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접적으로 두 가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한 분은 블로그의 책 리스트를 보더니, 자기계발류가 많은 느낌이라는 의견이었지요. 음, 확실히 부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많은 경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가 있는 책들을 저는 꽤 보는 편입니다. 게다가 몇몇 저자분들을 (가령 김두식, 강상중, 정혜윤 등등...) 특별히 좋아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심리학 관련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쪽 분야를 너무 읽는 편식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인간 행동 이해, 인간 심리 이해" 쪽에 저절로 손이 가는 습관이 있나봅니다. 이번에도 깊이 없는, 소박한 글쓰기가 되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음 어쩌면, 본능적인 혹은 습관적인 keep going (계속 가기) 를 하고 있네요.
두 번째는, 최태성 선생님의 짧은 인터뷰를 보는 도중이었는데, 일단 책을 읽으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후기를 남겨보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못 쓰겠으면, 한두줄이라도 일단은 써보라는 것이지요. 그 작은 행동들이 자신의 세계관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두꺼운 책들, 가령 정의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역사책 대항해 시대,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생각에 관한 생각, 이런 책들은 읽으면서도 (내공부족인터라) 반쯤 소화불량 상태라서, 무어라 쓸지 딱히 자신이 없었으니까요. 나름 활자 중독이면서도, 리뷰 쓰기 편한 책만 소개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_-; 그래서 오늘은 용기를 무턱대고 내봅니다. 즉, 베개로 쓸만한(?) 두께의 책들 앞에서, 에라 모르겠다, 한두줄이라도 써봐야 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에요 :)
저자 : 댄 애리얼리 저 / 김원호 역 / 출판사 : 청림출판
출간 : 2011년 02월 08일 / 가격 : 18,000원 / 페이지 : 447쪽
일단 서론을 이렇게 비겁한 변명으로 채워넣으니, 한결 마음의 부담이 덜어집니다. 이 책의 원제를 직역하면, "비이성의 괜찮은 점"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는데요. 사람이 얼마나 비이성적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센스가 멋진 책입니다. 예를 들면, 요즘 교통사고 발생원인 중에 "전방주시태만"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아니, 운전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 앞을 보는건데, 심지어 이걸 게을리 하는 "비이성적"인 존재가 바로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이 생기고, 내비게이션이 생기고, 편리함을 제공받다보니,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한 때, 절친 중 한 녀석이 운전 중에 스마트폰 스피커 기능을 켜놓고 저와 통화를 종종 했었는데, 하루는 제가, "야야, 운전 중에는 전화질 자제하라"고 권했더니, 돌아오는 슬픈 대답은. "뭘 모르시네, 이렇게 해서라도 스트레스를 좀 풀어야지, 요즘 맘편히 대화할 사람도 없어."
아휴, 꽤 슬픈 현대인의 모습이지요. 어쨌든 절친녀석은 퇴근길에 즐거움 극대화를 추구했던 셈입니다. 여하튼, 본격적으로 책 내용으로 들어가봅니다. 인상적인 대목을 몇 부분 꺼내와야겠네요. "보다 더 높은 성과를!" 이런 마인드가 "오히려 낮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통찰은 음미해보고 싶습니다. 인간은 과도한 동기의식 앞에서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존재라는 겁니다. 높은 수준의 보너스, 사회적 압박감 등 을 받기 시작하면, 주어진 일에 오히려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는 대목은 상당히 묘한 느낌을 주는데요. 다시 말해, 칙센트미하이가 말했던 "몰입의 상태"를 이루기 위해서, 거액의 보너스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말! 그러면 대체 어떤 상황에서 "일에 몰두"하게 되는걸까요?
뭔가 엄청난 대답을 기대했겠지만, 사실은 "잡념을 버리고, 순수한 집중"을 추구하는 태도가 굉장한 실력을 발휘하는 비결이었습니다. 이 점에 관해서 저는 최근 들었던 유명 야구선수 이대호의 한 마디가 떠올랐습니다. 롯데 선수들이 이대호 선배에게 잘 치는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하자, 이대호는 아주 무심하게 말합니다. "공보고 공치라" ... 정말 당황스럽지요? 그러나 이대호는 오랜 경험을 통해서,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으면 방망이가 영 꽝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냥 공보고 공치자는 "단순함"이 오히려 정신을 맑게 해서, 어떤 공이 오더라도 이거다 싶으면 공보고 공치면 그게 안타이고 홈런인 거지요. 꽤 놀랐습니다. 굳이 분석을 들어가지 않고, 공만 본다는 태도. 저는 중요한 일에 있어서, 이와 같은 태도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즉, 이 프로젝트에는 엄청난 보수가 달려 있어, 지금 하는 일을 제대로 해내지 않으면 나에게 미래가 없어, 라면서 극단적으로 자신을 압박하고 밀어붙이다가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건 여담인데, 단순함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공부 잘하는 방법류에도 비슷한 예화가 몇개 있습니다. 집에서는 그냥 책상에 일단 앉아서 책부터 펴, 학교에서는 그냥 졸지 않고 선생님 눈부터 봐, (수학) 문제 풀 때는 똑같은거 그냥 3번씩은 꼭 풀어봐. 이거 반대로 하면 딱 우리 모습이 됩니다. 집에서는 일단 스마트폰부터... 학교에서는 지루해 죽기 직전이니 딴짓과 망상의 나라로... 어려운 문제 및 레포트는 네이버님과 구글링님이 계셔... 우리는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걸까요. 하하. 때로는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재능이 있다면, "우직하게 일단 하는 것" 입니다.
일에 관련해서 저자 댄 애리얼리 교수님은, "작은 의미"가 일하게 만든다고 정의합니다. 사례로 나오는 글쓰기의 경우 "누군가가 보기 때문에" 글을 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단 한 두사람이 봐준다는 기대감이 계속해서 글을 쓰게 만든다는 건데... 솔직히 (창피하지만) 저도 그렇습니다 -_-;;; 제가 과거 이글루스나, 네이버에서 정말 하루 0명, 1명 오는 블로그 일 때는, 매주 이렇게 글을 쓰지도 않았으니까요. 지금은 운이 좋게도, 여럿 지인분들을 포함해서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틈틈이 거의 취미 비슷하게, 신나게 글을 쓰고 있지요. 가령 몇 주 안 썼다가는, "오빠, 요즘 왜 방치해요?", "재밌는 소재로, 업데이트 좀 해봐라!" 등의 잔소리를 듣게 되니, 다른 취미 시간을 줄여서 글쓰고 있는 셈입니다. 댄 애리얼리 교수님에 따르면, 엄청나고 거대한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행동 동기에 있어서 오히려 이러한 "작은 의미가 참 소중하다"는 관점입니다.
의미에 관한 생각을 저자는 끝까지 밀고 가는데, 단순히 리더들이 "그들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고 언급합니다. 등산을 예로 들면, 산을 오르는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스러운 경우가 있지만, 등산은 그 자체가 커다란 성취감을 준다는 거지요. "동기부여가 된 행동은 성취감을 준다"는 소박한 명제는 인상적인 통찰을 주었습니다. 바꿔 말해, 동기부여가 파괴된 상태에서는 무슨 일을 해도 만족과 즐거움이 없겠구나 라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세요" 이게 중요합니다. 할 것도 없는데 스마트폰이나 켜서 대충 시간이나 때우자? 그 의미없는 행위들은 만족감 대신에 피로감 혹은 자괴감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적응과 행복에 관한 고찰을 소개합니다. 첫째, 행복감을 얻는 속도를 늦추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매주 또는 매달 신상을 지르는 사람이 있고, 1년에 몇 차례만 필요한 물품을 지르는 사람이 있다면, 역설적이게도 후자가 더 만족감이 높다고 합니다. 이것저것 사면 행복할 것 같지만, 택배박스가 주는 당장의 쾌감만을 맛볼 뿐, 금새 또 허기가 집니다. 그러므로, 하나를 충실하게 사용하고 맛보는 기쁨이 훨씬 중요합니다.
반면 소비를 줄일 때는, 한꺼번에 많은 소비를 끊어버리는 겁니다. 처음에는 매우 고통스럽더라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변화된 상황에 익숙해짐으로서 이후 추가적 고통이 없을테니까요. 구체적으로 저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도 보고, 영상도 보고, 종종 게임까지 했는데, 어느날 시간 소비 패턴이 이래서는 곤란하겠다 싶어서, 많은 어플을 그대로 폴더 속으로 집어넣고, 북마크(즐겨찾기)를 깡그리 날리고, 스마트폰을 "보다 무식하게" 쓰기로 결단했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점차 익숙해지니까, 하루가 좀 더 길어졌음을 느낍니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평균 하루 5~7 시간 정도를 이 기계와 논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TV와 스마트폰에 빠져 사느라, "의미 상실"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건 아닌가 싶고요. 전자기기들은 우리에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는 편리함을 줍니다. 과연 우리는 생각하지 않아도 좋은걸까요?
둘째, 낮은 가격대의 제품들로 소비를 제한하라는 것입니다. 책에는 와인을 사례로 꼽고 있는데, 고급 와인이 아니더라도, 1만원대의 와인들로도 다양한 맛을 풍부하게 즐기고,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나친 쾌락 (최고급 와인) 에 대한 의도적 회피를 통해서, 행복을 지혜롭게 맛본다는 시선은 강렬하고, 굉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경험 보다는 일시적인 경험을 추구하라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생일의 예를 들어보면 좋겠네요. 생일날 기념적 선물(지속적)을 받기 보다는, 차라리 그 날 함께 재밌게 여행(일시적)을 떠나는 편이 인생에 더 오래도록 간직되기 마련이지요.
짧게 쓰려했는데, 또 장문이 되었네요. 에구구. 결국,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뜨거운 물속의 개구리인지도 모릅니다. 즉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물이 뜨겁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뛰쳐나가야 하며, 적당한 온도의 연못으로 들어가 삶의 즐거움을 찾고 즐기면 된다는 겁니다. 능동적으로 변화하라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주변 환경이 영 엉망진창일 때는, 하나씩 환경을 바꿔보는 작은 행동이 중요합니다. 냉장고에 알코올을 가득 담아둘지, 머리맡에 책을 톡톡 놓아둘지, 결국 우리의 작은 선택이 일상에 꽤 많은 영향을 줄테니까요.
결론. 우리는 직관을 의심할 필요가 있으며, "항상 이런 식으로 해왔으니까"식의 단순함에 맞서야 합니다. 이 책은 셜록 홈즈의 말로 재치있게 마무리 됩니다. "데이터를 얻기 전에 이론을 세우는 것은 중대한 실수다." 그러므로 우리는 의문을 제기하고, 탐구를 함으로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직관을 무작정 따르기만 해서는, 자신의 한계와 틀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이야기 입니다.
새로운 방법을 선택하고, 다른 길로 가봤는데 실패로 판명된다면 어떻게 하냐고요? 또 다른 시도를 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뭔가를 시도하는 것이지요. 삶의 즐거움이 행복의 연못으로 뛰어들어가는데 있다면, 우리는 오늘 그렇게 뛸 수 있음에도, 뜨뜻한 물에 안주하며 괴로워만 하고 있는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 입니다. 한두줄 쓴다는게 너무 많이 와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하하. / 2013. 08.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