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문서가 괜히 너무 무거웠던 거 같은데, 이번 문서는 편안하게 서민 문화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핵심은 매우 간단합니다. 조선 후기에는 서민 문화가 발달하고, 이제 양반이 즐기는 시대는 저물고, 서민이 읽고 보고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서민 문화가 발달한 배경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겠지요.
조선 후기는 상품화폐경제가 발달하게 되는데요. 이게 왜 중요한가 하니, 그동안은 신분이 중요했고, 서로가 지배관계로 유지되었다면요. 경제가 계속해서 발달하게 되면, 돈이 중시되고 경제적 이해가 중요해지니, 서로가 계약관계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쉽게 말해, 생산력을 담당하고 있는 기층 민중의 힘이 세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공적인 부농은 몰락 양반보다 훨씬 잘 살기도 하고요.
또한 재밌게도 서당 교육이 활성화 됩니다. 음, 조선 전기에 농민들이 먹고 사느라 바빴다면, 후기로 갈수록 생산력 발달에 힘입어 조금은 더 경제환경이 넉넉해 지는데요. 서민들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되고 있습니다. 여유가 있으면, 요즘도 그렇지만, 자식 교육에 열을 올리게 됩니다. 이제 서민들도 서당 교육을 통해서 애들을 교육시킬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이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점점 똑똑해진다는 겁니다!
여기서 흥미롭고 역설적으로 접근해보면, 민중이 바보가 아니며 똑똑해지면 지배층 입장에서는 사실 난감해 집니다. 왜냐하면, 지배층이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그냥 닥치고 따라와줘야 지배하기 편할텐데, 의식 있는 민중이 점점 늘어나면, 곧장 "왜 하나요?", "나참, 그게 뭐에요?" 라고 태클이 들어옵니다. 한마디로 감시의 눈, 매의 눈이 늘어가면, 지배층은 제맘대로 끌고 가질 못합니다. 다시 말해, 조선 후기 민중들은 똑똑해지는 경향이 크다 입니다. 따라서 이제껏 통해왔던 지배 - 피지배의 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함께 갑시다~ 라고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다고도 볼 수 있고요.
오늘날 대한민국도 "민"국이에요. 국가의 주권이 어디에 있나요? 민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마치 왕이나 신성불가침으로 바라보면 곤란합니다. 함께 고민하며 국가를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시선이 중요한 것입니다. 현대에 와서, 국가지도자가 "거 말이 많네, 그냥 따라오라고 억지를 쓴다면" 이런 식으로는 소통 안 되는 불통령으로 지지받지 못한다는 느낌이랄까요. 어쨌든, 이번 문서의 요점은 - 조선 전기가 양반 중심의 모습이었다면, 드디어 조선 후기부터 민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라는 점을, 반드시 체크해 둡시다.
그럼 이들의 대담한 특징을 살펴볼까요. 일단은 뭐, 솔직합니다. 춘화 같이 야한 그림이 널리 유행하기도 하고요~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을 보면, 예컨대 여성들의 머리 감는 모습, 가슴을 드러내는 모습 같은 솔직한 접근법이 널리 통하고요. 또한 생각해보면, 신윤복이 집중한 테마는 기생이었는데, 기생을 그림으로서, 양반들의 추한 모습, 위선을 대놓고 폭로하는 겁니다. 양반? 저봐라! 기생방에서 싸우고 있는 양반이 현실이잖아~ 라면서 풍자하는 거지요.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한다면, "아이쿠 저 양반~ 사서삼경이 다 뭐냐~ 기생방 다니느라 바쁘구만~" 이라며 양반을 막 까발립니다. 조선 후기 문화에는 풍자적, 비판적인 작품이 많았다 라는 점, 역시 체크합시다!
아, 너무 양반을 까는 비판한 거 같은데요... (웃음) 물론 당시 전통 있던 지배층들은 망조다 말세다 라면서, 혼란하고 문란해진 모습들을 크게 한탄했을 꺼에요. 그런데, 사실상 조선 후기의 이런 모습들은 말세가 아니라, 세상(흐름)이 바뀌고 있었다고 바라봐야 더 정확한 게 아닐까 합니다. 음, 오늘날도 마찬가지라서, 가령 B급 문화 같은 비주류의 취향들이, 어느날 주류를 넘어 확 우대받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싸이의 춤과 노래들이 얼마나 인기가 많아요, 허위를 걷어차려는, 그런 솔직하고 직설적인 표현이 더 좋다 라고 생각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하하. 근엄하고, 고풍스러운 것이 반드시 주류로 계속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라는 점, 개인적으로 저는 최선생님의 그런 폭넓은 시선이 정말로 아주 즐거웠습니다 >.<)b
그 밖에도, 판소리 하면 대가인 신재효 선생님을 정리해 두면 되고요. 탈춤에는 탈놀이, 산대놀이가 있었으며~ 양반문화를 비꼬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서민문학으로는 대표적으로 한글 소설이 유행합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전, 춘향전, 방자전, 같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홍길동 외에도 공양미 삼백석의 전설 심청이 이야기 등이 오늘날 참 잘 알려져 있잖아요. 널리 읽혔던 한글 소설의 힘입니다.
한편 한문 문학도 있습니다. 박지원의 양반전, 허생전 같은 한문 문학도 등장합니다. 박지원에게는 꽤 인상적인 일화가 있는데요. 박지원이 활동하던 시기 임금이 정조 였는데, 박지원은 정말로 편하고 쉽게 글을 매력적으로 잘 썼습니다. 이러다보니, 정조는 박지원의 문체를 문제 삼아서, "너 그러지 말라"며 문체반정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조는 현명한 성군으로 묘사되지만, 정조가 모든 문제에서 개혁을 주장한건 아닐 수도 있다는 시선도 한 번쯤 고려해봄직 합니다. 즉, 박지원의 새로운 문체는 일종의 변화된 시선을 상징하는데, 이걸 정조가 좋아하지 않았고 탄압도 했다는 거지요. 물론 정치적 뒷배경으로는 정조가 노론을 견제하기 위해서 박지원을 희생양 삼은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밌고 이해하기 쉽도록, 문체반정을 현대적으로 패러디한다면, 새로운 문체로 정조에게 인사를 하려는 순간 - 박지원이 감히 "임금님 방가방가"를 했다가, 완전 패대기 당하는 모습이라고 이해해 볼 수 있는데요. "자네, 그러면 곤란하다!" 라고 정조가 꽤 엄하게 박지원을 압박하며 새로운 문체는 쓰지 못하도록 했었다는 점, 역시나 꽤 인상적인 일화입니다.
또한, 중인들도 시사(詩社)를 조직하는데요. 일종의 중인 동호회 모임이었어요. 모여서 시도 쓰고, 경연도 펼칩니다. 다르게 보자면, 중인이라도 신분 상승을 추구하며,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는 모습입니다. 자 여기까지가 이번 문서의 내용인데요. 기존의 양반이라는 틀은 다 깨지고, 또 까이기도 하고, 이제는 모두가 한글 소설을 보고, 문화를 같이 누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라 하겠습니다. 솔직한데다가 풍자를 날려주는 서민 문화가 발달되었습니다! 다음 문서에서 계속~
오늘의 영감 - 이번에는 거의 여담이 되겠지만, 제 경우는 딱딱한 글을 좋아하지 않으며, 감각적인 글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또한, 조금이라도 친숙하거나 재밌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요. 이를테면, 깊이 있는 전달력 vs 즐거울 수 있는 여유 중에 선택하라면, 지금의 저는 아마 후자를 선택할 거 같습니다. 조용히 진지하게 사색하기도 하지만, 명랑하고 발랄하게 살아가는 편이 훨씬 멋지지 않을까 라고 종종 되묻기도 하고요 :)
올해 초였는데, ebs는 엄청난 분량의 각종 영상물을 유튜브에 그대로 올려놓고 있습니다. 누구나 관심 있으면 보고 즐기시라고, 대범한 결정을 했는데, 우리는 이렇게 멋진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의지만 갖고 있다면, 우리는 마음껏 알아보고, 고민해보며, 나아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을 겁니다. 소비자가 아니라 창조자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듣고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알차게 잘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기술과 발전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을 때, 우리가 무감각하게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양손으로 팔짱을 낀 채, 달라지는 현실을 비난만 하고 있다면, 그 청춘이 너무 아까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대범하게 소매를 걷어붙이고, 저돌적으로 도전하는 인생을 산다면, 훨씬 많은 것을 만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부터가 열의를 가지고 사는 것, 나부터가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들려줘야 할 것은, 잔소리가 아니라, 올바른 행동이 되어야 합니다.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