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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view]/기타

[SFC] 파이널 판타지 6 헌사

친절한 시북(허지수) 2010. 2. 21. 22:40

 드디어 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 하게 될 날이 왔습니다. 90년대 SFC시대 최고봉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전설의 명작 - 파이널 판타지 6 - 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조금 고민됩니다만, 우선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이 녀석을 접한 이후로 충격이 적지 않았고, MD에서 SFC라인으로 갈아탔던 직접적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 본 리뷰에는 누설(네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FF6을 접하지 않으신 분은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1994년 작품으로서, 판매량은 무려 255만장. 11,400엔에 달하는 고가품입니다만, 그 가치는 대단했습니다. 우선 감탄을 자아내는 그 훌륭한 사운드에 대하여, BGM을 들을 수 있는 곳을 적어놓고 시작하겠습니다. ( http://topicscollector.blog55.fc2.com/blog-entry-3431.html ) 배경음악의 퀄리티는 정말 일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절묘하게 잡아주는 음악들이었고, 박진감의 전투음악, 보스전 BGM의 강렬함과 이벤트씬에서의 애절한 사운드도 잊지 못하는 음악입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10년 ~ 15년이 더 지났지만, 종종 듣고 싶어질만큼 특별했던 음악들이었다 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멋진 말이네요.

 시스템적인 완성도도 좋지만, 특히 다양함과 개성을 살린 캐릭터성과 진한 여운을 주는 이벤트씬, 그리고 스토리들은 그야말로 백미입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티나와 세리스를 좋아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같이 플레이하던 녀석 중에서는 쉐도우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했고, 가우에 꽂혔던 친구도 있었어요. 하여간 개성이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어서 개개인마다 다르게 어필하고 있는 모습이야 말로, 캐릭터성을 살리는 것에 대한 진수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합니다. 전체적으로 극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고, 하드웨어의 한계가 느껴질만큼 대단했던 퀄리티였습니다.

 흔히들 말합니다. 게임? 그거 한다고 밥이 나오냐, 그런 걸 통해서 뭘 배우겠니...
 제 취미는 독서와 게임입니다. 책은 텍스트로 읽어내려가고, 때로는 상상력을 요구하기도 하고, 가끔은 몇 줄의 문구가 인생을 바꿀만한 힘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명작게임은 어줍짢은 책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파판6은 당대의 평가를 따른다면 "영화를 능가하는 퀄리티의 작품" 이라 불립니다. 파판6의 이미지 중에 강렬히 남아 있는 것은 "미래로의 희망"을 들 수 있습니다. 작중에서 세리스 라는 여인은 모든 것을 잃고 절망해서, 절벽 에서 몸을 던집니다. 누가봐도 절망할 수 밖에 없는 참혹한 상황에서 던진 최후의 카드였지요. 그 어떤 판타지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현실에서의 탈출구를 찾을 수 없었던 겁니다. 삶을 함부로 포기해서는 곤란합니다만, 때로는 삶을 놓고 싶을 만큼 괴로운 현실을 마주할 지도 모릅니다.

 ... 다행히 그녀는 죽지 않았어요. 그리고 아주 작은 쪽지 하나를 발견해, 그것을 의지해서 삶을 이어나가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서 여행을 시작합니다. 앞이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걸어갈 수 있는 것이 인간 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사형을 선고 받은 후의 그 아찔한 경험을 기억하고, 소설에서 보여주었듯이, 인간에게는 경이로운 것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 극도의 절망 속에서도, 도저히 희망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 조차도, 움직이려고 발버둥 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어쩌면 생명의 경이로움, 살아있음의 경이로움입니다. 미래로의 희망에 대해서 이토록 큰 생각꺼리를 던져주던 것. 이것이 제게는 FF6 에서 배운 가장 큰 보물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 인생은 그 어떤 순간에서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 - 을 알려주었던 값진 체험이었지요.
 
 그녀를 바꾼 것은 지금의 현실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라는 자각이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스스로의 모습이 전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마음의 날개가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자신이 그것을 펼친다고 마음먹는다면, 우리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현실의 벽과 한계를 넘어서라도 나아갈 수 있는 거라고 믿습니다.

 제가 끝이 안 보이는 온라인게임보다는, 시작과 끝이 있는 비디오게임을 선호하는 까닭도 비슷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게임"이라는 웅덩이에 빠져서 인생을 로그아웃한채 허우적 거리거나, 단순히 현실를 도피하는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꽤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래서 게임한다 라는 말은 욕먹고 비판받을 짓을 하는 것과 같은 뜻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왜 영화 등과 같은 건전한 취미로 인식되지 못하는 가, 그것이 지금에 와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물론, 모두의 게임 이라는 컨셉의 Wii와 NDS의 성공적인 도약스토리도 있으니, 반드시 그러한 것만은 아니겠지요 ^^ 여하튼, 좋은 시나리오의 게임작품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엄청날 수도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는 듯 해서, 조금 장황하게 늘어놓았습니다. 죄송 (...)

 다시 파이널 판타지 6 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일본 아마존에서 가장 인상적인 리뷰를 옮겨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꿈, 희망, 용기, 사랑이라고 하는, 의외로 현재에는 말해지지 않는 것을 스트레이트하게 테마로 하고 있고, 그 속에서 갈등 하는 주인공들을 보면, 그렇게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 그 자체가, 제일 아름답다는 것을 눈치채게 해 줍니다. 어른이라 할 수 있는 제작진이 아이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무엇인가를 전하려 하고 있었던 시대의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헉... 저 분 정말 리뷰 잘 쓰죠? 감탄할만큼 핵심적인 메세지를 전하고 있네요. 부럽습니다. 나도 저런 필력이 되고 싶네... 끙. 그래요. 현재에는 희망, 꿈, 용기, 사랑 같은 가치는 진부하거나(낡았거나) 유치한 테마로 생각해서 직접적으로 잘 다루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째서인지, 무기력증에 걸려 있는지, 두려움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 내지 않는다거나, 표현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지요. 저도 말이 많은 편이지만, 비슷하고요 속 깊은 곳의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습니다. 꿈이 뭐지? 용기 있게 살고 있니? 넌 무슨 희망을 품고 있니? .... 손발이 오그라들고, 정말 대답하기도 민망한 질문들이지 않습니까. (내가 아저씨화 되어가서 그런가 -_-;;;) 우리는 다들 그냥 둘러대기에 편하고, 서로에게 쿨하게 노터치 하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아니면 아예 생각따위를 접어놓고, 그냥. 이라고 말해버리곤 하지요.

 파판6의 캐릭터들은 어떻게 보면 적나라하게 자신의 욕망을 좇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좇는 것은 돈, 명예, 편안함 이런 것들이 아니고, 매우 진부한 테마입니다. -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이야.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만이라도 꼭 만나고 싶어. 내 꿈을 찾고 싶어. 아니... 나 자신을 찾고 싶어. - 이런 소망들을 깊이 있게 묘사하고 있고, 연출하고 있는 파판6. 정말로 시대를 넘어서도 빛나고 있는 명작의 포스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고, 게다가 조금 길어졌네요. 뭐든, 적당한 분량이 읽기가 편한데 말이지요 ^^ 여하튼 이만 줄여야 겠습니다. 파이널 판타지6는 특별한 부분이 있는 RPG 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세계 멸망을 막고자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에 반해서, FF6은 멸망해버린 세계를 구할 수 없다는... 내 인생은 여기까지야... 라는 그 지독한 절망감과 싸워나가는 RPG 였다고 개인적으로 평합니다. 전체적으로 가볍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개개인의 사연들이 펼쳐나가는 드라마가 있으며, 그 속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살아나가는 삶의 진수가 들어있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써보니 객관적 리뷰보다는, 주관적인 찬사에 가깝게 펼쳐진 것 같네요. 제목을 차라리 헌사로 바꾸었습니다. 하하. 그럼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이러다 파판13은 언제 넘겨보나 ㅜㅜ... 쿨럭)


댓글
  • 프로필사진 부리바리 허허.. 역시 스퀘어의 리즈시절은 플스1 보다 슈패 시절이였던것 같습니다.

    rpg로 어린시절에 밤도 새보고 -_-;;

    더군다나 6탄의 경우 커맨드 입력 등등... 기존 rpg들보다 참신한 방식도 많았고...

    어쨋든 이런 명작을 리뷰로 또 만나게 되니 정말 반갑네요.
    2010.02.22 23:33
  • 프로필사진 시북 파판의 전성기는 흔히들 3-4-5-6-7 라인을 많이들 꼽으시더라고요 ^^ 슈로대는 알파-알외 시절이 제일 이름을 날리던 때였다고도 하고... 세상이 빨리 변화되는 것만큼이나 파판의 이후 엄청난 변화들을 따라잡기에는 개인적으로 좀 벅찬 기분마저 듭니다. 하하... 2010.02.23 12:57
  • 프로필사진 지나가던낭인 파판은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케프카의 등장시 그 웃음소리...그리고 유명한 오페라신...1부스토리 마지막에 쉐도우를 기다리냐 안기다리냐에 2부에서 쉐도우를 볼수있느냐 없느냐가 결정이되고...위ㅅ분 말처럼 커맨드를 입력하는 기술까지...그리고 그당시에 한차원 뛰어넘는 그래픽...뭐 마지막엔딩이 좀 그렇다고 하는 분들이 많기는 했지만말이죠..그이유가 아마 너무 길다가 대부분이었지만 ㅎㅎㅎ...아 그리고 자유도도 좋앗죠...가우의 이벤트는 괜히 눈물도났고...맷쉬 이름이맞나..여하튼 이 사람 최강기술을 익히려면 사부를 찾아가야하는데 안찾으면 기술도 못보고 엔딩을 볼수도잇고...여하튼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혁신이었죠^^ 간만에 옛추억을 떠올렸습니다 ㅎㅎ 2010.03.05 02:25
  • 프로필사진 시북 동호회에서도 오페라신이 정말 잊을 수 없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 시대를 많이 앞서나갔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낭인님의 긴 댓글을 보면서 저도 여러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하. 그러고보니 정작 시스템에서의 특이점은 별로 언급을 안 한 것 같습니다. 가우는 기술 다 배우는게 과연 가능한가 싶었고, 쉐도우는 여관에서 잠을 잠에 따라서 숨겨진 뒷이야기가 나오고, 여러가지 재밌는게 많았던 것 같아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 2010.03.05 07:13
  • 프로필사진 라콜카코 아주 재미있었던 작품이었죠. 특히 오페라신은 정말 대단했어요. SFC 가 메가드라이브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RPG 의 퀄리티 차이가 많이 났었죠. 닌텐도의 배타적인 마인드 때문에 결국 PS 가 후속기 경쟁에선 승리했지만 올드 팬으로서 SFC 시대만이 가져다 주는 90년대 초반의 느낌이 참 그립네요. 2010.03.08 23:28
  • 프로필사진 친절한 시북(허지수) SFC시대의 느낌이라...^^ 좋았던 게 많았지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이후 PS,SS 시대로 가면서 로딩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이 약간씩 걸리기에, SFC시대 특유의 쾌적함과 완성도에서 향수를 느낍니다. 3D로 넘어가면서 실험작들도 많았고, 색다른 시도가 많아지는데, 하필 그 무렵부터 정신없이 살아가느라 잠시 게임과 멀리했던 탓도 있겠고... 모쪼록 댓글 감사드립니다 라콜카코님. 2010.03.09 19: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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