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이상한 일을 한다.
피아노 건반을 눌러보며 애를 쓴다.
연습 없이 갑자기 잘 될리 없다.
너무 낮은 음도, 너무 높은 음도 피아노에선 구현하지 않는다.
사람은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제한되어 있다.
피아노 건반이 88개로 아름다운 선율이 충분하듯.
나에게 불필요한 것이 살짝 보이기 시작한다.
물건. 그것도 많이 아끼던 게임기계 하나를
내다 팔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겼다.
유튜브라는 곳에 접속해 1개월 유료를 다시 구독하고,
멋진 클래식 음악들을 마음껏 즐겼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기. 나에겐 큰 용기가 필요했다.
없으니까 속상하고 허전할 줄 알았는데,
역시 없어도 되는거였구나 마음이 놓인다.
인생은 좋은 사람 한 명만 알고 지내도 충분한 성공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한 때의 꿈은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보기 였다.
평온 속에 살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악역, 나쁜 사람이 되어버린 적도 오히려 많았다.
위선 이라는 이상한 말이 나를 눌러서 괴롭힌 시간은 길고 길었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어쩌면 누구나 위선의 발판을 아슬아슬 딛고 있다.
다만 심연 깊은 곳까지 "나빠지지 말자"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인다.
인생의, 남은 시간이 슬쩍 보인다.
워낙 많은 "놀기" 였기에, "쌓기" 였기에,
그 남은 시간.
작은 시간들이라도,
잠깐씩이라도,
삶이 소명으로 연주되고 싶다.
"조금만 더 버리고 올래?"
천국의 목소리는 이상한 울림이 있다.
그래. 슬픔, 후회, 자책, 다 버리고,
내 지혜에 발이 걸린 나머지,
삶조차 엉망으로 꼬여,
우스꽝스러운 정직한 모습만 남길 바란다.
그렇게 마음껏 울며,
제대로 살아본 적 없었음을 고백할 뿐이다.
나에게 솔직하지 못했음을 고백할 뿐이다.
총기를 잃고, 반짝임을 잃고,
즐거움이 꺼져가는 것이 분명하더라.
길을 찾은 멋진 사람들,
꿈을 이룬 훌륭한 사람들 대신에,
신의 흔적 조차 의심하는 초라한 모습으로 서서,
그럼에도 삶이 너무 좋았다고 나 연주하리라.
너무 아파 걷지도 못했던 삶이었잖아.
잠조차 이루지 못했던 고통이었잖아.
병원 밖 풍경을 얼마나 많이 꿈꾸었나.
그렇게 선물 같은 삶이었잖아.
아픈 날들이여, 고마워라.
잘 되지 않는 날들이여, 고마워라.
아프다고 사랑받은 추억은 오직 아름다우니.
해보겠다고 애쓰는 그 흔적들 조차 소중한 추억이 될테니.
삶은 초라하고,
깊은 아픔 속에서도 행복으로 연주되기를 나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