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리뷰

시북(허지수) 2011. 11. 25. 15:03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겠고요. 적어도 장하준 교수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이하 23가지) 를 읽고 나면, 다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느낌이 듭니다. 그럴싸하게 들리는 목소리 들이 알고보면, 그저 탐욕의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소리 (예컨대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자유시장이 중요하다 식의 이야기) 가 그렇습니다. 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어떤 나라는 돈을 많이 받고, 어떤 나라는 돈을 적게 받는지에 대한 통찰들은 진실을 담고 있지만, 불편합니다. 더 힘든 일을 하면서도 더 적은 돈을 받는 것은 결국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어렵긴 해도, 충분히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좋은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저자 : 장하준 / 역자 : 김희정,안세민 / 출판사 : 부키
 출간 : 2010년 11월 4일 / 가격 : 14,800원 / 페이지 : 368쪽


 이 책의 큰 줄기 중 하나라면, 규제에 대한 생각일 것입니다. 규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때로는 보호무역 아래에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점입니다. 예컨대 포항제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자유무역 상태에서 시작했다면, 커가기도 전에 경쟁력이 없어서 도태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일본의 예를 좀 찾아보니, 일본도 관료 주도 하에 보호 무역을 통해서 경쟁력을 키운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많이 변해버렸지요. 신자유주의가 득세함으로서, 보호 무역은 해서는 안 될 것 처럼 되었고, 개방하고, 자유롭게 사고 파는 것이 살 길인 것처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롭게 교환이 가능한 세상이 된다면,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는 제품들은 자라날 힘을 잃게 되므로, 약소국의 경우 (점점 팔 게 없어지므로) 장기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장하준 교수님의 지적입니다. 한미FTA도 이런 관점에서 서두르기 보다는 좀 더 경쟁력을 키우고 맺어도 되지 않겠느냐 라는 것이지요. 더욱이 우리나라는 복지제도도 별로 없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되면, 살 길 찾기가 어려워, 하늘이 노랗게 보일 지경이니까요... FTA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경쟁력이 필수다 라는 것이지요.

 금융에서의 자유도 마찬가지로 비판적인 시선으로 접근합니다. 출입이 자유로운 자본은, 장기 투자 보다는, 단기적 이익을 노리는 경우가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서 실물 부분의 성장력을 없애 버리고, 투기성 자본은 단물만 먹고 빠져버리는 이른바 먹튀 투자가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를 통해 경영효율화(?)를 한답시고,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등 근로조건을 열악하게 하고, 기술과 설비 투자를 줄이고, 이로 인해 단기적 경영이익을 극대화 시키고, 훗날 그 투자 자본이 빠져버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은 자들의 몫이 되고 맙니다. 다시 말해서, 어느 정도의 규제와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시장은 완벽하지가 않으므로, 감시해야 하고, 탐욕을 부리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함을 몇 번이고 생각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폴 크루그먼 교수님의 책 등이 읽기가 어려운 것에 비해서, 장하준 교수님의 책은 그래도 그나마 쉽게 읽히기 때문에, 참 좋았습니다. 시장주의, 자유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한 번 따져봅시다! 라는 주장은 귀기울여서 읽었습니다.

 또 한 가지, 개인이 받는 임금도 자유롭게 결정된 것이 아님을 지적합니다. 이민을 규제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서 임금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어떤 의미에서 정치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사회 속에서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생각합니다. 본문에도 언급되지만, 스위스는 대학진학률이 50%도 안 되지만, 일자리가 있고, 취직이 되는 데,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엄청나게 높은데도, 대학을 나와도 비정규직이 된다... 학력 인플레와 빚을 내서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를 되묻게 됩니다. 어쩌면 이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 문제로 귀결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 일개 30대의 평범한 리뷰어가 무슨 답을 내놓겠습니까만, 생각해 볼 주제는 던질 수 있겠습니다. 유럽에서는 격하게 폭동까지 일으키면서, 자신의 일자리와 권리를 지켜내려고 투쟁을 하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그들은 어쩌면 말 안 듣는 "나쁜" 국민인 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월가에서도 최근 월가를 점령하라 라는 구호가 등장하면서 주목을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99%다 라고 주장하면서, 1%의 오만과 탐욕에 대해서 경고하는 이른바 "나쁜" 사람들이지요.

 우리는 사회 속에서 길들여져 옵니다. 착한 사람이 되기를... 저항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자본의 논리에 순응하는 사람이 되기를...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성공하고 부자가 될 수 있다 라는 막연한 희망고문이 가지지 못한 사람들 앞에 주어집니다. 말 잘 듣는 착한 사람, 아무 말 못하는 착한 사람, 결국 이렇게 가만히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많은 것을 잃게 되는게 아닐까요? 지적하고, 항의하고, NO 라고 말할 수 있는 나쁜 사람이 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좋은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자동차가 좋을 수록, 달려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당장 강력한 엔진이나, 고급스러운 외관 등이 떠오르기 쉽지만, 차가 좋을 수록 브레이크가 좋습니다. 아무리 잘 달려도, 제대로 멈추지 않는다면, 좋은 차가 아니라, 위험한 차가 되니까요. 좋은 사회 일수록, 제대로 된 안전 장치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안전 장치를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좋겠지요.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안전 장치를 만드는 행위인가, 없애는 행위인가? 만약 안전 장치를 없애는 행위라면, 우리는 나쁜 사람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경제가 수치상으로 높게 성장하더라도, 안전 장치를 희생해 가면서까지, 폭주해서 달리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치거나 심지어 시체 위를 밟고서 지나갈 수 밖에 없겠지요. 이것은 나쁜 사회이자, 올바르지 못한 사회일 것입니다. 더 좋은 자본주의, 지킬 것은 지켜나가는 자본주의가 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공멸하게 되겠지요.

 결론은 간단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지금 우리들의 결정이 중요하다 라는 것입니다. 특히 시스템을 만들고,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의 논리와 그 이면까지 정확하게 파악해서,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나쁜 사람이 될지언정, 당신들 올바르게 행동하라. 라고 말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이고, 올바른 행동을 지지해 나가고, 그릇된 행동에 하나 둘 철퇴를 내려가면서, 사회는 좋은 사회로 발전해 나간다는 상식. 수치에 속지 말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따져보는 행동. 그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해 보면서, 부족한 리뷰를 마칩니다. / 2011. 11.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