서 보겠습니다.

 꿈이라고 하면 늘 혼자만의 꿈을 생각하지만 꿈은 자기애의 표현이 아니다. 이 세계의 한 부분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아침마다 눈뜨면 제일 먼저 바흐를 연주했다.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그런 방식으로 이 세계의 한 부분이 되고 싶어서였다. (86p)

 

 거의 마흔까지 저는 민망한 꿈을 안고 살아왔습니다. 젊은 날, 한창 동호회를 운영할 때는 더 많은 인원, 더 거대한 공동체를 향해 질주했습니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마침내 한 분야에서 최고수준까지 올라갔지만, 만족 대신에 갈증이 찾아와서 인생의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탐욕에 사로 잡히면, 인간은 귀를 닫는 독재자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므로, 연임을 스스로 포기한 조지 워싱턴은 정말 위대한 결단이었다 생각합니다. 또한 기억에 의존해 어느 의사 선생님의 표현을 빌린다면, 두 번째의 벤츠를 구입했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또 다시 새로 출시되는 신형 벤츠에 눈길이 갔다는 솔직한 고백이 저는 이해 되었습니다.

 

 꿈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저도 솔직하게 쓴다면, 게임 뱅드림에 이 표현이 있어서 인화로 출력해 놓았습니다. 화살을 원하는 곳에 맞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다만 활 시위를 당기는 자세, 그것 하나에 집중하는 마음. 그러면 결과는 훗날 따라온다는 거죠. 그러므로,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는 인생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의 목표를 세워놓고 살아가는 삶에서 돌이키려 합니다. 그 대신 하루 하루를 소중히 묵묵하게, 또 다른 표현으로 써보면, 지금 여기에서 해야하는 일에 올바른 태도를 취하는 것입니다.

 

 몸에 대한 언급이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한 번 더 읽어봅니다.

 

 인생에 대한 수많은 정의가 있지만 이런 정의는 어떨까? 말과 몸이 협력해서 빚어내는 이야기. 몸은 여러 모로 신비한 요소가 있다. 몸은 노화를 겪으며 낡는데 그 낡은 몸이 결코 낡을 수 없는 기억을 담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는 인간의 몸을 가리켜 피를 담는 자루가 시간을 담는다고 했다. 시간은 어디론가 우리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우리가 가는 공간은 자신의 몸이다. 쿤데라의 말대로 우리는 반드시 자신의 몸과 단둘만이 남겨진 시간을 마주한다. (115p)

 

 의학적으로 접근하면 피를 담는 자루, 즉 몸은 일정량의 피를 흘리게 되면 사망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조금 독특하고 신비한 측면도 있어서, 여성의 경우는 (교과서 이상의) 치사량에 달하는 양의 피를 흘려도 살아남기도 합니다. 조금 따분했나요. 문학적으로 접근하면 몸은 시간을 담는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신선하고 즐거운 것도 많아서 시간들이 풍요롭게 담깁니다. 어린 시절의 게임은 얼마나 재밌었는지요. 조금은 현실적이지만 이제 제 주변의 게임 좋아하는 분들은 콘솔 게임기를 켜놓고 그 화면 그대로 잠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의 통찰을 발휘한다면, 그렇다면 내 몸에 어떤 시간을 담을 것인가?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좋아하면, 듣는 시간을 담으면 됩니다. 퇴근길 라디오는 어떨까요. 건강을 더 챙기고 싶다면, 산책하는 시간을 담으면 됩니다. 조금 더 세상을 넓고, 즐겁게 바라보고 싶다면 서점에 들려서 사장님과 담소를 나누고 책의 시간을 담으면 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빠듯한 학생이라면, 도서관 이용의 방법도 있으니까, 비용보다는 선택의 문제지요.

 

 보르헤스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오늘의 리뷰를 마칩니다.

 "우리 인생에는 약간의 좋은 일과 많은 나쁜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은 그냥 그 자체로 놔둬라. 그리고 나쁜 일은 바꿔라. 더 나은 것으로. 이를테면 시 같은 것으로." 이 말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평생 하는 일일 것이다. (중략) 나는 최고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전달하고 싶다. 그래서 잘 알아들으려 하고, 기억하려 하고, 이해가 될 때까지 메모를 한다. (68p)

 

 축구를 좋아하는 저는 오늘 이영표 선수의 책을 읽으며 또 다시 메모장을 폈습니다.

 이 세상을 사는 많은 사람 중에서 소수의 사람들만이 자신의 삶을 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존재한다. (오스카 와일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 우리에게 있기를, 그 용기가 함께 하기를 응원합니다.

 

 - 2020. 08. 시북 (허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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