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혹은 15년 만인가. 여하튼.
다시 이 길 앞에 서게 될 줄은...
정직히,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다만 이제껏 해 온 일이란,
좋은 강의를 잘 듣고, 기록으로 남겨놓은 것이 전부였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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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세계는 이상하다.
아이들에게 늘 비슷한 이야기를, 귀가 따가울만큼, 하고 또 한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공부해라.
(최근의) 어느 날,
내가 그토록 아끼는 친구가 밤 늦게 연락이 왔다.
거의 자정 무렵이었다.
이 과목이 너무 힘들어요. (잠시, 언급하자면 - 과학이었다!)
나는 그 S.O.S. 신호를 듣고서, 아주 깊이 생각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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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이, 미래를 여는 열쇠는 상상력이고 믿는다.
그리고, 그 힌트는 수학과 음악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음악은 기왕 시작했으니, 꽤 열정을 쏟고 있다.
나는 그토록 수학자 허준이 선생님을 좋아하지만,
조금은 재밌게도,
우리는 제법 닮은 곳이 있어서,
자기 연구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전문 수학자라는 고급 직업은 내게는 맞지 않는 옷이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또한 재밌는 지점이다.
(수학) 정승제 선생님이 그토록 노력하고 계시니까,
(역사) 최태성 선생님이 그토록 노력하고 계시니까,
나는 맨 뒤에서 응원하고, 내게 주어진 삶 앞에 서면 되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다음 주 부터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이번에는 통합 과학 공부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성공 가능성은 2% 정도로 희박할 것이다.
그럼에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노력해 보는 게, 더 재밌을 것 같다.
나의 5년 - 10년을 통합 과학의 기초를 이해하는 것에 보낸다면,
그 역시 뜻깊은 일이 되지 않을까 혼자 또 상상의 날개를 달곤 한다.
왜냐하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는 게 그만큼 비어 있는 (웃음)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록, 오히려 진지하게 공부할 때, 유리하다는 것을,
그 역설을 종종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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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바라보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 멋진 질문 앞에 - 2025년 가을 - 나는 서 있다.
그리고, 우연히도 - 2025년 가을 - 그 친구의 생일도 다가온다.
내가 그 친구를 귀하게 아끼고 사랑하며, 다정하게 응원하는 방법은,
나 역시 같은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 아닐까?
아주 긴 사고 (생각) 끝에, 신중하게 결론을 내렸다.
그러므로, 당분간 또 모닝페이지를 쓰지 않을 계획이다.
글은 연속적으로 51개나 썼으니, 충분히 노력했다. 아주 좋았다.
이 다음 글은, 과학에 대한 연구를 50개 정도는 써야 하지 않을까.
빨라야 매주 1개 라는, 아주 느린 업데이트가 되겠지만,
그럼에도 써야 하지 않을까.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므로 또 다시 EBS 와 함께 걸어야 하겠지만,
공부는 뭐, 나의 오랜 취미이므로, 하나의 기쁨이 되어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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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의 밀양여자고등학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아는 그 지수가 맞지?
목소리로도 전해지는구나!
지금도 그토록 밝은 사람이구나!"
인생을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오셨던,
은사 선생님의 지나치게 반가운 목소리 앞에서,
그 예쁜 선생님의 환하고 기쁜 미소 앞에서,
나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영혼의 상처들 마저 깨끗하게 씻겨져 내려간다.
사람은,
자신을 아껴주는 한 사람이 있어서,
눈물을 닦아내기도 하며,
또한, 가끔은 인생에서 가야할 길을 마주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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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무모하게 손을 들었다.
"공부방 선생님을 한 번 해볼께요!"
그 철없는 용기 덕분에, 나는 한없이 좌절하며, 참 많이 울었다.
운명이라는 것이 혹여 있다면,
나는 지금 또 다시 손을 들고 있다.
"한 번 더, 무엇인가를 아이들에게 알려줄께요!"
나는 한 치도 자라지 않았다.
또 다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하고, 울게 될 날이 벌써 보인다.
그럼에도 이 길을 가려는 것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힘내" 라는, 두 글자 보다는,
"괜찮아! 나도 어렵네?" 라는 여덟 글자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 다시 책들 앞에 서야 할 것이며,
또한, 시간을 좀 더 아껴야 할 것이며,
아이들과의 작은 이야기를 훨씬 귀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오히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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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제일 좋은 구간을 지나면서,
그 중요한 구간을, 나의 눈부신 성공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우산 하나 잠시 씌워줄 수 있는 인생이라면,
이 또한, 삶의 큰 기쁨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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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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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주님,
내가 당신을 경외하오니, (*경외 = 두려움과 존경)
나를 교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말게 하시고,
대우 받는 편안함에 속지 말게 하시고,
남은 인생을 작은 미소 잃지 않는,
굳센 돌덩이가 되어서,
데굴데굴 한 걸음씩 굴러가면서,
바보 같지만,
자본주의와 다른 길을 걸어가는,
주님의 길을 따라가는,
예쁜 사람으로 당신께서 빚어주세요.
현실에서 도망칠 바에야,
아픈 피를 흘리더라도,
올바른 길 위에 서게 하시고,
무관심의 시대에,
내가 할 수 있는데 까지,
단, 몇 명의 이웃이라도,
사랑하게 도와주세요.
아등바등, 높은 자리를 탐하는 어리석음 대신에,
자유롭게 날개를 펼치며,
시선을 나에게서 벗어나게 하소서.
남을 의식하는 것이 아닌, 나의 꿈 앞에 도전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세월 흘러, 주님을 만날 때,
나 비록 전도 한 명 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한 달란트, 열심히 잘 썼다고,
나를 불쌍히 여기사, 품에 안아주세요.
.
이렇게 글을 마치려고 정리하고 보니,
나는 여전히 꿈 많은 욕심쟁이 구나.
하나의 문이 마침내 닫혀서, 한없이 슬퍼했는데,
어느 덧, 또 다른 문이 열려서, 한없이 설레는구나.
부디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자.
천천히 가면 뭐 어때.
아이들이 일어서기 위해서, 그토록 시도하고,
마침내 감동적으로 일어서는 것처럼,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가난하면 뭐 어때.
모르면 뭐 어때.
지금 내가 멋진 스물이 아니면 뭐 어때.
세월은 변함없이 흐를테고,
이미 어른이 되기를 포기한 나는,
사람들에게 기대어 가며,
지혜로운 사람들에게 기대어 가며,
나의 이름 뜻 그대로,
작은 지혜를 발견한다면,
그것을 잘 지켜나가리.
.
마칩니다.
또 다시 기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편의 말씀을 빌려와서,
주님께 내 삶의 남은 시간을 부탁하니,
캄캄한 세상에서,
등불이 되어주시고, 길에 빛이 되어주셔서,
나를 선한 길로 인도해 주세요.
수 없이 넘어지고, 흔들리더라도,
선한 길을 정해서, 굳게 발을 내딛고,
마음이 교만한 자들 앞에서,
담대히 서서, 다윗처럼 용맹한 장수가 되어,
주님만을 의지하며, 전진하게 도와주세요.
부디,
지혜가 넘치는 총명한 멋진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의 아픈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작은 사람 되게 하소서.
- 2025. 09. 21. 이른 새벽에 허지수.
- 아침을 기다리며. 결단을 내리며.
- 시편 23편을 묵상하며.
- 내 평생에 (전능하신 주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 모든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고, 오직 내가 가야할 길을 바라보며.
- 동갑내기 천사 선생님, 밀양여자고등학교의 은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엄격함으로 교육의 올바른 길을 인생으로 보여주신 베를린 음악학원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 최태성 선생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늘 존경하고, 또한 사랑합니다. 인생을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 이제 모닝페이지 프로젝트 당분간 끝~ ]
걱정말아요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