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일생에 한번은 체 게바라처럼 리뷰

시북(허지수) 2013. 5. 1. 23:45

 제목 한 번, 참 와닿는 책입니다. 일생에 한번은 체 게바라처럼! 저는 블로그에서 시북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있지만, 고백하건대 20대시절 잠깐동안의 닉네임은 시북(★Che)였습니다. 체 게바라 평전과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에 열광하는, 패기 있는 삶을 꿈꾸는 청년이었지요.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공부방의 친구 한 녀석이 유독 최진기샘을 좋아했습니다.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꼭 교사를 해보고 싶다며 열공 중인데, 덕분에 저도 최진기 라는 이름에 좀 더 친숙해 질 수 있었지요. 최진기와의 간접적인 만남들, 예를 들자면, 간단한 철학입문서와 생존경제 강의 등... 상당히 유쾌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최진기는 여러가지 책들을 연이어서 선보이면서, 특유의 경쾌하고 직설적인 이야기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데, 그가 젊은 시절 수억의 빚을 지게 되어서, 긴 세월을 빚 갚느라 혹독하게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더욱 인간적으로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무엇인가 고생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인생에는 굴곡이 있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춘 사람들이 좋습니다. 쉽게 말해, 사회비판적이면서도, 낙관을 잃지 않는 태도로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 좋습니다. 체 게바라가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저자 : 최진기 / 출판사 : 교보문고

 출간 : 2012년 06월 07일 / 가격 : 13,000원 / 페이지 : 264쪽

 

 

 책 내용은 물론 체 게바라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생에 대한 조언들을 듬뿍 해주는 따끔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는데, 주목할 것은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대목이 강렬합니다. 예를 들면 좋은 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해 볼 것"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고교에서 S대나 명문대 진학을 몇 명이나 시켰는지를 평가기준으로 삼습니다. 제가 학교 근처 도서관을 열심히 오르락 내리락 할 때에도, 대입 시기만 되면, 고교나 학원가에서는 플랜카드를 걸어놓곤 했습니다. 누가 어떤 대학교를 갔느냐를 "경쟁력"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우리학교에는 기초학력수준에 미달하는 학생이 몇 명밖에 없다"라는 것으로 학교를 평가합니다. 다시 말해, 선진국에서는 모두가 일정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학문적 소양을 쌓아나가는 것이 "교육의 목표점"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성공한 소수를 띄워주고 예찬하는 사회가 있고, 어떻게 해서든지 탈락자를 만들지 않으려는 사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점은 저에게 굉장히 유용한 통찰을 주었습니다.

 

 헨리 조지는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정치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걱정했습니다. 부의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 될수록 사회는 오히려 악화된다고 간파했습니다. 비양심이 성공을 거두고, 최악의 인물이 정상에 떠오르고, 이런 특성들을 닮아가며 국민의 도덕성이 타락하며, 자유롭던 민족이 노예 상태로 전락한다고 경고 가득한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의 결론은 충격적입니다.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

 

 루소 마저도, 대의 민주주의가, 국회를 장악한 사람들이 국민의 대리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대표자"로 생각하면서, "국민의 뜻과는 무관한 만행"을 일삼케 되면서, 국민을 노예로 취급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쉽게 말해, 선거가 걸린 순간에서만, 국민을 위해주는 척, 위선으로 무장할 수 있음을 간파한 것입니다. 놀랍게도 헨리 조지나 루소의 경고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말그대로 "정확히 실현되는게 아닐까" 싶은 순간을 여러 차례 목격하게 됩니다. 양심있는 사람이 두려움에 떨어야 하고, 비양심이 우위에 서는 듯한 이상한 세상. 국민을 호구로 아는 일부 의원들이 보여주는 추태. 그리고, 그걸 묵인하거나 닮아가는 욕망 가득한 인간들의 모습은, 우리를 눈물짓게 합니다. 과연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오염된 세상과 싸워나갈 수 있을까요?

 

 최진기의 주장은 분명합니다.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존재한다고 강조합니다. 나쁜 놈들이 얼마나 비열한 짓을 하는지, 똑똑히 봐야 한다고 직언합니다. 사회가 얼마나 냉정하고 잔인한 곳인지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순간에서도 "살아가는 하루라도 인간으로서의 품위는 잃지 말아야지"라는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삶을 힘차게 살자고 격려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가장 좋았습니다. 체 게바라가 언제나 시를 품에 안고서 살아간 것처럼, 비록 괴로운 현실 앞에서 내 목숨이 몇 개 사라진 것 같은 무거움이 찾아올지라도, 남아있는 삶에 대해서 긍정하는 태도를 가진 것 처럼, 우리도 쫄지 말고 마음껏 살아가보자고 패기 넘치는 격려를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불광불급, 미쳐야 미친다는 대목을 소개합니다. 매일 코트에서 3,000개의 슛을 쏘는 사람이 있고, 매일 같이 열몇시간씩 지독하게 연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가지에 완전히 올인해서 미쳐 있는 사람들, 이들이야말로 대단한 경지에 닿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몰입하는 것, 그래서 언젠가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을 맛보는 것, 이것이 "인생의 혁명"일 수 있다고 최진기는 말합니다. 곁눈질해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최고라는 경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하는 열정,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 우리는 체 게바라의 고백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어디에서 죽음이 우리를 덮쳐 온다 해도 (중략) 죽음조차도 반갑게 맞이할 것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지는, 역시 "미치도록 사랑하는 태도" 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요. 진기샘은 발목을 잡고 있는 나쁜 습관부터 끊으라고 말합니다. 불만을 쏟아내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미쳐보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좌절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뀔리는 없으니까요. 혁명가 체 게바라도 반대세력에게 조롱당하곤 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남의 조롱이 아닙니다, 우리는 실패가 두려워서 망설이며 멈추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반드시 노력해서,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려는 젊은이들 모두가, 다시 한 번 힘내기를, 쓰러져도 또 훌훌 털고 일어나기를. 저는 오늘도 열렬히 있는 힘껏 응원합니다. / 2013.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