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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죽음과 시간

시북(허지수) 2025. 8. 31. 01:30

 

 숙모의 어머님께서 어제 돌아가셨다.

 나는 숙모의 어머님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친척인 관계로 참석할 예정이다.

 

 향년 94세...

 인생을 많이 살면, 많이 보이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죽음을 기억하라 라는 격언을 꽤 좋아했다.

 달이 차고, 빛나는 전성기가 있는가 하면,

 달이 기울고, 내려가는 씁쓸한 순간도 있으니까.

 

 오랜만에 컴퓨터를 켜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차분히 담아본다.

 아버지도 편찮으시고, 동생도 과로로 썩 건강이 좋지 못하다.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다.

 거의 세 번. 용기를 내어 진심을 전했으나, 정중히 거절당했다.

 슬픔의 잔을 마시고 나니, 오히려 힘이 난다.

 

 요즘 가장 감사한 것은

 충분한 수면시간의 확보이다.

 잘 자고 잘 일어나서 맑은 정신이 찾아오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야지.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

 나는 모든 것을 걸어보았다.

 

 홀가분하다. 시원하다.

 이대로 인생이 끝난다고 해도,

 이제 아무런 미련조차 들지 않을만큼,

 온 힘을 다해 보았던 시간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신영복 선생님처럼 정갈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제법 나이를 먹었고,

 지도 교수님께서는, 글에 힘을 빼라고 늘 강조하신다.

 

 오늘도 기교없이 진실만을 담담히 담고 싶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립다.

 어서 대학원 진학에 성공해서, 더욱 치열해지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서,

 

 아이들과 함께 부산대학교에 다니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상상도 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2-3년 늦는 것 쯤이야, 충분히 즐거운 일이 아닐까.

 

 아침에 눈을 뜨면, 또 약 10여개나 되는 컬렉션 게임들을 팔아치운다.

 다 버리고, 또 버리고, 내가 진짜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꿈에 도전했다는 단 한 가지.

 그것이면 충분하다.

 

 실패면 어떠하리.

 나는 요즘의 내가 참 좋기만 하다.

 

 - 2025. 08. 31. 허지수 (시북)

 - 이 글이 약간의 자랑이나 오만함으로 들리지 않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