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터키의 명골키퍼 뤼스튀 레츠베르

시북(허지수) 2010. 11. 23. 23:26

 오랜만에 터키로 좀 날아가보겠습니다. 터키하면, 2010년 11월 현재, 거스 히딩크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어서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야 뭐 세계사를 좋아해서 터키라면 - 맨먼저 동서양의 만남, 이스탄불, 문명의 조화 이런 것부터 생각나긴 합니다만 -_-;;; 터키하면, 축구 4강 이라는 강호 이미지도 최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주역 중에는 명골키퍼 레츠베르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한 인상 하는 레츠베르 이야기 출발합니다!

 프로필

 이름 : Rüştü Reçber (Rustu Recber) - 레츠베르, 레치베르 등으로 표기
 생년월일 : 1973년 5월 10일
 신장/체중 : 186m / 76kg
 포지션 : GK
 국적 : 터키
 국가대표 : 120시합 (역대 출장 1위)


 터키 최고의, 아니 어쩌면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 - 레츠베르 이야기

 어린 시절에 맨유의 수문장이었던 피터 슈마이켈을 좋아했다는 레츠베르는, 재밌게도 오른쪽 윙어 출신입니다 :) 17살 때, 감독의 한 마디가 인생을 바꾸었지요. 너는 체격도 좋고, 골대 앞에 한 번 서봐봐, 보기도 좋구만! 이후 골키퍼로 포지션을 옮겨서, 열심히 연습하기 시작하지요. 게다가 골키퍼라는 포지션이 몸에 잘 맞기도 했습니다.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레츠베르는 소속팀의 3번째 골키퍼 였고, 출장 기회도 당연히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도하던 코치의 눈에는 뭔가 달라 보였나 봅니다. 그의 골키퍼로서의 높은 잠재능력을 발견했고, 멋진 말을 해줍니다. 너는 머지 않아서 터키에서 가장 훌륭한 골키퍼가 될꺼야. 그리고 이 말은 곧 현실이 됩니다. 크 멋진 드라마 같은 스토리들!!!

 터키의 명문팀으로 이적하게 되는 레츠베르는 당시 베식타슈에서 뛸 예정이었지만, 우연히도 갑작스레 자동차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메디컬테스트에서 탈락, 결국 다른 명문팀인 페네르바체로 이적하게 되었지요. 우여곡절 끝에 명문팀에 왔지만, 첫 시즌은 임대부터 다녀와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그러나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당시 페네르바체의 정골키퍼는 국가대표까지 맡고 있었던 띠동갑 수문장 Engin İpekoğlu 였는데, 부상을 당하고 맙니다. 12살이 어린, 레츠베르의 기회가 드디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의 잠재능력은 멋지게 폭발하지요. 이후부터 페네르바체와 터키의 골키퍼는 바로 뤼스튀 레츠베르의 몫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최고의 골키퍼로 주목받으면서 대활약을 펼쳐나갔습니다.

 터키 대표팀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렇게 강력한 수준의 팀은 아니었지만, 점차 실력이 향상되면서 90년대 중후반 부터 각종 국제무대 본대회(월드컵, 유로)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유로2000 에서도 훌륭한 선방을 거듭 보여주는 레츠베르 였고, 팀의 8강에 크게 공헌합니다. 이미 유럽의 손꼽히는 골키퍼로 이름을 날립니다.

 슛이 날아오면 순간적인 반응속도가 뛰어났고, 거침없는 투쟁심과 용감한 마음가짐, 정확한 위치선정과,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수 많은 골들을 막아냈습니다. 전성기 시절 레츠베르의 실력은 당대 골키퍼 중에 한 손가락 안에 든다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도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막고, 또 막아내면서 37번의 슈팅을 막아냈습니다. 대회 MVP 였던 올리버 칸이 22번의 선방을 했다고 하니, 가히 기록으로도 대단했지요. 명실상부 한일월드컵 골키퍼 중에서는 칸, 레츠베르, 이운재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일 겁니다. UEFA 베스트일레븐, 월드컵 올스타팀에 선정되면서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나자, 거의 모든 명문클럽들이 레츠베르에게 와달라고 손짓합니다. 아스날에 갈 뻔 하다가, 어린 시절부터 가보고 싶었다던 FC바르셀로나와 계약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언어 장벽(골키퍼도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한 포지션입니다) 등의 문제로 이 도전은 1시즌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지요. 다시 페네르바체로 돌아와서 3시즌을 보냈고,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현역 마지막은 베식타슈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라이벌 팀으로 이적이라서 욕도 좀 먹었다고 합니다. 하하.) 국가대표로 2009년까지 활약하면서, 무려 120경기를 소화했지요. 역대 1위 기록이 되었지요. 유로 2008 8강전 크로아티아 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막아버리는 포스는 가히 압권이었습니다. 이번에도 팀의 4강에 큰 공헌을 했지요.

 중요한 대회에서 골키퍼의 비중은 참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레츠베르가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했던 그 긴 시간들이 참으로 의미 있었고, 좋은 성적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수호신이라는 말이 어울리던 멋진 골키퍼 였고, FIFA100 에도 선정되면서, 역시 레전드 반열에 올라섰지요. 세계적 명문클럽에서 뛰지도 않았고, 주요대회에서 4강 벽을 넘지 못했지만, 괜찮습니다. 훗날에도 당신의 이름은 당대를 대표하던 명골키퍼로 기억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정말 멋진 선방 모음 영상을 덧붙입니다 ^^ 애독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