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두 여중생 친구들과 알고 지낸지도 벌써 제법 긴 시간이 흘렀다.
L양과 J양은, 각각의 매력으로 반짝이고 빛을 낸다.
몇 번이나 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한다.
그런 책 선물에 아이들은 싫은 내색 대신에, 미소로 화답한다.
아저씨, 꼭 책 읽어볼께요. 특히 아저씨가 준 책이니깐.
한 학생은, (실은 내가 사랑하는 대학이기도 한데...)
ㅇㅇ대학교에 갈 꺼라고, 열의까지 불태우며 말한다.
나는 미래를 내다볼 능력까지는 없지만, 말하는대로 될꺼라 응원하고, 또 기도한다.
어제도 이 녀석들 놀러오더니, 짓궃게 장난스러운 대화를 넌지시 던진다.
아저씨! 우리들처럼, 아저씨도 이성친구 만드시고 연애하셔야죠?
이제는 소개 받으면, 거절하지 마시고, 일단 만나세요!
그래서 이 녀석 총명하게도 카이로스 라는 화두를 던지기까지 한다.
나 지금 미래의 천재 대학생과 대화중인 줄 알았다...
아무튼, 나는 웃으면서 반성을 덧붙인다. 그래, 앞으로는, 앞으로 가볼께.
요즘 드는 생각은 인생은 넘어지는 것도 괜찮다는 것 같다는 단순함이다.
물론 짜증나고, 슬프기도 하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쩝.... 나부터 바뀌어야 겠다. 그래 잊지 말자 카이로스.
"그" 때가 왔는데, 놓치면 인생은 안 바뀐다.
한바탕 웃음소동을 가게에서 벌이고, 아이들에게 식사꺼리를 잔뜩 선물해주고,
슬쩍 덧붙인다. 이거 정부에서 나온 민생 어쩌니라서 내 돈 아니니 걱정마.
그리고, 나 전액장학생이라서, 사실 대학 다니는 것 치고는, 풍요로우니, 내 걱정도 말고.
그럼에도, 나의 입장을 헤아려주는 이 친구들의 배려심에 나는 감동받는다.
어쩌면 이리도 천사 같은 빛나는 아이들을 알게 하셨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내가 믿는 신께, 조용히 감사기도를 올릴 수 밖에 없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쓴다.
아버지가 응급실 갈 뻔 했기 때문에...
모닝페이지를 08시 49분이나 되어서 작성할 수 있었다.
내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적절한 상황 대응을 함께 맞춰갈 수 있었고,
이번에도 나는 운이 좋았다. 최소한 아버지의 기대수명은 조금 올라가셨다.
사랑하는 어머니에 이어서,
사랑하는 아버지 마저 떠나보내고 나면,
나는 그 그리움 때문에, 무척 슬픔에 잠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란, 결국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일종의 인간의 축복이다.
내가 상상 영화를 그리 좋아한다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패러독스랄까... 뭐, 역설 처럼 작용해서, 오늘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어 버린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만 더 맡아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가면서 가면 쓰는 삶은, 내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일을 나는 또 한 분의 은사 최태성 선생님께 배운다.
좋은 선생님들로 부터, 살아가는 태도를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이제야 아주 아주 조금은 알겠다.
만남. 그것은 정말 귀한 것이며.
인연. 그것은 참 드문 것이며,
한 사람을 자라게 한다는 것은,
나의 미소와 사려 깊은 말에서 가능한 영역이므로,
나 역시 용기를 낸다.
웰컴! 마법 같은 우리 가게에 온 것을 오늘도 환영해!
힘들 때는, 털어놓고, 기쁠 때는 웃고 가렴.
그 동행의 길을 선물해줘서, 기적 같은 너희들과의 만남을.
나는 다시 한 번 감사한다.
- 2025. 08. 08. 허지수 (시북) 모닝페이지 7일차. 오전 09시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