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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view]/기타

[SFC] 드래곤 퀘스트 6 리뷰

친절한 시북(허지수) 2010. 8. 13. 16:19

 1995년에 대한 추억을 되짚으며, 성검전설3의 이야기를 언급하고 나니, 역시 그 무렵 또 하나의 명작으로 불리는 DQ6 에 관한 이야기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슈퍼패미콤 시절 가장 재밌게 즐겼던 RPG 중 하나였던 드래곤퀘스트6 환상의 대지. 이 작품의 즐거움은 다양한 곳에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현실의 세계와 꿈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펼쳐지는 그 복잡미묘한 세계관이 매우 인상적이었지요. 요즘 인기있는 영화 - 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인셉션 같은 느낌일까요. 하하. 여하튼 두 세계를 함께 다루면서, 기나긴 모험 여정을 다룬 방대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추억의 명작 DQ6 의 이야기로 한 번 출발해 봅시다.


 실은 DQ6 이전까지는 솔직히 말해서 저는 파판팬이었지, 드퀘팬은 아니었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째는 당시 드퀘는 연출 면에서, 파판 보다는 다소 클래식 했었습니다. 90년대 당시 캐릭터 전체를 보여주면서 압도적인 연출을 자랑하던 파판의 전투에 비하면, 드퀘는 1인칭 시점으로 고정되어서 연출이 좀 단순한 감이 있었습니다. 드퀘 역시 발전은 조금씩 해가면서 몬스터가 움직이게 되었고, 귀여운 맛이 있었지만, 뭔가 2%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드퀘는 이벤트가 텍스트 위주로 진행되고, 마을 사람들과의 회화 같은 세세한 것이 중요합니다. (DQ의 회화 텍스트량은 수천장에 육박합니다)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이지요. 그렇게 에닉스의 DQ를 다소 기피해 왔는데... (옛날 드퀘 시리즈들을 지금 다시 해보면 그 답답함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뭐랄까, 느리게 한 걸음씩 가는 느낌의 RPG 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연하게 드래곤퀘스트6에 푹 빠지고 말았지요. 무엇보다 그 복잡한 세계관이 특이하고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공간을 넘나든다는 발상이 유쾌했고 신선했지요. 또한 전작들에 비해서 화면이 깨끗하고, 몬스터들의 움직임도 있었으며, 음악도 거의 오케스트라 급으로 향상되었던 것도 장점입니다. 과거 드퀘들에 비해서 자유도도 향상되었고, 전체적인 속도(템포)도 빨라졌고, 여하튼 여러가지로 좋은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파고들기 시작하면, 계속 팔 수 있는 것이 드퀘6의 깊이였습니다.

 드퀘6은 직업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전직을 하고, 숙련도를 통해서 기술을 배워나간다는 개념입니다. 누구나가 마법사, 전사, 게다가 용자까지도 될 수 있다니! 헉... 물론 이 점은 찬반으로 나뉘는 역효과도 있긴 합니다. 아무나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선택이 폭이 넓다는 것을 말해주지만, 아무래도 그만큼 다양하게 키워내는데는 시간이 걸리고, 강한 캐릭터를 만들고자 레벨 노가다 같은 작업에 시달릴 위험도 있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한 캐릭터가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 보는 느낌은 흡사 FF5 같기도 하고, 꽤나 고민하면서 키우는 보람은 있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몬스터를 동료로 삼을 수 있다는 숨은 재미도 컸습니다. 자유롭게 어떤 파티를 구성해서 강적과 싸워나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지요.

 예전 드퀘시리즈 들이 대게 그렇듯이 난이도도 만만치 않게 높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리메이크가 되는 드퀘들은 상당히 난이도가 내려갔지만, 당시 슈패미 시절에는 강한 보스 만나면, 승리를 하는게 무척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장비를 맞추는 것은 물론이고, 캐릭터들을 잘 키우지 않으면, 고생하기 좋은 높은 난이도 였습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이 더 좋아하는 것이겠지요. 적당히 산이 높아야 오르는 맛이 좋겠지요.


 올해 초, 닌텐도DS로 이식되었다는 소식에 기쁘기도 했지만, 정작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은, SFC시절에 워낙 많이 팔 때까지 팠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숙련도 노가다에, 숨은 던전을 외우다 싶이 드나들면서 레벨을 거의 끝까지 올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긴 분량을 다시 경험할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웃음) 여하튼 완성도 높고 볼륨감도 방대한 명작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RPG의 경우 시나리오나 시스템 둘 중에 하나에 비중을 두기가 쉬운데 DQ6은 두 마리 토끼를 잘 엮어내서,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낸 그 절묘한 밸런스가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레벨노가다도 (예컨대 디스가이아 정도로 시스템이 뛰어나면) 그 성장이 즐겁고, 그 성장을 통해서 강력한 보스를 향해서 진군해서 맞붙어 보고, 새로운 세계로 개척해 나가는 그 과정 자체가 참 잘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금 얄궃은 비유지만, 마치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 문제집 같습니다. 그 정도로 난이도 있게 그 과정을 진득하게 풀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히 있어서, 몰입감을 느끼면서 도전하는 맛이 좋지만, 한 번 클리어 해내고 나면, 다시 풀어볼려니 좀체 시간적으로 엄두가 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아직 DQ6을 안 해봤다면 - SFC 에뮬레이터로 하든, NDS로 해보든, 여하튼 한 번 쯤은 진득하게 놀고 싶은 RPG를 찾는다면 역시 추천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 바로 드래곤 퀘스트 6 입니다. 어려운 일본식 RPG를 파보겠어! 라면 DQ6 만한 즐거움을 주는 걸작도 많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본다면 이번 NDS 로 리메이크된 작품은 아직 DQ6을 안 해본 사람을 위한 리메이크가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리메이크에 따른 추가요소가 거의 없었거든요. SFC시절의 높은 퀄리티를 단지 NDS 휴대기로 옮겨놓았다고 보면 딱 맞을 듯.)

 마치면서 -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당시 드퀘6에서는 현실의 자신과 꿈 속의 자신이 만나서 눈을 뜨게 되는 장면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면서 강력한 기술도 습득했고요. 아직도 이것이 기억나는 것은 그만큼 이 장면은 두고두고 중요한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자면, 현실은 지금 현실의 자신이고, 꿈 속의 자신은 - 자신이 바라던 혹은 성공하지 못했던 -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지요. 그것이 만났을 때 뭔가를 깨우치게 된다. 이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살아가는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는 것입니다. "난 무엇을 바라던 사람이었을까..." 그걸 가끔 생각해보면, 뜻밖의 삶의 힘이나, 실마리를 찾게 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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