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도 보통 30대가 넘어가면, 실력이 계속 성장하기 보다는 플레이 자체가 노련해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디에나 예외는 있기 마련입니다. 나이가 많아도 계속 성장해 나가는 신기한 선수도 있습니다. 30대에 전성기라는 말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지요. 오늘은 그런 인상적인 선수 한 명 소개할까 합니다. 러시아 국가대표였던 카르핀 입니다!
프로필
이름 : Valeri Karpin
생년월일 : 1969년 2월 2일
신장/체중 : 185cm / 77kg
포지션 : MF
국적 : 러시아
국가대표 : 72시합 17득점
30대가 전성기? - 러시아의 스타플레이어 카르핀 이야기
에스토니아에서 태어난 카르핀은 어린 시절 운동으로 꿈을 이루겠다는 소년이었지요. 에스토니아 유소년 농구 대표 였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다재다능한 스포츠소년 카르핀은 1986년 축구선수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됩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축구에서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자 1990년 소련의 명문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로 이적하는데 성공합니다. 90년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리그 최고의 강호였지요. 이 팀에서 모스토보이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92, `93, `94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합니다.
한편 90년대 초 소련이 붕괴되자, 카르핀은 러시아 국적을 선택해서 국가대표로 뛰기로 결심합니다. 국제무대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였지요. 이미 러시아에서는 손꼽히는 재능으로 인정받던 카르핀이었고, 94년 미국 월드컵에 출장도 했고, 유럽에 이름이 상당히 알려지게 됩니다. 1994년에는 무대를 옮겨서 라리가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합니다. 그리고 라리가에서도 잘 통했지요. 95-96시즌에는 13골을 폭발, 라리가 굴지의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립니다. 그러자 발렌시아 팀이 카르핀을 데려옵니다. 아쉽게도 발렌시아는 그 해 성적이 좋지 못했고, 한 시즌 만에 카르핀은 떠나게 됩니다.
그가 선택한 팀은 약체 셀타 비고. 그리고 거기에는 러시아 국가대표인 모스토보이가 있었지요. 카르핀과 모스토보이는 기막힌 연계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셀타 비고는 이후 항상 상위권 팀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지요. 모스토보이는 황제라고 칭송받았고, 카르핀은 러시아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재능이라 평가받습니다.
카르핀은 거칠었고, 카드도 종종 받았지만, 오른쪽 측면을 지배하고 있던 놀라운 선수였습니다. 날카로운 드리블은 눈부셨고, 정확한 크로스와 훌륭한 골 결정력도 자랑이었습니다. 카르핀은 시야도 넓어서, 그야말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키플레이어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르핀을 놔두었다가는 상대 수비진이 엉망이 되버리니까, 꽤나 절묘한 존재감이었지요. 일찍부터 실수가 거의 없는 선수라고 평가받았던 카르핀은 셀타 비고를 강호로 이끌었던 공을 인정받으며 1999년 러시아 최우수선수에도 선정됩니다.
만 30세가 넘어가면서도 카르핀은 스피드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테크닉은 더욱 세련되었고, 멋진 팀플레이를 보여주며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90년대 말 셀타비고의 화려하고 화끈한 공격축구는 요한 크루이프 마저 칭찬을 할 만큼 뛰어났습니다.
2002년 카르핀은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현역 마지막을 보내게 됩니다. 이제 곧 30대 중반이 되었지요. 그런데 여전히 카르핀은 펄펄 날았습니다. 소시에다드에서 오른쪽 측면을 보기 좋게 지배하며, 팀에 크게 공헌했고, 레알 소시에다드는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선두 경쟁을 펼치면서 화제를 낳습니다! 시즌 막바지에 아쉽게 페이스가 떨어지며 우승은 레알 마드리드가 차지하지만, 레알 소시에다드 로서는 충분히 멋진 시즌이었지요.
카르핀은 2005년 은퇴할 때까지 레알 소시에다드의 스타 선수이자, 정신적 지주로 변함 없는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 강팀에서 활약하지는 않았지만, 안정감 있고, 독특한 포스로 필드를 누볐던 당대 러시아의 인기스타라 하겠습니다. 러시아 대표 역대 출장 2위인 72시합에 출장했고, 17득점을 올렸습니다.
은퇴 후에는 스페인에서 축구 해설 등을 하다가, 현재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물론 카르핀이 세계적으로 크게 유명한 선수는 아니겠지만, 프로젝트는 이렇게 한 명, 한 명 채워나가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스토보이와 카르핀의 환상 콤비네이션 영상을 덧붙이며 오늘 이야기는 마칩니다. 독자님들께 늘 감사드리며,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