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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Android] 드래곤 퀘스트 3 (1988,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20. 12. 5. 20:51

 

 1990년대 슈퍼패미컴 시대 때, 못다 이룬 목표를 긴 세월 후에 한글로 만나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게다가 이식버전은 숨겨진 보스도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이 파고들기 요소도 있었네요.

 

 드퀘3의 매력적인 장점은 파티 구성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죠. 전사, 성직자, 마법사가 전통의 선택지였는데, 약간은 변화를 주고 싶어서 무투가와 도적을 골라봤습니다. 무투가의 회심의 일격이면 메탈계를 쉽게 처리할 수 있겠다는 노림수, 그리고 도적은 의외로 데미지가 잘 나와서 활용도가 좋았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회복이 조금 곤란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주머니에 약초를 한가득 담고 다니는 것은 습관이 되었지요.

 

 안드로이드판 기준으로 편리한 기능이 탑재된 것도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요. 작전을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용자 1명만 조작하면 됩니다. 인공지능의 시대 답게(?) 알아서 잘 싸우더라구요. 그리고 한 번에 회복도 탑재되어 있어서, 레벨 노가다 하기에도 안성맞춤 입니다. 메탈 슬라임과 외톨이 메탈을 참 많이도 잡긴 했습니다만... 무척 신기하게도 그 작업 조차 즐거움으로 느껴져 약간은 당황스러웠습니다. 너무 쉽게 레벨업이 되지는 않아, 그러나 노력하면 얼마든지 고렙으로 만들어줄께! 그 미묘한 밸런스를 훌륭히 구현한 점을 높게 평가합니다.

 

 플레이타임이 제법 있을텐데도,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라스보스 대마왕 조마전이 눈앞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지나온 구간을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군요. 피라미드에서 황금 손톱을 따낼 때는 고생을 좀 했는데, 그 무기로 조마전까지 싸울 수 있을 만큼 좋아서 기억에 남습니다. 바다구간에서 막힘이 있었으나, 사랑하는 남녀의 저주를 풀어주자 길이 열린다는 지점도 인상적입니다. 사람의 영혼은, 어쩌면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개념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약간 더 이야기를 보탠다면, 주인공의 아버지를 살려낼 수 있는 선택지가 숨어 있습니다. 물론 매우 힘든 길이라서, 제 경우는 레벨을 55까지나 단련했고, 27턴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어쨌든 세계수의 잎을 막 써가면서 클리어 했을 때의 보람 역시 매우 크게 다가왔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더이상 버려두지 않겠다고 헌신을 선택한 것도 재밌던 대목입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는 어머님도 인상적이라 캡쳐하기도 했네요. 한 사람에게 헌신하는 인생 역시, 세상을 구해내는 것만큼이나 귀중한 가치가 아닐까 저는 문득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아! 뒤늦게 엘프마을 이야기도 떠오르네요. 금지된 사랑을 추구했다가 엘프족 에게 미움 받는 대목이 있습니다. 엘프는 인간을 상대하려 하지 않지만, 변화 지팡이를 사용해서 모습을 바꾼 후, 레어템 수면지팡이와 기도반지를 살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강적 바라모스 전이 상쾌함 그 자체였네요. 오해는 긴 시간이 흘러서, 진실이 밝혀지며 풀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간직하고 싶은 덕목입니다. 중반부였는데, 라의 거울을 통해 가짜 왕을 벌하는 모습도 모험담으로 무척 좋았습니다. 압제자는 인간을 함부로 죽이지만, 정체는 괴물이었다니! 사람의 탈만 뒤집어 쓰고, (남을 괴롭히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를 멀리할 필요를 느낍니다.

 

 여기까지 정리해보면 드퀘3은 인간 세상을 많이 닮아 있지요. 세상은 어둡지만, 영웅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소수에 가깝다는 사실이 제일 놀랍습니다. 뭐, 들고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말처럼 쉬운 일도 흔한 일도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소시민인 우리도 자본주의의 유혹, 돈이면 다 된다는 발상에는 반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돈보다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에야 한 번 더 배웁니다. 시간을 풍요롭게 보낼꺼야 가 청춘의 시절 큰 꿈이었는데, 그 시절에는 인내심도 없이 방황하던 씁쓸한 추억이 많습니다. 이 길! 이라는 선명한 표지판이 있는 편이 선택지를 줄일 수 있고, 중요한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어 더 좋지 않을까 끝으로 덧붙입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에게 기쁨을 안겨줄 수 있는 중요한 일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달려갈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 2020. 12. 05. 리뷰어 시북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