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31 로랑 블랑 - 프랑스의 정신적지주

시북(허지수) 2019. 12. 3. 14:12

 

 오늘은 누구를 업데이트 해볼까 하는데, 때마침 검색 유입으로 로랑 블랑 키워드가 잡혀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로랑 블랑을 선택했습니다. 2008년에 초안을 썼으므로 11년만의 갱신이군요! 아무튼, 좋은 시대니까 짧은 동영상도 함께 하겠습니다! 프랑스의 황금멤버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명수비수가 바로 로랑 블랑입니다. 지금도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중앙수비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오늘은 푸른 벽으로 불리는 철벽수비수 로랑 블랑의 이야기 입니다.

 

 프로필

 

 이름 : Laurent Blanc
 생년월일 : 1965년 11월 19일
 신장/체중 : 192cm / 88kg
 포지션 : DF (센터백)
 국적 : 프랑스
 국가대표 : 97시합 16득점

 주요수상 : 프랑스 올해의 선수상 (1990년)

 

 프랑스의 정신적지주 로랑 블랑 이야기

 

 로랑 블랑은 덩치가 대단합니다. 190cm가 넘는 큰 키를 자랑하며, 제공권도 매우 뛰어난데다가 대인 마크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수비수입니다. 한편으로 블랑은 밀어붙여서 공을 뺏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흐름을 읽는 상황판단력이 아주 훌륭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패스를 끊어내는 것에도 대단한 실력을 발휘합니다. 커버링도 잘하며,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기에, 로랑 블랑은 수비의 진정한 달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수비수가 다 잘하면 조금 이상하겠지만, 덧붙여서 로랑 블랑은 득점력까지 겸비하고 있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볼 테크닉이 훌륭하며, 적절하고 날카로운 패스도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왜 그가 최고의 수비수로 지금까지도 손꼽히는 지 엿볼 수 있겠지요. 수비의 달인이자, 통솔력도 뛰어나고, 공격력까지 있으니, 요약하자면 한 마디로 지.덕.체.를 겸비한 명수비수 입니다.

 

 프랑스 2부리그 몽펠리에 팀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로랑 블랑. 10대 시절 그의 포지션은 사실 공격형 미드필더 였다고 합니다. 아, 골 넣는 수비수의 비밀이 밝혀지는군요. 흐름도 잘 읽는 비결. 그렇습니다. 그는 원래 공격의 사령탑을 꿈꾸는 선수였는지도 모릅니다. 로랑 블랑은 2부리그 몽펠리에 팀에서 주전 선수로 맹활약을 펼쳐나가기 시작합니다. 몽펠리에는 2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1부리그로 승격하게 되었고 이 무렵 로랑 블랑은 실력을 폭넓게 인정받아서 성인팀 국가대표로도 발탁되었습니다.

 

 한편 몽펠리에 팀에 훗날 프랑스 국가대표팀을 이끌게 되는, 에메 자케 감독이 부임하게 됩니다. 로랑 블랑은 이 시절 에메 자케 감독에 의해서 수비수로 보직을 옮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비수로 포지션을 옮기게 되었음에도 더욱 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로랑 블랑! 이제 세리에A 의 문을 두드리게 되며 해외에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로랑 블랑은 몽펠리에 팀 이후에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팀을 자주 옮겨 다녔습니다.

 

 놀랍게도, 자주 팀을 옮겼음에도 로랑 블랑은 언제나 굳건하게 중앙수비수로 활약을 펼쳤다는 것입니다. FC바르셀로나, 인테르밀란, 맨유에서까지 로랑 블랑은 뛰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골 넣는 수비수로의 실력도 여전했는데, 1997-98시즌에는 마르세유에 몸담으면서 31시합에 출장해 11골이나 넣기도 했습니다. 세트 플레이 시의 정확한 헤딩 능력, 때때로 과감하게 오버래핑을 하기도 하는 로랑 블랑은 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 물론 수비도 초일류 로 평가받았기에 푸른 벽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로랑 블랑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야기 입니다. 프랑스에는 드사이, 튀랑, 리자라쥐 같은 명수비수가 철의 포백을 형성하고 있었고, 로랑 블랑도 이들을 완벽하게 지원하면서 숨은 지휘자로 활약합니다. 프랑스는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 페널티킥으로 인한 단 1실점 밖에 하지 않았던 완벽한 수비를 보여줍니다.

 

 그렇게 16강에서 만난 상대가 파라과이 입니다. 파라과이는 칠라베르트라는 세계적인 골키퍼가 철통 같이 지키고 있었고, 하필이면 프랑스의 축 지단도 조별리그 퇴장을 받아서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전후반이 끝났고 스코어는 0-0. 연장전으로 경기는 흘러갑니다. 혹여 승부차기까지 가게 된다면, 프랑스라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칠라베르트는 흔히 골 넣는 골키퍼로 알려져 있지만, PK선방도 대단히 뛰어난 선수였기 때문이지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은 골든골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월드컵이기도 했는데, 연장전에서 먼저 골을 넣으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제도입니다. 연장전, 로랑 블랑이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합니다. 중앙수비수 로랑 블랑이... 그렇게 천금같은 골든골을 터뜨리면서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그 무엇보다도 값지고 정말 귀중한 골이었습니다. 이 골은 월드컵 최초의 골든골로 역사에 남게 됩니다. 사람들은 로랑 블랑을 두고 프랑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정신적 지주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만능형의 선수 였기에, 대통령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로랑 블랑은 떠오르는 눈부신 강호 크로아티아의 4강전 대결에서 카드를 받아서, 결국 결승전에서는 뛸 수 없었지만, 정말 귀중한 활약을 펼치며 우승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프랑스는 브라질까지 완파하며 1998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들 프랑스 철의 포백이 내준 필드골은 수케르에게 내준 단 1골이 전부였습니다. PK실점까지 포함해 2실점. 총 15득점 2실점의 발군의 활약을 자랑한 프랑스는 황금시대를 활짝 열게 됩니다.

 

 또한 로랑 블랑은 2000년 유로에서도 팀의 첫 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펼칩니다. 프랑스는 월드컵에 이어서, 유로까지도 연거푸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 우승을 끝으로 얼마 후, 로랑 블랑은 대표팀에서 은퇴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에 총 3번 출장한 로랑 블랑은 3번 모두 베스트 일레븐에 선출되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멋진 수비수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역 마지막은 맨유에서 활약하며,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커리어에 덧붙이면서 현역에서 은퇴하게 됩니다. 현역 시절 재밌는 에피소드로 골키퍼 바르테즈의 머리에 키스를 하는 퍼포먼스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프랑스는 공교롭게도 로랑 블랑의 은퇴 후 부터는 쉽지 않은 시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프랑스는 부진 끝에 탈락하는데, 지단의 부상, 피레의 공백 등을 이유로 듭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정신적지주 로랑 블랑의 은퇴도 프랑스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다고 많은 이들이 평가합니다. 축구라는 것은 역시 한 사람, 한 사람의 저마다 역할이 참 중요합니다. 그들이 하모니를 이루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예술 축구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는데... 중심 축 몇 명이 빠지게 되면서, 하모니 대신 무엇인가 아쉬운 불협화음이 들려오고, 명가의 몰락이라는 안타까움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또 프랑스는 새로운 하모니를 위해서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아, 물론 글을 갱신한 2019년 시점에는 프랑스는 완전히 또 다른 부활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웃음) 세상일은 참 어떻게 흐를지 인간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때때로 훌쩍 넘어가는 듯 합니다. 참, 민망하군요.

 

 한편 은퇴 후, 로랑 블랑은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07년 6월부터 보르도 팀의 감독을 맡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되어갈지 흥미롭습니다. 안경 쓰고, 감독하고 있는 모습도 상당히 잘 어울리더군요. 이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언제나 애독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008. 08. 09 초안작성

 2019. 12. 03. 가독성 수정 및 동영상 업데이트 / 축구팬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