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에세이)

[돌아온피아노 2편] 착각과 공부

시북(허지수) 2025. 8. 26. 00:50

오늘의 귀한 피아노 레슨은 끝나간다.

 

대화까지 아름다웠던 행복한 시간이 저물어 가는게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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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무엇일까

어느 좋은 책에서는,

아는 것에서 모르는 세계로

들어가는 비밀이라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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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부터 사람들은 착각하게 된 걸까

더 많은 지식을 자랑하고

마치 경주라도 하듯이 땅만 보고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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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는 것은, 사실은 오늘 배운 뜨거운 스.타.카.토.

통통튀는 어떤 경쾌함을 배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1/2만 가는 지혜는 삶을 풍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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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씨의 행복 여행이라는 영화는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1개를 가지고도 행복할 수 있으며,

 

3개를 가지면 더 즐겁지 않을테고,

 

300개를 가진다면 우리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게 될 것이라고!

 

 .

 

나는 새벽에 잠을 깨어 생각에 잠긴다.

 

우리는 질서만을 따라가고

그것만이 전부라고 착각한다

 

강자에게 고개 숙여버리고,

 

약자의 목소리는 외면하는 게 마치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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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술은 다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기억한다.

 

가우디는 건축을 도전한다.

 

하지만 완성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도전했다.

 

성경의 66권의 이야기를 건축물에 섬세하게 담고자 했다.

 

그 이유는...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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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운이 매우 큰 사람이다.

 

글을 읽을 수 있었고,

 

젊었을 때는 꽤 많은 글을 읽어 왔고,

 

많은 시행 착오 끝에, 좋은 글, 좋은 사람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참을 수가 없다.

 

좋은 책 한 권을 만나는 날에는 그 설렘에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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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음악 한 곡을 들을 때는, 마음이 힐링된다.

 

지금도 윤상 선생님이 작곡하셨다는 "달리기"를 듣고 있다.

 

참 좋기만 하다.

 

그 중에 제일 좋은 것은 역시 "좋은 사람 한 사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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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박 원장님은 한 음도 놓치지 않고 섬세한 가르침을 이어가신다.

 

그 진지한 태도에 사뭇 놀란다. 나도 질 수야 없다.

 

귀를 쫑긋 세운다. 시키는대로 도전한다. 속으로 말한다. 들리지 않게 말한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1 만 업그레이드 되는거야. 두근두근.

 

하지만, 이내 원장님께 들키고 만다.

 

지수씨! 그렇게 치는게 아니고요! 조금 더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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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린 최고의 결정은 역시, 최고의 선생님께 과외를 받는 것이다. 그 기쁨은 특별하다.

 

어린 시절 야학을 다니며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선생님들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어린 나이에 이미 대학교를 합격했음에도, 나는 차라리 책을 읽겠다며 대학을 포기했다.

 

그 미친 선택에도, 부산대학교 수학교육과 배 선생님께서는, 박수를 보내시며 말씀하셨다.

 

멋있는 지수야, 너는 언젠가 최고가 될 꺼야. 그러니 걱정하지마.

 

20년이 더 흘러버렸다. 얼마 전에는 부산대학교를 한 바퀴 돌고 왔다.

 

오늘은 1만 3천보 가까이 더운 날씨에 땀을 좀 내고 왔다.

 

무엇보다 행복했던 것은 선생님과 함께 했던 찬송가 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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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하현우, 최유리, 악동뮤지션 등 여러가지 가요까지 듣는데...

 

그것을 거꾸로 쓴다면, 이 음악적 취미는, 음악을 배우는데 있어서도 약간의 양분이 되어주었다.

 

벌써 레슨이 끝나간다.

 

지수씨! 알죠? 이번 한 주는 로봇이 되는거예요! 기계처럼 정확도에 집중하는 거예요!

 

선생님의 엄격함은 변함없이 아름답고, 예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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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자 마자, 정리를 하고, 곧장 잠에 든다.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눈을 떠도 기도 뿐...

 

눈을 감아도 기도 뿐....

 

시편 어느 구절에 써 있었다고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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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원장님의 레슨들을 기억해보려고 애를 쓴다.

 

일주일간 피아노 앞에 설 때마다 나는 진지하고, 또 가벼워질 것이다.

 

그렇게 피아노와 친해져가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

 

글로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속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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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작가였던가, 생떽쥐페리는 그랬다고 한다.

 

저 먼 바다로 가고 싶을 때는,

 

배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저 머나먼 세계 뒤에 뭐가 있는지 꿈꾸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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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님은 피아노를 떠먹여주실리 없다.

 

피아노를 잘 치는 테크닉 또한 알려주시지 않는다.

 

오직 말씀해 주신다.

 

이 기본을 계속 걸어간다면,

 

그 머나먼 세계 뒤에는 빛나는 세계가 있음을 전달해 주신다.

 

아! 박 원장님. 특별한 선생님.

 

힘을 내세요. 다음에 만나요.

 

한 곡을 예쁘게 치는 그 날까지, 저는 멈추지 않을테니까요.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저의 깊은 애정과 존경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쇼팽... 건강이 좋지 못했으나, 열정적으로 살았던 당신을 추억합니다.

 

- 2025. 08. 26. 제자 허지수. (베를린 음악학원)

- 바이엘 제 2권 및 찬송가 370장 연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