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가끔은 제정신 리뷰

시북(허지수) 2013. 5. 26. 20:56

 오늘 소개할 책은 가끔은 제정신이라는, 재밌게 풀어쓴 심리학 교양서 입니다. 일년에 꼭 몇 권씩은 심리학 관련 책들을 탐독하는 편이라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허교수님이 알차면서도 워낙 솔직하게 써놓았기 때문에, 누구나 읽고 생각할 부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추천할 수 있습니다. 핵심적인 내용은 사람은 얼마든지 착각에 쉽게 빠지기 마련이며, 때로는 착각에 빠지는 편이 정신건강에 더 이로울 수도 있다는 재치 있는 이야기들도 담겨 있습니다.

 

 서론으로는 "평균 이상"의 착각을 살펴봅시다. 간단히 말해, 인간은 다양한 영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또래에 비해서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추었다고 지각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이른바 자랑질을 많이 하는지는 피곤할 정도로 자주 느낍니다. 나는 똑똑한 사람이니 내 이야기를 들으라고 강요한다거나, 나는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자뻑한다거나, 외모는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성격만큼은 훈훈하다며 우회적인 자랑까지 참으로 다양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현실을 보라" 라는 지극히 간단한 말이, 훌륭한(?) 태도로 추앙받는지도 모릅니다.

 

 저자 : 허태균 / 출판사 : 쌤앤파커스

 출간 : 2012년 02월 10일 / 가격 : 14,000원 / 페이지 : 288쪽

 

 

 착각에는 장단점이 공존하기 마련인데,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면, 우선 자존감이 상처입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유익합니다. 또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상대방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기만 해도, 이것이 얼마나 사람 사이를 좋게 해주는지 모릅니다. 대부분 듣는 연습은 잘 되어 있지 않고, 몇 시간씩 이야기 하는데만 "달인"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인간관계가 좋아지는 방법에 대해서 한가지 교훈을 경험적으로 체득했는데, 자신의 입을 봉하고, 두 귀는 열도록 계속 주의를 기울여 보라는 겁니다. 힘들더라도, 이렇게 해보려고 (의도적으로라도) 계속 시도하는게 중요합니다.

 

 물론 착각의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나만 옳고, 너는 사람이 왜 그러냐"고 말하는 순간, 남에게 비난의 화살을 꽂아버리기 쉽습니다. 누군가의 특정한 행위가 잘못되었을 때에도, 그 사람 전부를 싸잡아서 비난해 버리면, 관계는 파탄의 길로 접어들지 않을까요. 저 역시 불완전하고, 나약한 편인지라, 이런 오해와 착각을 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도,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 고백하자면 책 제목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스마트폰 게임 "순위" 올려야 한다는 등)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고 폭주할 때가 가끔 있어서, 제정신으로 살아가고 싶었으니까요. 하하.

 

 한편 이쯤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도 소개해야 겠습니다. 미래를 정확하게 지각하면서, 비현실적인 기대를 버리고 사는 집단은, 즉 착각을 별로 하지 않는 냉철한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는 겁니다! 이걸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다면, 우리가 바른 말만 하는 사람을 싫어하거나 까탈스럽게 느끼는 것과 유사합니다. 우리의 기대는 솔직하게 말해서 이런거잖아요. "와~ 오늘 따라 예뻐보여요", "역시~ 당신은 든든하다니까." 그렇게 자신을 좋게 봐주는 "착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사랑하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적당한 착각이 필요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허교수님의 주장대로, 가끔 자신의 의견과 다른 주장을 접하더라도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현실감"을 가지려고 하는게 중요하겠고요.

 

 가장 좋았던 대목은 "모난 돌은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획일화와 규격화된 상품처럼, 다른 사람을 틀에 가둬버리지 말자는 이야기에 저는 열렬히 환호했습니다. 더 깊게 들어가면, 사회는 지적수준으로 하위 2.5%의 아이들을 지적장애로 간주하면서, 그 반대편인 상위 2.5% 수재들에게는 극찬하기도 합니다. 냉정히 보면 양쪽다 "비정상적" 범위에 있는 건데 말이지요. 문제는 뭐냐하면, 모든 아이들을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과잉기대를 걸고, 강요와 주입이 들어가는 대목이 마음 아픕니다. 우리는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왜 남들 혹은 엄친아와 같아야 하지? 왜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해야 하지? 왜 꼭대기만 바라보면서 매달려야 하지?

 

 그러면서 허교수님은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교육받고,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절대로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며 일갈합니다. 아, 문득 생각나는게 있네요, 요즘은 숲유치원 같은 대안적인 모습도 등장하고 있더군요. 왜 책을 보는 것만을 공부라고 생각하지? 라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출발했는데, 그래서 야외에 나가고, 동물과 식물을 만져보고 관찰하고, 그렇게 감수성을 키워나가는 것도 인간 발달이며, 공부라고 여긴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학교도 중퇴하고, 아이디어도 훔치고, 자기 자식을 거부하며, 자신만을 중시하였고, 만화 제작자도 하고, 컴퓨터와 관련도 없어보이는 수업을 열렬히 참석하고... 이렇게 파란만장한 사고방식과 삶을 살아갔기 때문에, 결과물이 남달랐다고 보는 분석에는 사뭇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 위험해진다는 대목은 많은 영감을 줍니다. 다른 말로 이제 이만하면 괜찮겠지 라면서 성공에 정착했을 그 무렵부터,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편안함에 안주하게 되는데,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닥쳐오는 위험과 변화에 끝내 "대처불능"인 모습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계와 노력이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당연히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하며, 당장에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영원히 안전한 상태는 죽음 뿐이라는 현자의 고언을 생각해 봐야겠지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발전이 가능하다는 통찰을 얻었습니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강조하면서, 리뷰를 마치고자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물질적 선물을 해야한다"라고 우리는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면서 틈틈이 좋은 것들을 선물해주다가, 나중에 상대방이 돌아서면 배신이니, 뒤통수니 하면서 맹비난하기도 합니다. 사실은 줘야 하는 것은 "마음의 표현"입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배려하고 생각하는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라고 강조합니다. 이런 정직한 표현들이 오고 갈 때, 우리는 아주 작은 선물과 이벤트에도 감동하게 되고, 의미 있는 일상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각종 기념일이라면서 이걸 빌미로 물건과 사치품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결국 사랑보다는 명세서만 훌러덩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인간 평균수명 80년이 넘어가는 세상입니다. 답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는 큰 용기를 가져보기를 감히 바랍니다. 지금까지 하던 것을 포기하고, 안 하던 새로운 것을 해보세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한 우물을 파는게 맞습니다. 그렇지만, 한 분야에서 오래도록 고민하고 부딪혀 보면서, 정말로 답이 없고 재능이 없다고 생각될 때에는, 과감한 결단도 필요합니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헛스윙만 하고 있다면, "다른 폼"을 새롭게 익혀서, 다시금 타석에 들어서는 용기가 필요한 겁니다. 결국 변화와 발전은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불확실한 지금 이 순간, 치열하게 행동함으로서, 삶의 결정적인 변환점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지요. 꿈꾸던 착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끝까지 노력하는 태도. 이것이야 말로 "인간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모습"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 2013.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