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게임

#5 [Android] 드래곤 퀘스트 2 (1987,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20. 11. 23. 07:56

 

 이번에는 드래곤 퀘스트 2 에 도전하였습니다. 3일 동안 아낌없이 전력 투구한 끝에, 하곤 세력을 토벌하며 다시금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 주었지요. 원작에 비해 스마트폰 버전이 쉬워진 것은 사실입니다만, 원래 DQ2는 난도가 무척 높은 RPG로 무척 유명한 작품입니다. 초반에는 장비가 어설프다보니까 우르르 몰려서 나오는 적들을 대처하기가 쉽지 않았고, 중반 구간이 그나마 편했습니다.

 

 이제는 전통이 되었죠? 메탈 슬라임과 외톨이 메탈 (하구레 메탈) 을 무찌르면서, 경험치가 1만씩 올라가니까 얼마나 좋던지~ 레벨 업의 그 멜로디가 경쾌하고 신납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무려 3인 파티의 설정 아니겠습니까! 녹색 왕자는 보조마법과 회복마법으로 든든히 도와주는 마법전사 역할이며, 보라 왕녀는 강력한 전체 마법을 구사하면서 상쾌감을 더해줍니다. 이오나즌 한 방이면 처리 완료!

 

 그러나 후반 구간은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던전도 1987년에 설계된 것이 맞나 싶을 만큼 대단히 복잡하였고, 지도를 펴놓고 게임 하는데도 이렇게 복잡한데... 공략집 없이 한다면 얼마나 옛 게이머들은 힘들었을까 상상하니 안쓰럽기도 했네요. (어린 시절 한 달이나 고생했었다는 이야기도 아마존에서 봤습니다.) 하긴 80년대 당시의 세이브 수단인 글자 적기는 이제 전설이 되었지요. 세상은 참 편리해졌구나를, 게이머들은 누구보다 잘 느낄 것 같습니다. 하하.

 

 작품의 단점은 조작감이 역시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아군을 (3명입니다!) 전원 수동조작 해야 한다는 것. (나중 시리즈에 도입되었던) 한 번에 회복 같은 편리 기능이 없다는 점이 떠오르네요. 장점은 그럼 뭘까요. 만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 배를 타고 세계를 누빌만큼 드넓은 분량, 세련된 음악, 그리고 강한 적들을 무찔러 나가는 성장의 기쁨을 손꼽을 수 있겠네요.

 

 론달키아 지방이던가요. 아니 졸개 주제에 아군 전체를 즉사 시키는 마법을 걸어옵니다. (이봐, 최종 보스도 이러진 않았는데... 룰을 지켜 이녀석들아!) 또는, 통한의 일격을 맞기라도 하면 이 역시 즉사급의 데미지가 들어왔습니다. 속담이 딱 들어 맞습니다. 겨우 동굴을 넘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산 넘어 산! 이 쪽 동네는 더 무서웠던 거죠. 어쨌든, 부활 주문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아군을 충분히 강하게 단련해 왔다면 용사가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의 구성은 철학적으로 놀라운 맛이 있었습니다. 하곤이라는 녀석이, 마치 교주처럼 행세하는데, 그러다보니 추종자들이 있어서 찬양을 그치지 않습니다. 하곤님은 좋은 분이다 너희들 주인공들이 나쁘다 라는 역 프레임을 걸고 나옵니다. 하곤에 취한 왕은 양 옆에 여자를 끼면서, 세상이 천국이다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 시대를 비추는 교훈이 아닐까요. 인간은 스마트 기기를 끼고, 거기 나오는 여자들에 홀려서 세상이 천국이다를 외치고 있는 모습과 매우 겹쳐 보였습니다. 진실의 도구를 펼쳤을 때, 황폐한 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반전이 정말 굉장했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진실의 도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아마, 매트릭스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죠? 여하튼, 좋은 친구와 좋은 책, 좋은 예술작품(게임과 영화를 포함해서)들은 우리를 꿈에서 먼저 깨어나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깨어나는 그 순간은 달콤하지 않죠. 이 작품의 부제는 악령의 신들 입니다. 악에 물들어 있는 것이 사실은 인간을 쾌락에 중독시켜 황폐하게 해준다면, 그 반대편은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를 주인공의 자리로, 왕자의 자리로 인도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이루어 가라고 마음 깊은 곳에서 다정하게 속삭입니다. 어려움을 당하는 백성이 있다면, 마치 듣는 링컨처럼, 귀를 기울여서 들어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든 사람을 구원하겠다는 오만함을 버리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에게 더욱 잘 하면서 소통의 즐거움이 오가는 세계. 그것이야말로 주인공 다운 길이 아닐까 몇 자 적어봤습니다.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클리어를 완료하고, 즐겁게 떠나보았던 모험담. 이번 리뷰는 여기에서 마쳐야 겠네요. 예전에는 글을 쓸 때, 늘 좋은 말을 덧붙이면 더욱 근사해 진다고 여겼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여인은 굳이 세심하게 갖춰서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온기가 느껴지는 좋은 글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번 드퀘2 여행에서는, 세계의 위기를 대비해서 (튼튼한 문을 따고 들어가야 하는!) 지하에 도시를 건설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덧붙이면 좋겠네요. 여기서 빛의 검도 구입하고 신세도 많이 졌으니까요.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우리는 물들기를 거부하며, 희망과 빛을 붙잡고 끝까지 저항하며 싸울 것이다 라는 태도는 간직해야 할 덕목입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0. 11. 23. 리뷰어 시북 (허지수) 86년작 DQ1에 이어 87년 데뷔작 DQ2를 연속으로 클리어 한 것을 기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