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2011) 리뷰

시북(허지수) 2013. 9. 11. 16:46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라고 바랄 때가 있습니다. 오늘날은 돈이 압도적으로 추앙받고 있다보니, 로또 1등 같은 기적을 바랄지도 모르겠네요. 여하튼, 우리는 저마다 바라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희망사항들을 담백하게 표현하고 있고, 무엇보다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서 함께 움직이는 발걸음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기적을 향해서 걸어갈 수 있다고 노래하고 있는 찬가 랄까요.

 

 저도 바라는 기적이 있습니다. 이건 좀 욕심인데, 매일 매일을 감탄하면서 맞이하고, 두려워 하지 말고 더 적극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꽤나 바랍니다. 그랬기에,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큰 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작중에서, 꼬마 아이들이 용기 있게, 과감한 선택을 밀어붙이는 모습에서, 인생을 재밌게 살아가는 하나의 힌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계속됩니다 :)

 

 

 영화를 보며, "표현하기"가 정말 중요하구나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가 원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고, 글자로 적기도 하고, 바깥으로 드러내고자 합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바람을 간직한 할아버지 역시, 직접 시도해보고, 만들어 보려고 적극적으로 의지를 밀어붙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에 있는 것을 일단 끄집어 내보는 것, 거기서부터 출발할 수 있겠네요. 나는 지금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 우리는 어쩌면 아이들만큼 솔직하지 못하고, 속물적인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건 아닌가... 하며, 가끔씩 덜컥 놀라기도 하고요. 하하.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우선 이 아이들의 이야기부터 들어봅시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써내려가는 각자의 꿈들은 유쾌하고, 정직합니다. "난 그 다정한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어!", "아주 유명한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 "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싶어!", "예쁜 여배우로 살아보고 싶어!"... 주인공 형제의 이야기는 더 돌직구로 다가옵니다. "가면 라이더 될래!", "저기 화산 폭발해 버렸으면 좋겠어!" 조금의 거품도 끼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바람을 잘 건져냈습니다.

 

 아주 창피한 이야기를 고백해야 겠습니다. 저는 관념적인 이야기를 꺼내들고와서, 다른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데 선수였습니다. 예컨대 이런 식이지요. 언제가 후회스러운가요? "음, 오늘을 낭비했을 때, 후회가 들었습니다." /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존재가 사랑받고 있고, 가끔 존경받고 있구나 싶을 때가 있는데, 참 행복했습니다." 어쩜 그리도 손발 오그라드는 표현을 잘 날렸던지, 참으로 놀랍기까지 합니다.

 

 만약 영화의 아이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면, 아이들은 이렇게 표현했을 겁니다. 요즘 어때요? "이해가 가지 않아요. 세상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 언제 기뻐요? "동생과 있을 때, 친구들과 있을 때, 즐거워요." 정직이 가지는 힘이란, 참 맑고 선명하구나 싶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정말 간단합니다. 새로 개통되는 고속 신칸센 열차가 오는데, 그 타이밍을 잘 맞춰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믿고, 과감히 돌진하는 아이들의 에피소드가 소박하고, 아름답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어떤 계기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보려는 거지요.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고,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에라 땡땡이 치고, 과감하게 떠나보자!!! 한 번 해보자!!!"

 

 여행을 계획하고, 가진 물건을 팔아치우고, 숨겨진 동전을 긁어모으고,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들의 탈선(?) 프로젝트는 척척 진행됩니다. 마침내, 새로운 지역으로 건너가서, 거리를 함께 둘러보고, 경험을 공유하는 모습에서 저는 난데없이(!) 감동했었는데요. 거기에 행복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던 동생을 보았을 때의 즐거움, 새로운 지역에서 목표를 향해서 뛰어다니는 기쁨, 어느 외딴 집에서 굉장한 도움을 받는 놀라움까지,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시도가, 얼마나 특별한 경험을 가져다주는가 싶었습니다.

 

 어느 노부부에게는, 아이들과 함께 하루밤을 보낼 수 있었던 "기적"이 일어났기에, 정말 잔잔하게 진심으로 기뻐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요. 그리고, "기적을 시도한 아이들"은, 돌아오는 길에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더욱 건강한 모습이 됩니다. 설령 화산이 폭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형제가 지금은 떨어져 살아가고 있다 하더라도, 가족의 별거처럼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을 만난다 하더라도, "그래도 괜찮아, 얼마든지 즐겁게 살아갈 수 있잖아." 라고 생각을 전환하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기적이 일어난 게 아닐까" 싶었고요.

 

 인생을 재밌게 살아가는 힌트, 저는 "용기내어 시도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과 함께 의미 있는 나날을 만들어 간다면, -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은가! - 라고 느꼈습니다. 경험의 공유, 생각의 공유, 그렇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일상은, 우리의 시간을 더 기쁘게, 더 황홀하게 만들어 줍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한 게 아닙니다. 때로는 밥상이 뒤집히기도 하며, 힘겨운 하루를 보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때로는 기껏 새롭게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만들어 봤는데도, 형편없는 평가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전부는 아닙니다. 힘을 내서, 계속 시도해 보는 것, 의지를 단단히 가슴에 품는 것, 그래서 배우가 되겠다는 여자아이는 여행에서 돌아와 엄마가 듣든 말든, 자신의 의지를 결연히 표현해 냅니다. 내 인생은 내가 살겠다, 내가 해보겠다는 그 당당함이 한없이 사랑스러웠던 작품이었네요.

 

 기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계속 걸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기적이라는 것. / 2013. 0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