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스쿨 오브 락 (The School Of Rock, 2003) 리뷰

시북(허지수) 2013. 4. 16. 16:54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전설적 명작이라면, 역시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와 스쿨 오브 락을 손꼽을 수 있겠지요. 최근 연속된 무거운 영화들에 피로감이 조금 있었는데, 스쿨 오브 락은 "일상의 해독제"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즐겁고, 유쾌한 영화로,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지요. 물론 락 마니아라면, 등장하는 각종 뮤지션들 이름 덕분에 살짝 놀랄 수 있겠지만, 락에 대해서 전혀 모르더라도 좋습니다. 매력적인 왕도 스토리라인과 개성 넘치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연기력과 연주력까지 더해져서, 그야말로 "전설의 음악 명작"이 되었으니까요.

 

 한편 어른들에게도 강렬하게 어필하는 대목이 있으니, 영화 내내 이어지는 "저항정신" 입니다. 몇몇 힘있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 세계에 대하여, 그들이 떠들어 대고 있는 메이저 가치관에 대하여, "Shut up!"을 날려줍니다. 우리의 S 선생은, 황금별 성적표에 대하여 행동으로 표현합니다. "찌~익, 찌~익." 별 것 아닌 장면이지만, 규칙에 대한 반항으로 본다면, 통쾌한 강펀치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 의해서 성적이 매겨진다는 행위에 반항하는 락! 우리가 만들어 보겠다는 그 정신! 이처럼 스쿨 오브 락은 자유로움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멤버를 구성하는 장면과 그들이 일을 해나가는 모습을 봐도 그렇습니다. 각자의 재능에 맞게, 모두는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소한 역할은 아무도 없습니다. 무대에서 주연에만 환호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반항 정신은 계속 됩니다. 조명? 너무 중요해! 매니저? 너는 특별해! 보안? 네가 우리를 지켜줄 수 있어! 이 섬세한 대목이 무척이나 감동스러운 것은, 일반적 가치관에 돌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인물에게는 중요한 대우를. 이런 룰에 대해서, 영화는 "Shut up"을 날립니다. 인간은 저마다 재능을 가지고 있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존재이다. 라고 못 박아 버립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뭐, 개인적으로 저는 반장 섬머가 상당히 귀여웠는데, 93년생이었기에, 지금은 벌써 20대 아가씨가 되어서 미드의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월 정말 금방이네요. 특히 애들 크는 것은 빠르지요. 하하. 어쨌든 극중의 아이들은 저마다 분명하고 중요한 역할들이 있으며, 이것들을 아주 잘해냅니다. 반장 섬머가 보여주는 정치력은 가히 환상적인 수준이고요. 어려운 순간에 빛나는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열어가는 재치 있는 모습은 유쾌한 압권입니다.

 

 사실은 조금 위험한 시나리오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무자격 교사가 제멋대로 교육하는 행위는 심각한 불법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과감한 질문을 던져볼까 합니다. "합법적으로 아이들을 암기 기계로 가르치는 행동이야 말로 괴물스러운 태도가 아닌가? 권위에 눌려 하고 싶은 일을 망각하면서 사는게 정당한가?" 그렇게 본다면, 점점 이 아이들이 S 선생을 사랑해 나가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S 선생으로 인해서, 아이들은 마침내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영화는 은유적인 방법으로 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무엇인가를 집어 넣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알아나가도록 해야 한다." 즉, 인간 자발성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S 선생이 보여주는 몇 가지 인상적인 대목을 생각해 봅니다. 토미카가 노래를 하고 싶어하자, S 선생은 기회를 주고 바로 OK 사인을 보냅니다. 재능 있는 분야를 따라가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가진 단점에 그만 초점을 맞추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눈부신 모습이며, 이것을 발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라고 다독입니다. 또한 S 선생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괜찮은 제안이라면 바로 받아들이고, 혼자 흥얼거리는 아이에게 집중해서, 그의 재능을 이끌어 내려고 합니다. 이렇게 써봐도 좋겠네요. "느낌을 떠올려봐! 느낌을 표현해봐! 그래, 바로 그거라고!"

 

 상상력을 잠시 동원해 본다면, 지금 두 가지 관계가 있다고 칩시다. 첫 번째 관계는 침묵 속에서 진행됩니다. 상대가 무슨 감정인지는 신경쓰지 않고, 한 쪽에서 명령만 합니다. 예의를 갖추라고 합니다. 잠시 뒤 쾅 하고 문을 닫는 소리가 납니다. 침묵 속에서 드러내는 반동의 행동 입니다. 자, 이번에는 두 번째 관계가 진행됩니다. 이 관계는 표현 속에서 진행됩니다. 감정을 물어보고, 소통을 추구합니다. 마땅히 해야할 일에 대해서 설득하며, 준비해야 할 것을 토론합니다. 주도권을 나누어 가지고 있으므로, 이 소통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가 힘 있는 자가 요구하는 갑을 관계라면, 두 번째는 힘을 나누어 가진 자가 함께 표현하는 평등의 관계 입니다. 그러므로 대화의 시간을 갖자면서, "대화를 강요하는"게 아니라, 평소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그 아이의 작은 이야기들도 잘 듣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S 선생은 동기야 이기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하는 행동은 놀라울 만큼 아이들과 함께 발을 맞추고, 그들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나갑니다. 아이들은 기뻤습니다. 엄격한 사립 학교에서 드디어 "자율의 기쁨"을 배우게 되었으니까요. 영화 막판에 보여주는 아이들의 적극적인 행동은 감탄이 듭니다. 영화 초반 - 자리에 앉으라는 소리를 들어야 자리에 앉았고,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다가, 영화 후반 -  이제 아이들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꿈을 표현하기 위해서 움직입니다. 백수의 침대를 발로 차며, 일으키는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우리도 무엇인가를 도전하고, 시도해 보려는 마음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좋겠습니다. 또한 정해진 규칙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본다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던져본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인간의 실력이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라는 의견에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꾸준히 연습한 락밴드 보다, 살짝 급조된(?) 스쿨 밴드가 우승하기가 불가능한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락정신이 말해주듯이,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도하고, 무엇인가를 꾸준히 시도함으로서, 어렵게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반장 섬머는 유쾌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정도 비용으로는 안 된다니까요, 더 지불하시던지요." 아이들은 이제 자율성과 자신감까지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야말로 너무나 값진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요. 방세의 전설, 백수 S 선생을 보며 참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 가르쳐야 하는 것은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13.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