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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그리움 - 반짝반짝 빛나던 그 선생님

시북(허지수) 2025. 9. 16. 16:19

부산대학교를 산책하다가, 오늘 찍은 사진 입니다. 인문대학 맞은 편 방향 입니다.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저 눈물이 먼저 흐른다.

 

 전화를 걸었다.

 먼 곳에 있는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아! 여기 그 선생님이 계신 학교가 맞아요!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맞은 편 목소리가 그토록 반갑고 설렜다.

 

 나의 마음은 그렇게 전해졌다.

 어린 시절, 반짝반짝 빛나던 그 선생님께,

 나는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갚을 길이 없기만 하다.

 용기를 내서, 먼 곳까지 찾아갈까 깊이 고민하다가도,

 열 번, 백 번을 생각해봐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을 고이 접는다.

 

 그럼에도 보고 싶은 마음은 지워지지 않는다.

 연필로 쓰여있다면... 사랑을 쓱싹쓱싹 지울 수 있었겠지만,

 깊은 사랑은, 흔적으로 남아 있어서 아무리 지워보려고 해도...

 그리움은 깊어 간다.

 

 우리는 동갑내기 였다.

 나는 늦게 학업을 시작한 학생이었고,

 그 선생님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주셨다.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거기까지도 알려주셨다.

 

 PNU 지리교육학과의 (노력의) 천재 선생님이 계셨다고만 남겨놓겠다.

 

 나는 믿는다.

 그렇다,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는 너무 커서 글로 담지 못하겠지. (적어도 나에게는)

 그럼에도...

 좋은 선생님과의 만남은, 내 삶을 바꿔놓았다.

 

 특별히 그 선생님이 기억나는 것은,

 각별히 나를 아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는, 그 좁은 길, 임용고시를 통과하자 마자,

 나에게 소식을 전하러...

 

 내 마음 속 추정으로는,

 맛있는 음식이라도 한 끼 선물하기 위해서,

 나에게 즐거운 소식을 전했을 것이다.

 

 .

 

 그런데 나는 얼마나 비겁했던가.

 고작 의과대학 이 뭐라고.

 선생님의 마음을 그렇게나 아프게 했단 말인가.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면 된 것이지.

 반드시... 하얀 가운을 입고서 살아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 때의 잘못을 아무리 반성해도,

 실수를 되돌릴 순 없었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순 없었다.

 

 나의 가시는 선생님을 얼마나 아프게 했을까.

 지금은 선생님도, 나도, 세월을 약간은 보내게 되었다지만,

 (10년 혹은... 아무튼 더 흐른 일이지만...)

 그 시절의 속상한 일들은,

 미안하지만, 너무나 생생하게 지워지지 않는다.

 

 .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텐데.

 

 선생님! 저 잘했죠!

 저 다른 길을 선택했어요!

 저 19살에 대학도 안 갔고요!

 도서관도 자주 갔고요!

 

 저 한국사도 공부 했고요!

 그리고, 공부방 교사도 했어요!

 

 그리고, 나는 이렇게 말할텐데.

 선생님. 너무 축하드려요. 너무 그리웠어요.

 꽃다발을 준비해왔어요.

 

 이제 멋진 길 가셔야 하는 거 아시죠?

 이제 힘든 길 가셔야 하는 거 아시죠?

 

 .

 

 다만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래.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걸.

 그래. 멋지기만 한 사람은 없는 걸.

 그래. 누구든 실수할 때가 있는 걸.

 

 혹여, 사랑하는 그 선생님과.

 먼 곳에 계신 그 선생님과 다시 연락이 닿는다면,

 이제는 반드시 웃으면서 딱 한 마디 할 수 있으리라.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 2025. 09. 16. 허지수

 - 그 시절, 금정열린배움터 (금정야학) 졸업

 - 먼 곳에 계신, 그 선생님을 추억하며. 그 선생님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