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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NDS] 파이어 엠블렘 신 암흑룡과 빛의 검 (1990, 2008) 리뷰

시북(허지수) 2020. 11. 21. 20:08

 

 동호회를 긴 시간 함께 이끌어주셨던 브라이트 함장님 블로그에 놀러갔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고백을 했습니다. 10대 시절 이후로는, 즐겁게 게임을 해 본 추억이 많이 없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마흔 입니다.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통장의 잔고가 늘어갔지만 그다지 즐겁지 않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기렌의 야망에 돌격하시는 동호회 제이엘님의 순수한 열정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제이엘님께서는 다정하게 권하셨지요. 하고 싶은 거 해보세요. 뭐, 어때요?

 

 닌텐도 스위치를 구입하고,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도 물론 구입했고. SFC 시절,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10대 때는 걱정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를 쓸데없이 반추하며 후회하지 않고, 또한 미래를 설계하려고 초점을 함부로 옮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에만 몰입하던 그 때가 돌이켜보면 행복한 시절이었음을... 20년이 더 지나서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의 현실을 우울해 하고만 있기에는 실은 그것도 좀 아깝습니다.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도전을 불태웠습니다. 약 22시간의 활활 타오르는 거침없는 도전기 였습니다.

 

 최근 20년 동안 했던 게임 중, 가장 재밌었습니다. 라고 단톡방에 올렸습니다. 간단한 일어 문장 정도는 갑자기(?) 읽을 수 있었으니, 공감능력도 올라갔고, 비참한 처지의 주인공 마르스에 감정이입도 컸기 때문이겠죠. 상냥한 누나는 적군에 끌려갔고, 부모님은 동맹 아군의 배신으로 생명을 다하였고, 가지고 있던 귀중한 보물조차도 몽땅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어떡하나요...

 

 운명이 억울해도 견뎌내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괴로움의 자리에서 과감히 도망쳐야 합니다. 잃은 것들만 쳐다보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는 마르스. 그리고 하나 둘 모이는 동료들. 그리하여, "암흑으로 물들어가는 세계를 바꾸겠다"는 젊은이들의 야심을, 차례차례 한 걸음씩 이루어 갔습니다. 대리만족으로써 대단한 성취감을 주는 경험이었습니다. 인생은 그렇습니다. 살아봐야 한다는 것이고, 어쩌면 즐거움도 슬픔의 구간을 건너고 나서야 (또는 건너는 중에야) 다시 발견될 수 있다라고 저는 믿습니다. 늦은 시간, 거의 자정이 될 무렵, 비가 그친 밤하늘은 유달리 맑았고, 반짝이는 별 몇 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욕심이나, 업적에서 벗어나) 부담적고 편안한 노멀 난이도로 선택했고, 투기장 노가다는 건너 뛰었습니다. 대략 한 장당 1시간 정도의 알맞은 분량이었습니다. 아군은 점차 강해져갔고, 클래스 체인지도 망설이지 않고, 팍팍 시켜주었습니다. 마을 상점, 비밀 상점을 넘나 들며, 전설적인 무기들 조차, 필요 하다면 과감히 장비하고 달려들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어린 시절의 스스로는 용기 같은 스킬이 전혀 없었음을 추억합니다. 사실은, 조금 더 용기를 내어도 괜찮은 것이었습니다.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고,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은 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흐르는 시간이 우리를 치유하고, 때로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다시 웃게 만듭니다.

 

 카인, 아벨, 도가, 오그마 등 초기 멤버의 든든함, 연인 시다의 따뜻함, 미네르바의 용맹함, 파올라를 선두로 페가수스 삼자매의 멋진 협력 어택. 레벨업을 하면서, 능력치 1씩 커가는 소소한 기쁨. 다양한 마법을 구사해가며, 철벽을 자랑하는 암흑사제 조차 보내버리는 아군의 든든함이 잘 기억됩니다. 정작 주인공은 조금 약한 느낌이 있어서, 각종 버프 아이템을 혼자서 거의 독식해가며 억지로 커갔지만, 종장에서는 라스보스를 한 턴에 날려주며, 대활약을 해주었네요.

 

 작은 것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왜냐하면, 작은 기쁨이 있기에, 현실의 큰 고난을 견디게 해주니까요. 파엠 신암흑룡은 그 작은 기쁨들이 가득한 명작으로 기억될 꺼 같습니다. 오늘의 리뷰는 여기까지 쓰고 마치겠습니다. 당신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한 마디의 따뜻함을 가슴에 담아두고,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스스로이기를!

 

 - 2020. 11. 21. 시북 (허지수) 드디어 고전 한 편을 훌륭하게 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