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가위손 (Edward Scissorhands, 1990) 리뷰

시북(허지수) 2013. 4. 11. 00:08

 불후의 명작 가위손을, 세월이 흘러 한참 뒤에 다시 보면 무엇인가 다른 지점이 보일 것 같았습니다. 20년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슬프고, 순수한 영혼이 살아가지 못하는 현실과 겹쳐보여서, 여운은 또 다시 진하게 남습니다. 멋진 가위손을 보기 보다는, 마이너리티의 차별이 더욱 인상 깊은 영화 가위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존재는 어떻게 해서, 사랑받다가, 결국 외면받을 수 밖에 없는가? 생각할수록 가슴 미어지는 어른을 위한 동화, 조니 뎁의 섬세한 연기 속으로 떠납니다.

 

 스토리 라인은 참 쉽습니다. 과학자에 의해서 창조된 에드워드는 미완성 생명체 입니다. 손을 완성하지 못해서, 가위손을 갖고 있다는 게 엄청난 특징이지요. 평범해 보이고, 훈남 외모까지 가지고 있지만, 손이 다르다는 이유로 에드워드는 숱한 사건들을 만나게 됩니다. 또 한가지 특징은 티없이 맑은 마음가짐 입니다. 은행 한 번 가보지 못한,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계산감각이 부족하지만, 상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놀라운 창의성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우연히 화장품 외판원 펙이 성에 들어갔다가, 가위손 에드워드를 만나면서부터 출발합니다. 펙은 놀라울 만큼 따뜻한 마음으로 에드워드를 대해주고, 집의 식구로서 대우해 줍니다.

 

 

 첫 번째 만나는 슬픈 지점은, 옷 입기의 어려움 입니다. 이런 가위손으로 어떻게 옷을 잘 입을 수 있겠어요. 식탁에서 음식 먹는 것도 고역입니다. 새삼스럽게 손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에드워드는 가위바위보 라도 했다간 백전백패 입니다. 가위 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기쁜 지점도 있기 마련입니다. 처음 만나는 성밖 세계는 그에게 감탄 그 자체였고, 순수함으로 모든 것을 놀라워 하는 태도는 진지하게 다가와 가슴을 칩니다. "감탄하는 순수함"이 정말 근사합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게다가 불편한 단점으로만 생각되었던 가위손은 의외로 대단한 장점으로 비춰지기 시작합니다. 에드워드는 누구보다 빠르고, 누구보다 아름답게 정원을 손질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가적인 감성을 폭발시키며, 걸작품들을 하나하나 싹둑싹둑 만들어 갑니다. 순식간에 에드워드는 "가치 급상승" 인물이 되고, 호감도 MAX의 인물이 됩니다. 너도 나도, 정원을 손질해달라고 요청이 밀려듭니다. 코믹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사실 아주 슬픈 대목이기도 합니다. 필요가 있으니, 우르르 사람들이 가서 호의를 보여주고, 필요가 느껴지지 않을 때는, 겉에서 지켜보고 두려워하며, 필요가 아예 사라지면, 냉소적으로 돌아서며 적대적인 모습이 된다는 것. 영화 가위손은 인간 사회를 통렬하게 동화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드워드는 기뻤습니다. 금전적 대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좋아하고, 호의를 표시하자, 각종 신기술을 개발할 만큼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강아지를 예쁘게 꾸며준다거나, 이제 머리손질까지 능숙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더욱 환호하며, 가위손을 스타로 만들어 줍니다. 방송에도 출연하게 되었고, 헤어샵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됩니다. 그의 실력과 명성이면, 백만장자가 되는 것도 시간 문제처럼 보입니다. 정작 은행에 갔다가, 신용이 없다며 대출이 거절당하는 것도 기묘한 인간사회의 한 지점을 보여줍니다. 당신에 대해서는 기록만이 증명할 뿐인데, 너무 깨끗한 것도 문제였네요.

 

 기록만 깨끗한게 아니고, 그의 마음은 놀라울 만큼 맑아서 보는 내내 감탄을 줍니다. 그러다보니 적당한 삶의 요령과 기술이 필요한 사회에 적응하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 흘린 돈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 라는 질문에 그는 도덕적인 답을 고르지 않고, 사랑에 충실한 답을 고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겠어요" 다른 사람이 이런 답을 했다면 "속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에드워드가 말하면, 느낌이 달라집니다. 그는 자신을 구속하고 잡아넣은 경찰을 믿기 보다는, 자신에게 애정을 보여주었던 사람을 더 신뢰하고 사랑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는 아주 커서, 에드워드는 경찰에 잡혀가서도 결코 배신하는 법이 없습니다.

 

 너무 순수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남자, 가위손 에드워드. 찬사를 보낼 만큼, 소박하고 멋집니다. 그러나 사회는 그의 존재를 혐오하기 시작합니다. 이유가 더 마음 아픕니다. 에드워드가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 입니다. 욕심이 커져가는 사람들은 그에게 "시키는 대로 할 것"을 요구했지만, 에드워드는 그런 욕심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합니다. 게다가 사람을 구하기 위한 행동은, 오해를 낳아서, 순식간에 "위험인물"로 낙인찍힙니다. 무심한 현대인들과 너무 반대로 행동합니다.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고, 남이야 어떻게 되든간에 상관없이 살면 될텐데... 에드워드는 차마 그러질 못합니다. 위험한 사람이 있다면 도와야 하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가서 힘써서 일해줍니다. 그래서 이용 당하다가, 용도 폐기 되어서, 성으로 좇겨나는 모습은, 슬프고 참담한 드라마로 느껴집니다.

 

 순수한 에드워드의 마음을 좋아하게 된 킴... 그리고 킴의 곁에 있고 싶었지만, 자꾸만 뜻하지 않게 주변을 상처 입히는 에드워드. 그는 이런 모습을 차마 견디지 못하고, 마음이 무너져서 자신의 걸작품들을 훼손하기까지 합니다. 조금 분석적으로 접근한다면, 소수자들이 선한 마음으로 살고자 해도, 주변의 거센 비난에 독한 마음으로 변해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환경이 참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마을에는 소수의 "못난 사람들"이 에드워드의 마음을 망쳐버리고 맙니다. 특히 뻔뻔한 악역 짐이 보여주는 야비한 행동은 지독합니다. 이용하고, 두들겨패고... 결국 그러다가 역으로 당한다는 것이 살짝 잔혹동화 같았습니다.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존재를 유용성으로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 사람 뭔가 이상하다고, 우르르 몰려가 수근덕 거리는 것은 현대의 커다란 심리 중 하나입니다. 타인에 대해서 한물 갔다며 맹비난 하는 짓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독설입니다. 자신의 기준을 정중앙에 세워놓고, 범위 밖의 사람들에게 폭풍 험담을 즐겨합니다. 그 얼마나 끔찍한 행동들입니까. 이런 경향을 경계하지 않으면, 비난하느라 인생을 다 써버릴지도 모릅니다. 남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남과 다르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를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에드워드가 가진 창의적 상상력의 근원이었습니다. 저는 그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다른 위치에 서 있었기에,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쉬운 예를 들어보자면, 의자에 앉아서 세상을 보는 것과, 책상 위에 올라가서 세상을 보는 것은, 그 위치가 달라졌을 뿐인데도, 다른 생각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심지어, 앉아서 하는 생각과, 서서 하는 생각과, 걸으면서 하는 생각도 다를 수 있습니다. 단, 인체는 전력질주하면서 고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니 그것은 인간의 한계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하하. 어쩌면 그렇기에 여행이 중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곳에 있다 보면, 저절로 다른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토록 영화를 좋아하고, 즐겨보는 것은, 여러가지 생각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특별히 용감하고, 특별히 멋진 삶, 특별히 힘겨운 삶을 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책과 함께 영감의 보물 창고 이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가위손을 비난하지 않는 세상을 만든다면 최고겠지요. 다른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훨씬 더 풍요로운 교류가 가능하겠지요. 킴 같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더 아릅답게 보일테고, 악당 짐 같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더 위험한 곳으로 보일 겁니다. 타인에게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고 응원하고, 혹여 그 사람이 뜻하지 않게 상처를 입힐 때에도, 그 본심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너무 멋진 사람이겠지요!

 

 "나는 과연 어머니 펙이나 킴처럼 선의를 가지고 살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는데, 그럴 자신이 별로 없었습니다. 계산사회에 너무 물들어 익숙해진게 아닐까, 반성하고, 또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순수한 영혼의 교감을 끝까지 간직하면서 살아갔던 킴과 에드워드의 마지막 장면이 슬프면서도 참 아름다워서 앞으로도 가끔씩 생각날 듯 합니다. / 2013.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