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enn Hoddle
축구종가인 잉글랜드에는 걸출한 선수가 이곳 저곳에 많았습니다. 글렌 호들도 그런 잉글랜드 레전드 중에 한 명입니다. 현란한 테크닉으로 토트넘의 슈퍼스타로 군림했던 글렌 호들의 이야기를 애독자님의 요청으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프로필
이름 : Glenn Hoddle
생년월일 : 1957년 10월 27일
신장 : 183cm
포지션 : MF (공격형 미드필더)
국적 : 잉글랜드
국가대표 : 53시합 8득점
잉글랜드가 배출한 명테크니션, 글렌 호들
사실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한다면 어딘가 와닿지 않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토트넘은 이제껏 리그에서 1위를 차지한 적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거쳐갔던 것도 사실입니다. 글렌 호들 역시 토트넘에서 맹활약한 잉글랜드의 레전드 선수입니다.
1975년 토트넘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글렌 호들은 10대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면서 주전자리를 꿰찹니다. 특히 1979-80시즌에는 19득점을 몰아넣으면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으며, PFA 올해의 영플레이어 상을 차지합니다. 일약 토트넘을 대표하는 스타로 떠오른 것이지요. 국가대표로도 발탁되었음은 물론입니다. 참고로 이 상을 받은 최근 선수로는 2007년에 C호날두, 2008년에 파브레가스 였습니다. 따라서 글렌 호들의 눈부신 활약을 이렇게나마 비교로 느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글렌 호들은 천재 플레이어로 통했습니다. 창조성이 뛰어났으며, 패스 감각과 볼 테크닉은 일품이었습니다. 슈팅기술도 탁월해서 침착한 마무리슛이나 중거리슛도 잘 넣었습니다. 높은 득점력을 가진 당대 잉글랜드의 대표적인 테크니션 미드필더 였다 하겠습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중원의 키플레이어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국가대표 데뷔무대에서 골을 터뜨리기도 했고요. 당연히 글렌 호들은 이후 많은 팬들 마음속에서 인상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토트넘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12년간 활약하면서 377시합 88득점의 걸출한 활약을 펼친 글렌 호들, 비록 리그 우승은 할 수 없었지만 그가 토트넘에 큰 공헌을 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80년대 FA컵 2연패에 결정적 공헌을 했고! 또한 UEFA컵 우승도 따냈습니다. 1986년 월드컵에서는 잉글랜드 국가대표로서 모든 경기에 풀타임 출장하면서 8강에 공헌하기도 했습니다.
글렌 호들의 첫 리그 우승 트로피는 뜻밖의 나라에서 차지하게 됩니다. 1987년 정들었던 토트넘을 떠나서 프랑스의 AS모나코로 건너가게 되는 글렌 호들. 타국에서도 곧바로 적응한 후 좋은 활약을 펼쳤고 새 소속팀 AS모나코는 1987-88시즌 리그 우승을 당당히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30대가 넘어가던 글렌 호들이지만 이듬해에는 18골이나 몰아 넣으면서 탁월한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1991년 잉글랜드로 돌아온 글렌 호들, 이제부터 그는 또 하나의 신화를 써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2부리그에 속해있던 스윈든 타운의 선수겸 감독으로 활약을 시작합니다. 지난 날 잉글랜드의 인기스타가 지휘를 맡은 스윈든 타운은 놀랍게도 글렌 호들이 온 첫 해에, 승격의 감격을 맛보았습니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서 1993년 첼시에 선수 겸 감독으로 부임합니다. 첼시에서도 그는 감독으로서 실력을 인정받습니다. 지금처럼 호화명문팀이 아니었던 첼시였음에도 UEFA위너스컵 4강까지 이끈 것이지요.
이러한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글렌 호들은 마침내 1996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을 이끌게 됩니다. 불과 38살! 역대 최연소 잉글랜드 감독이 된 것입니다. 글렌 호들 감독은 잉글랜드 대표팀을 98월드컵 16강에 이끄는 등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6강에서 아르헨티나와 승부차기 접전끝에 패배) 다만 당시 손꼽히던 천재 개스코인을 멤버에서 빼버리는 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이 젊은 감독은 그러나 이듬해 1999년에 망언을 해서 이번엔 제대로 물의를 일으키고 맙니다! "장애인들은 전생에 지은 죄때문에 그런 것이다" 라는 엽기적인 발언을 한 것입니다. 가끔 그런 이야기 하지요, 천재 중에 돌+아이도 많다고... -_-; 이제껏 잘 나가던 이 인기스타이자 젊은 감독은 이후 대표팀 감독에서 해임되고 말았지요. (호드게이트 사건으로도 불리는 이 엽기적인 사건은 가디언지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듣기도 했습니다, 가디언지는 글렌 호들이 불구가 된 지성을 갖고 있다면서 맹렬히 조롱했습니다.)
이후 오히려 죄값을 치룬 것은 역설적이게도 글렌 호들이 아닐까 합니다. 2001년에 친정팀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그래도 토트넘 팬들로부터 젊은 명장이 왔다는 기대감으로 환영을 많이 받았지만, 정작 부임 이후에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오다가 끝내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시즌 중에 해임되는 창피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본인도 상심이 컸다고 합니다.
2004년부터는 울버햄튼을 맡기도 했는데, 당시 울버햄튼에서 뛰었던 설기현 선수와 함께 이름이 몇 번씩 오르곤 했지요. 2006년 감독생활을 그만두고서, 요즘은 축구해설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오르막만 걸어가던 인기스타가 오만한 막말을 하다가 망한 케이스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게 자나깨나 말 조심 해야지요. 이제 글을 마치며 글렌 호들의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발췌해서 덧붙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그 시대를 살아갔던 토트넘의 팬들, 또 글렌 호들을 사랑하던 일부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그를 쉽사리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놀라운 골장면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천재소리 듣던 선수의 기막힌 테크닉들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지요. 애독해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