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이층의 악당 (2010) 리뷰

시북(허지수) 2013. 3. 19. 21:16

 한국 코미디 영화의 수작으로 평가 받는 이층의 악당 입니다. 특히 한석규 김혜수 두 배우의 훌륭한 연기력이 좋습니다. 설정도 크게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상당히 현실적인 묘사가 재밌습니다. 왜 그들은 그렇게 사는게 힘든지요. 하하. 이해되기 쉽도록, 공감하기 쉽도록, 친근하게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가령 남자주인공 창인은 이번에 제발 한 건 해서, 한국을 떠나는 게 욕망의 끝입니다. 영화는 모두의 욕망에 대해서 한 컷, 한 컷 보여주는 정성도 놓치지 않습니다. 때로는 코믹한 연극처럼 느껴지는, 이 잔잔한 에피소드들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시작부터 영화는 빵 터지는, 전설의 명대사가 나옵니다. 창인은 지금 거액의 골동품 찻잔을 찾아내기 위해서, 이층으로 이사를 오는 정공법을 선택했습니다. 이 집 어딘가에는 수억, 수십억쯤 하는 찻잔이 있다니까요! 자, 일층에는 끝내주게 예쁜 (그러나 본인은 우울한!) 연주와 그녀의 여중생 딸이 살고 있고요. 누가봐도 창인의 직업부터 의심스러운 순간이지요. 저도 방구하러 다닐 때, 집주인 할머니는 꼭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근데 뭐하는 사람인고?"

 

 

 악당 창인의 끝내주는 대사 "인터넷에서 악플 쓰고 있습니돠~" 조크 치고는 너무 웃겼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 거의 놀라운 예언이기도 하네요. 현실에서는, 나중에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에서 댓글 쓰면서 돈버는 고급직업을 가지고 있을지 누가 알았겠어요 (...) 여튼, 창인이 정정하고 작가라고 밝히는데, 직업을 속인 것 치고는, 능글 맞게도 정말 말도 잘 하고, 배짱도 좋습니다. 연주씨가 몇푼 아낀다고 계약서를 꼼꼼하게 안 쓴게 화근이었네요.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이제 바쁘디 바쁜 창인의 이중생활이 시작됩니다. 저녁에는 연주씨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야 하고, 아침에는 몰래 몰래 골동품 찾아 집안을 과학적으로 샅샅이 뒤져봐야 하고. 그러다가 일이 안 풀려서, 창고에 꼼짝없이 갇혀서 고생하기도 하고. 참, 물건 하나 찾기도 어렵고, 먹고 살기도 어렵네요 (웃음) 정말 안 찾아지는 이 물건은 거의 영화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데, 그렇게 볼 때, 이 영화는 한 집에서 벌어지는 각종 소소한 에피소드 모음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 하나 에피소드에는 상당한 통찰들이 들어 있어서 신선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10대 아이들까지도 돈과 권력을 정말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게 알고보면 대단히 부끄러운 일인데, 결국 누군가를 보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본다면, 어른들이 코묻은 돈을 더 얻기 위해서, 보다 자극적인 장치를 많이 마련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50-60대에 비한다면, 10대들의 문화에서는 최신 스마트폰이 "상대가치"가 월등히 높기도 합니다. 돈과 권력 선호는, 결국 더 잘 보이고 싶어하고, 더 잘 꾸미고 싶어하는 욕망을 한없이 자극합니다. 아주 비싼 옷이나, 비싼 화장품으로 치장한다거나, 방학 때, 잠시 눈을 집으러 가는 욕망이 가능해진 까닭은, 앞서 누군가 그 행위들을 꾸준히 오래도록 해왔기 때문입니다. 바꿔쓴다면, 우리나라 사회는 앞모습은 기술과 지성을 원할지라도, 그 뒷모습에 한해서는, 돈과 권력을 거의 숭배하고 있는 셈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불행한 모습으로 나오는 "성아"양이야말로 사회가 만든 피해자에 가깝습니다. 영화에서는 가해자가 동료집단으로 나오는데, 엄격히 말해서 우리 모두의 책임일 수도 있습니다. 악플을 위로 밀어올리는 행위에는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 혹은 암묵적 동의가 필요합니다. 면전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꼭 인터넷에서 막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저는 거의 10년 넘게 보고 있습니다. 간혹 악플로 인해서 고통 속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마음 약한 누군가의 고백을 뼈아프게 듣습니다. "댓글은 무서워서 볼 때마다 두렵다" 물론 댓글 문화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가 강심장이거나 대인배일 수는 없지요.

 

 코멘트가 무서워진 세상. 그래서 잘 보이기 위해서, 사회적 시선을 끝없이 신경써야 하는, 아이들과 연예인들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피곤해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카톡 사진은 꼭 꾸미고, 포샵하고, 여러가지 효과를 입혀서 올리곤 합니다. 아니면 각도를 잘 조정해서, 멋지게 혹은 예쁘게 잘 나온 사진만 골라서 올린다거나 등등. 그러므로, 우유소녀가 왜 잘 크지 못했냐고 비난하는 것은, 연예인 과거사진을 찾아보면서 웃는 것과 살짝 비슷한 시선이지 않을까요. 욕망덩어리인 인간은 자신은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상대방은 마치 흠없는 우상이길 원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끄러운 욕망들이 사회를 지배할 때, 성아가 죽고 싶다며, 구석에서 울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창인식의 능글맞은 표현들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게 아닐까요? 좀 느끼하면 어떻습니까? 아들아, 사랑해. 딸아 사랑해. 당신이 사파이어고, 에메랄드지. 사람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연습이 무엇보다 필요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외모 스캔과 남 따라하기로 살아가는 인생은, 나름대로의 자부심 (정확히는 내가 낫네라는 상대적 우월감) 정도는 줄 수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끝없이 비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계속되는 지출과 허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자본이 좋아할 일을, 스스로 자처하는 셈입니다. 즉, 정리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살아가는 게 행복한 인생의 출발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 입니다 :) 우리는 남의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드는 것을 사야 행복합니다! 주변의 조언은 참고사항으로만!

 

 가정의 행복이라는 말이, 이제는 판타지가 되었습니다. 이놈의 집구석이라는 대사에 의외로 웃음이 빵 터진 사람들도 많을 테지요. 로또 1등이 되어도, 배우자나 식구들에게 알리지 않는 비율도 절반을 훌쩍 넘을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도 이럴진대, 거액을 (알고보니 전과범인) 생판 남과 나눌 수는 없는 일! 연주가 재치 넘치게, 마지막까지 활약하는 장면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정작 영화의 마무리가 살짝 고민이 부족했던게 아닐까 라는게 옥의 티. (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끔 영화를 보다보면 마무리가 급히 대충한 느낌이 날 때가 있다 라는 그 말이 바로 생각나더라고요) 전체적으로는 참 잘 만든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리뷰를 마치며 오늘도 두 가지 정도, 음, 악플과 식사에 대해 간단히 생각해보면 좋겠네요. 자주 쓰는 말이라 미안하지만, 그래도 또 쓸렵니다. "악플과 이상한 글들에 신경쓰지 말 것" 왜냐하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또 유지해 나가는 데 쓸 에너지와 시간도 부족한 짧은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밥 먹으러고 간다고 하면 따라갈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이상한 소리는 그냥 신경꺼도 됩니다. 그 대신에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이 항상 필요합니다. 예컨대, 아이들은 언제나 함께 놀 수 있기를 원한다는 것 중요합니다. 여자들은 자신의 말을 주의 깊게 잘 들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이것도 중요하네요. 남자들은 품에 안겨서 아이처럼 위로 받고 싶어한다는 이 단순함도 중요하네요! 하하, 모두가 다 그렇게 부족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을 잘 챙기고 배려해 가면서,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 가는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지금도 보수적인 일부 유태인들은 인터넷을 안 쓴다고 합니다. 조금 당황스럽고,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는데, 생각해보니 조금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시끌벅적한 이야기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식탁에 앉아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인생의 소중함"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이 같이 앉아서 밥먹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신 인터넷을 하고 싶어하는 인물들은 많지요. 최신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요. 진짜 중요한 것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일까요, 아니면 식사와 대화일까요. 닥치고 카톡 채팅, 인터넷 서핑부터 하는게 당장은 편해보여도, 장기적으로는 만능약은 아니다 싶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저 역시도 스마트폰이 고마울 정도로 편리하고, 인터넷 덕분에 원하는 정보를 정말 많이 얻을 수 있어서 기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삶에 있어, "용기를 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이번 식사 자리에서는 같이 밥먹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건 어떨까요. 좋았던 일들을 이야기 해보는건 어떨까요. 혹시 혼자 밥먹는다면,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며 한 번 기합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먹고 살기는 참 힘들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조금씩 만들어간다면 좋겠네요. 영화에 나오는 재벌 2세식으로 한 번 마무리 한다면 - 여러분, 오늘도 화이팅 ^^! / 2013. 0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