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귀한 피아노 레슨은 끝나간다.
대화까지 아름다웠던 행복한 시간이 저물어 가는게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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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무엇일까
어느 좋은 책에서는,
아는 것에서 모르는 세계로
들어가는 비밀이라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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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부터 사람들은 착각하게 된 걸까
더 많은 지식을 자랑하고
마치 경주라도 하듯이 땅만 보고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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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는 것은, 사실은 오늘 배운 뜨거운 스.타.카.토.
통통튀는 어떤 경쾌함을 배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1/2만 가는 지혜는 삶을 풍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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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씨의 행복 여행이라는 영화는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1개를 가지고도 행복할 수 있으며,
3개를 가지면 더 즐겁지 않을테고,
300개를 가진다면 우리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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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벽에 잠을 깨어 생각에 잠긴다.
우리는 질서만을 따라가고
그것만이 전부라고 착각한다
강자에게 고개 숙여버리고,
약자의 목소리는 외면하는 게 마치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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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술은 다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기억한다.
가우디는 건축을 도전한다.
하지만 완성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도전했다.
성경의 66권의 이야기를 건축물에 섬세하게 담고자 했다.
그 이유는...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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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운이 매우 큰 사람이다.
글을 읽을 수 있었고,
젊었을 때는 꽤 많은 글을 읽어 왔고,
많은 시행 착오 끝에, 좋은 글, 좋은 사람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참을 수가 없다.
좋은 책 한 권을 만나는 날에는 그 설렘에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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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음악 한 곡을 들을 때는, 마음이 힐링된다.
지금도 윤상 선생님이 작곡하셨다는 "달리기"를 듣고 있다.
참 좋기만 하다.
그 중에 제일 좋은 것은 역시 "좋은 사람 한 사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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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박 원장님은 한 음도 놓치지 않고 섬세한 가르침을 이어가신다.
그 진지한 태도에 사뭇 놀란다. 나도 질 수야 없다.
귀를 쫑긋 세운다. 시키는대로 도전한다. 속으로 말한다. 들리지 않게 말한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1 만 업그레이드 되는거야. 두근두근.
하지만, 이내 원장님께 들키고 만다.
지수씨! 그렇게 치는게 아니고요! 조금 더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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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린 최고의 결정은 역시, 최고의 선생님께 과외를 받는 것이다. 그 기쁨은 특별하다.
어린 시절 야학을 다니며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선생님들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어린 나이에 이미 대학교를 합격했음에도, 나는 차라리 책을 읽겠다며 대학을 포기했다.
그 미친 선택에도, 부산대학교 수학교육과 배 선생님께서는, 박수를 보내시며 말씀하셨다.
멋있는 지수야, 너는 언젠가 최고가 될 꺼야. 그러니 걱정하지마.
20년이 더 흘러버렸다. 얼마 전에는 부산대학교를 한 바퀴 돌고 왔다.
오늘은 1만 3천보 가까이 더운 날씨에 땀을 좀 내고 왔다.
무엇보다 행복했던 것은 선생님과 함께 했던 찬송가 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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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하현우, 최유리, 악동뮤지션 등 여러가지 가요까지 듣는데...
그것을 거꾸로 쓴다면, 이 음악적 취미는, 음악을 배우는데 있어서도 약간의 양분이 되어주었다.
벌써 레슨이 끝나간다.
지수씨! 알죠? 이번 한 주는 로봇이 되는거예요! 기계처럼 정확도에 집중하는 거예요!
선생님의 엄격함은 변함없이 아름답고, 예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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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자 마자, 정리를 하고, 곧장 잠에 든다.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눈을 떠도 기도 뿐...
눈을 감아도 기도 뿐....
시편 어느 구절에 써 있었다고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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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원장님의 레슨들을 기억해보려고 애를 쓴다.
일주일간 피아노 앞에 설 때마다 나는 진지하고, 또 가벼워질 것이다.
그렇게 피아노와 친해져가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
글로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속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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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작가였던가, 생떽쥐페리는 그랬다고 한다.
저 먼 바다로 가고 싶을 때는,
배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저 머나먼 세계 뒤에 뭐가 있는지 꿈꾸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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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님은 피아노를 떠먹여주실리 없다.
피아노를 잘 치는 테크닉 또한 알려주시지 않는다.
오직 말씀해 주신다.
이 기본을 계속 걸어간다면,
그 머나먼 세계 뒤에는 빛나는 세계가 있음을 전달해 주신다.
아! 박 원장님. 특별한 선생님.
힘을 내세요. 다음에 만나요.
한 곡을 예쁘게 치는 그 날까지, 저는 멈추지 않을테니까요.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저의 깊은 애정과 존경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 2025. 08. 26. 제자 허지수. (베를린 음악학원)
- 바이엘 제 2권 및 찬송가 370장 연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