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웅본색 (A Better Tomorrow, 1986) 리뷰

시북(허지수) 2013. 4. 2. 13:37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아, 이거 정말 어렵고도 설레는 질문 아니겠어요. 뭐 기본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대부분 돈과 명예를 추구하는 편이고, 못난 삶 보다는 잘 나가는 삶을 강렬히 원합니다. 영웅본색은 그 스토리가 참 대담합니다. 어떻게 이런식의 이야기를 이렇게 훌륭하게 찍어냈지? 하는 생각이 들만큼, 86년 영화 치고는 굉장한 힘이 있습니다. 첫 질문에 영화는 이렇게 답합니다. "돈 치워, 명예 치워, 남자는 우정과 형제애로 사는거야!" 유치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훗날 발표된 여러 연구들은 이것이 "진실"이라고 말해줍니다.

 

 사람이 언제 행복한가? 라고 바꾸어 질문한다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구"가 있을 때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물론 옛사람들도 이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면, 반가워서 밤이 깊어가도록 술잔이 오갔다는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아, 물론 사랑도 좋고, 여자도 좋다지만, 누군가의 올바른 삶을 위해서 조연을 자처하는 형님의 모습은 감동이자, 눈물입니다. 그들의 선택에 대해서 생각해 보며 리뷰를 써볼까 합니다.

 

 

 저는 약간 운좋게도 남들보다 영화"영웅본색"에 대해, 더 공감도가 높을 이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나보다 더 잘나가는 남동생이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동생이 경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입장이 있다보니 다들 주윤발(마크) 혹은 청춘의 장국영(송자걸)이 멋지다고 감탄할 때, 아 역시 적룡(송자호)처럼 사는 것이 감동적이지! 이러고 있습니다. 하하. 어쩐지 이 영화는 제게 질문으로도 다가옵니다. "과연 나는 동생 앞길을 막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가?"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영화 속으로 들어가보지요. 송자호는 조직의 큰형님으로서, 암흑가에서 인정받고 있는 거물이자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는 능력자 입니다. 다른 조직들과 거래를 하면서도, 잘못된 점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을 만큼, 판단력이 빠르고, 치밀한 행동을 초반에 아주 잘 보여줍니다. 간단히 말해서, 그는 이 바닥 조직생활이 완전히 몸에 익은, 암흑가 피부를 입고 있는 사람입니다. 놀랍게도 그는 친동생 자걸이 경찰이 되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도 있었고, 자호는 이제 암흑가에서 손을 털기로 결심합니다. 자, 왜 그랬을까요?

 

 앞서 말했지만, 자호는 누구보다 "직감"이 빠른 사람입니다. 서로 가는 길이 다르다면, 결코 동생과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것을 느꼈을 겁니다. 또한 동생이 자신 때문에 피해볼 것이라는 느낌도 분명했을테고요. 뭐, 요즘이야 계산 빠른 사람이 많으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그대로 조직 큰형님으로 살 것 같은" 욕심많은 사람도 많겠지만, 자호가 다른 점은 계산이 빠르면서도 과감히 물러서는 용기가 있다는 점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자호의 용기 있는 모습 입니다. "앞으로 비참해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가족들 발목잡는 인생이 되지 말자." 어쩐지 살짝 가슴뛰는 전개입니다. 빌붙는 인간과 독립적 인간이 있다면, 저는 당연히 후자편입니다.

 

 쌍권총을 화려하게 쏴주시는 마크는 그럼 어떤가요. 의리 있게 사는 남자의 대표격 아닙니까. 그는 배신자에게는 가혹하지만, 자호에 대해서는 놀라울 만큼의 우정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의견을 절대로 강요하지 않으며, 솔직하게 설득해 나가며, 거침없이 기분을 표현할 줄도 압니다. 마크의 가치관은 그의 대사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신을 믿냐고? 내가 바로 신이지. 자기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신이지" 마크는 그런 사람이었기에, 배신자를 직접 "처리"하고, 이른바 "증거테이프"를 빼앗고자 위험한 조직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어 갈 수 있는 엄청난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자호를 위해서 3년이나 참고 기다렸다는게 더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는 꿈꾸었지 않았을까요. 자호와 함께 다시 재기해서, 암흑가의 신, 전설로 불릴 수 있기를 원하지 않았을까요. 남에 의해서 조종되지 않는 마크 같은 남자, 참으로 멋진 매력이 있습니다. 다리를 다쳐서 제대로 걷기가 불편하지만, 적어도 그의 정신만큼은 영화에서 가장 확실하게 움직이고 뛰고 있습니다. 이제 몇 년 후면 영웅본색이 발표된 지도 30년이 되어가는데, 이 시대 사람들에게 마크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언제까지 정신불능으로 살래! 변명따위 그만하라고!"

 

 새로운 삶을 위한 열망으로 걷고 있는 자호, 독자적으로 움직일 줄 아는 마크, 그리고 이제, 경찰이 되어서 능력을 서서히 인정받고 있는 자걸을 살펴봐야지요. 자걸은 형에 대한 원망이 가득합니다. 용서할 수 없는 형입니다. 자걸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형때문에 아버지가 죽었고, 이제는 승진길까지도 방해가 되자,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을 형이 되고 맙니다. 자걸의 자상한 연인 재키가, 참 대범하게 나오는데, 재키양은 형과 함께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계속 권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자걸에게는 "원수와 산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당장 분노부터 차오르니까요.

 

 그럼에도 동생 자걸을 걱정하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는, "욕먹는 자호"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줍니다. "참고 견디며 속이 타들어가도 끝까지 동생을 위합니다" 끝까지 너무 좋은 형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호를 보고 있으면, 저는 우애의 비결을 발견할 듯한 느낌도 듭니다. 형제가 잘 지내는 심플한 답은 이렇습니다. "그가 어려운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돕고, 그가 잘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계속 가지는 것" 이 작은 것부터 실천한다면, 그 진심은 결국 통하는 날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와는 정반대로 "어떻게 사는지 아무런 관심도 없고, 자기 필요할 때 전화와서 돈 좀 빌ㄹ..." 라고 한다면 그런 형제관계가 좋을 리가 없겠지요. 그러므로 언제나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행동이 중요한 것입니다.

 

 영웅본색의 미덕은 바로 이러한 것입니다. 어려운 잔소리와 복잡한 퍼즐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행동으로 처리됩니다. 마지막 장면들은 보고 있으면, 그냥 눈물이 납니다. 경찰 자걸은 그렇게 미워하던 형을 위해서 부축하고, 최후에는 배신자에게 복수하라고 형에게 총까지 건네줍니다. "남자의 사랑" 입니다. 이제 조직의 복수를 마친 형의 대답은 더욱 인상적입니다. "스스로 동생의 수갑을 꺼내서 자신의 손에 채웁니다." 아무 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나란히 걷고 있는 형제를 보고 있으면, 계속 가슴이 뜨겁습니다.

 

 리뷰를 마치며 사람들이 가장 환호하는 장면 중 하나를 생각해 봅니다. 마크가 마지막에 돈을 포기하고, 목숨을 걸고, 자호를 위해서 유턴하는 모습입니다. 마크 역시도 상황판단 빠른 인물이었고, 자호가 살아돌아 올 수 없음을 "직감"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 대신에, 사람을 위해서, 위험의 불바다로 뛰어들어가는 모습에 우리는 열광했던 것입니다. 이것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200만달러보다 더 귀중한 것은 "남자의 우정"이다! 황금에 물든 세상에서, 사람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영웅"이 될 수 있고, 나아가 더 나은 내일과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정이 밥먹여 주냐? 라고 반문한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우정은 돈과는 다르게 밥을 먹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밥만 먹고 즐겁게 살 수 없습니다. 참 좋은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 이것보다 행복한 순간은 세상에 많지 않을테니까요" / 2013.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