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지

9. 저녁에 문을 연 마법의 모닝페이지

시북(허지수) 2025. 8. 10. 22:31

 

 원칙은 아침이나,

 오늘은 아침부터 교회로 뛰어가서, 피아노 연주를 좀 해야 해서...

 모닝페이지를 뒤로 미루었다.

 

 열심히 피아노를 치니까, 땀이 송글송글 흐르는 게 느껴졌다.

 나같은 바이엘 실력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만큼, 노력한 하루였다.

 

 오후에는 게임기를 냅다 팔았다.

 소유욕이 누구보다 어릴 때부터 강해서, 좀처럼 물건을 파는 사람이 아닌 내가,

 그것도 게임기계를 팔아버린 것이다. 단골 매장이다보니, 충분히 많은 돈을 주셨다.

 울산을 여행할텐데, 그 경비에 아주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조만간.

 

 게임매장에서 만난 분들과 함께 돌짜장인가를 먹었다.

 참 맛있었고, 대화도 즐거웠다, 좋은 분들을 알게 된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책도 난 좋지만, 역시 사람이 좋다.

 기계 (이른바 인공지능 모델) 도 좋고, 그와 관련해 리터러시를 공부 중이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최고다.

 

 저녁에는 뛰었다. 땀을 흘렸다.

 1만 7천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찍었다. 나만의 그릿 하이스코어 였다.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끝까지 가보았다. 집에 오니 참 상쾌했다. 잠이 지금 쏟아진다.

 

 이제 모닝페이지를 닫아야 할 시간이다.

 오늘은 너무 따뜻한 말들을 많이 들은 하루였다.

 사랑을 담고 살아가고 싶다.

 어두운 세상에서, 그저 사랑이고 싶다.

 

 그래서, 그래야만, 아이들에게 교육이라는 두 글자 앞에 도망치지 않을 테지.

 세상 맨 뒤에서 걷는 기분이, 생각보다 참 좋다. 어쩌면, 끝내주는 기분이 든다.

 

 나에게는 어느 리더십 이론이 있다. 산을 오를 때, 맨 먼저 앞서가는 사람 만큼이나,

 맨 뒤에서 이끌고 가는 사람 역시 몹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를 뿐 아니라, 그들을 헤아리기도 결코 쉬운 것은 아니기에,

 그 발걸음을 일일이 다 챙길 순 없다. 그것을 담담히 인정한다.

 

 나는 아주 훌륭한 의사 선생님들께 이런 단어들을 배워왔다.

 "할 수 있는데까지"

 

 고마운 하루였다. 힘든 하루 였다.

 두 마디만 더 채우고 잘 수 있을 것이다.

 

 고단했기 때문에, 바른 길임을 알 수 있었으며.

 

 주일. 고백을 덧붙인다면.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데 없는 자!

 왜 당신의 은혜로 나 같은 사람을 보살펴서, 근사한 먹을 것을 오늘 챙겨주셨는지....

 그 손길에 나는 기뻐한다.

 나는 알 수 없다.

 

 나는 아는 세계에서 - 모르는 세계로, 방향키를 힘차게 돌린다.

 하늘나라에서... 고생 많으셨던 어머니를 만날 그 날.

 나 가끔은 괜찮은 하루를 살았으니, 어머니도 웃어달라고, 투정부리고 싶다.

 

 수고 많았어. 잘 자. 내 다정한 영혼아.

 

 - 2025. 08. 10. 모닝페이지 9일차 허지수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