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부당거래 (The Unjust, 2010) 리뷰

시북(허지수) 2013. 2. 7. 02:27

 잘 만든 한국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대단합니다. 월드컵에서 유럽의 강호들과 맞서서 당당하게 붙어보는 그 기분이랄까요. 게다가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색깔이 들어가게 되므로, 한국영화만이 주는 매력도 큽니다. 젊은 감독 류승완 감독의 명작 범죄 영화, 부당 거래 이야기를 오늘은 써볼까 합니다. 새벽 1시, 네이버 검색어에는 지금 축구 관련 이야기가 줄줄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덕분에 블로그도 축구 유입이 갑자기 늘어나서 조금 당황스럽네요.

 

 갑자기 축구 이야기를 섞어서 하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방인의 작가 카뮈는 골키퍼를 했던 경험을 살려서, "공은 누군가 오기를 바라는 방향으로는 절대 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축구를 통해서 배웠다" 라고 멋지게 쓴 바 있습니다. 무명 블로거인 저는 이것을 패러디 해서, 재밌는 표현 하나를 쓸 수 있습니다. "경기가 불리하고, 지고 있고, 답답해 보이면, 우리는 너도 나도 반칙 기술을 시도한다는 것을 축구게임을 통해서 배웠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축구와 축구게임에 빠져살았던, 저는 언제 사람들이 반칙을 난무하게 되는지 압니다. 바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축구에서 배우는 멋진 진실 입니다.

 

 

 즉, 말하자면 부당거래는 반칙, 나아가서 옐로카드와 레드카드가 난무하는 이야기 입니다. 거칠고, 적나라하며, 현실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세밀한 묘사가 돋보입니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와 욕망을 가지고 춤추듯이 숨가쁘게 움직입니다. 부당거래를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검사는 역시 킹왕짱이다? 하하, 그것보다는 요즘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멘트가 더 어울리겠지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류승완 감독은 인터뷰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은 공부를 못해서 대학을 못갔고, 자신의 일에 대해서 고졸 출신이 할 수 있는 편한 일이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같이 공부 못해서 대학을 못간 사람은, 류 감독님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 공부 못해도, 무엇인가를 근사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멋지게 보여줘서 고맙습니다!

 

 부당거래는 집단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참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한 사람의 세치 혀는 사실 혼잣말에 불과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사람이 모여서 험담을 하기 시작하고, 악플을 달기 시작하고, 막가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지면서, 괴물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쯤되면 루머가 사람의 뇌를 망치로 찍어 누르게 되고, 소문이 한 사람을 못박아 버리는 것은 순식간이 됩니다. 개개인이 홀로 서지 못하고, 집단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자신의 쾌감을 발설시키고 있는 동안, 누군가는 밤잠을 설치면서 괴로움을 겪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것은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좀 더 거칠게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과거 우리는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은 잡아다가 감옥에 넣어버렸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주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일단 적으로 돌리고 보았습니다. 이러다 보니, 사회에는 부작용이 생겨났습니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튀는 행동을 했다가는, 옷 벗어야 합니다. 이게 정말 좋지 못한 일이지요. 당장, 봄이 오면 산을 올라가 보세요. 얼마나 다양한 꽃과 나무가 있는지요. 아름다운 사회일수록 개개인의 취향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보수고, 진보고 간에,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가지 못한다면, 독재가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절대로 경계대상 1호지요. 절대 권력은 무엇이 되었던 부패한다니까요 :)

 

 그런 의미에서 저같은 블로그 글쓰기 활동도 조심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인고 하니, 부당거래의 기자처럼 대가를 받고서, 무엇인가에 우호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하는 점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여론조작"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지요. 쇼핑몰 같은 공간에서도 이런 댓글 물타기가 발생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이기심을 경계하지 않고, 그것을 당연시 하게 되면, 공공적인 순기능들이 훼손되어 간다는 점은 언제나 유념해야 할 대목입니다.

 

 영화에서 행복한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재밌는 대목이었습니다. 최고 엘리트인 검사도 욕먹고,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욱 심하고, 경찰쪽도 마찬가지 입니다. 수사대 에이스라는 황정민 (최철기 역), 그는 가난하게 살고 있습니다. 조폭으로 나오는 유해진 (장석구 역) 은 이거 아니면 우린 다 죽는다는 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조금의 해석을 덧붙이자면, 사회의 주류로 올라갈 수록 심해지는 것은 압박감이고, 이것을 견뎌내는 강한 피부도 함께 있어야 합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어른이 되면 대부분 먹고 살기 힘듭니다. 쉽게 밥벌이 되는 일, 별로 없다는 게 현실이지요. 이 영화가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어쩐지 씁쓸합니까. 하하.

 

 이 영화를 즐겁게 보면서, 한편으로 부당거래의 베이스가 되고 있는 한국사회가 너무 거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금 더 서로에게 다정해야 하며, 조금 더 서로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힘겨루기만이 가득한 사회라면, 서로 피곤해지고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힘을 빼는 것, 다른 삶도 가능하다고 문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로를 막다른 길로 자꾸만 몰아가다 보면, 피보게 된다는 교훈, 부당거래에서는 정말 잘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여기까지 시종일관 무거운 이야기만 가득한 리뷰가 되었네요. 하하. 밝은 점은 그렇다면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음, 상상력을 동원해 본다면 좋겠지요. 경찰 최철기가 조금만 더 행복하고 여유가 있던 사람이라면 어땠을까요? 그는 결코 그렇게 몰락하여 괴물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것은 환경이 아닐까요? 라는 질문이 어울립니다. 영화의 비정한 결말을 보면서, 빡빡하게 살지 않도록, 마음의 여유를 찾으면서 살도록, 저는 계속 되뇌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지요. "삶의 여유를 잃어버린 인생이란, 자신도 모르게 괴물로 변해갈 수 있다." 지금까지 멋진 영화 부당거래 리뷰였습니다! / 2013.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