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흘 몸이 아팠습니다. 음식을 급하게 먹은 탓입니다. 컨디션 회복을 위해서, 저녁마다 누워서 끙끙대며 책 한 권에 빠져 있었습니다. 강수진 선생님의 인생이면을 솔직하게 전하고 있는 책,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입니다.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선생님은 "열정", "꿈"이라고 말할 것만 같습니다. 튼튼한 날개가 없더라도, 열정이 있다면, 깃털 하나만으로도 활동할 수 있다 는 표현은 눈물나게 아름다웠습니다.
뜻밖에 당황스럽고도 놀란 것은, 처음부터 발레를 좋아했던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발레를 늦게 배운데다가, 시작할 무렵에는 1년 가까이 방황도 하고, 재미도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운명처럼! 캐서린 베스트 선생님을 만나고, 그렇게 좋은 멘토를 만나서, 인생을 100% 살아가는 계기가 되었음을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따스한 격려와 진심 어린 칭찬이, 결국 사람을 반짝이게 해주는 가장 큰 원동력임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자 : 강수진 / 출판사 : 인플루엔셜
출간 : 2013년 01월 23일 / 가격 : 13,000원 / 페이지 : 328쪽
다음은 초강력 돌직구도 서슴없이 날아옵니다. (115p) "자신의 한계를 매일 높이며 성장을 거듭하고 싶다면, 누구나 하는 평범한 방법으로는 힘들다. 최고의 인생을 살고 싶다면 최고의 노력을 해라." 엄격한 선생님의 한마디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강수진 선생님의 발사진 한 장. 저는 한참을 질문 앞에서 괴롭게 갈등해야만 했습니다. 편안하고 쾌적한 삶이란, 70% 정도의 역량을 발휘해서 힘을 쏟아부으며, 나머지 30% 정도의 에너지를 남겨두어야 덜 피로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혼신의 힘을 쏟아붇는다는 것은, 그 상쾌감과 짜릿함 만큼이나 피로감도 높은 삶을 의미합니다. 정직히 말해서, 저는 그럴 자신이 별로 없었습니다.
저는 어렴풋이 느끼곤 했습니다. 왜 사람들은 치열하게 살아가지 않는가? 피곤하기 때문이며, 편안한게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어느 철학자가 냉정하게 지적하듯이, 인간은 생각하는 것 조차 귀찮아하며, 때로는 고민만 할 뿐이지 해결을 위해서는 단 한 걸음도 행동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 가만히 있고자 하는 관성이 끔찍하도록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전략가 라는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익숙한 일을 하는 것은 항상 쉽지만, 새로운 일을 하기는 쉽지 않다." 입니다.
강수진 선생님은 자극적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나의 능력과 열정으로 100% 채워진 그 하루를 살았는가? 하루하루 자신이 갈 수 있는 한계의 그 끝까지 한 번 가 보자.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한계를 절감하고 또 때로는 지쳐 바닥에 그대로 쓰러질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그 하루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훨씬 더 값어치 있는 하루가 될 것이다."
뜨거운 감정이 차올라서, 잠시 책을 덮어둬야 했습니다. 그 주에 봤던 다른 책에 써 있던 T.S. 앨리엇의 발언도 곧장 스쳐지나갔습니다. "너무 멀리 가는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만이 자신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지식적으로는 벌써 모든 일을 도전해 볼만큼 의욕이 넘치면서도, 당시 저는 몸이 자꾸 아프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늘 번민하던 머리와 행동의 불일치. 저는 정해놓은 삶의 기준을 간신히 따라잡으려고 발버둥만 치는 모습에 가까웠습니다. 시간은 좀처럼 확보되지 않았고, 컨디션도 마음처럼 빨리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한참 즐겁다가도, 찾아오는 약한 모습에 또 슬펐던 며칠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이 대목이 가장 좋았습니다. (215p) "내 육체에, 내 영혼에 올라탄 피곤함의 무게는 내 하루에 대한 만족감의 무게와도 같다." 어쩌면 모순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나 피곤한 하루를 보냈는데, 그것이 만족감이라니? 저는 어느 만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하얗게 불태웠어!" 그렇게 좋아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걸어봤다면, 그런 인생이라면, 참으로 아름다운게 아닐까 라는 생각입니다.
영감을 전해주는 말도 있습니다. 지휘자 엔니오 모리꼬의 말 "나는 앉아서 곡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삶 속에서 생각난 모든 것을 곡으로 쓸 뿐이다." 인생 전체를 통해서 곡을 쓰고 표현한다는 예술가의 삶이 참 동경스러워 보였습니다. 책을 읽고 작은 행동 하나라도 바꾸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강수진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저는 새벽 늦게까지 잠들지 않는 날이 오더라도, 개의치 않아야 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습니다. 새벽 1시가 되었던, 새벽 3시가 되었던... 심지어 새벽 5시가 되었던, 할 수 있는 일은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리하는 하루를 왜 그렇게나 싫어하고, 회피했던 걸까요? 위험했기 때문이고, 내일을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반성을 하며, 단지 "오늘 하루만을 충실하게 100% 채워보는 삶"을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삶은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고, 나는 강수진이 아니잖아, 라고 쉽게 타협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십여년 전, 언젠가 카이스트에서 열공 중이던 L형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야야 하루라는 건 말이지, 국사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10번을 볼 수 있고, 하루에 과외 17개를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우리는 생각도 해보질 않잖아. 전설적인 일이라고 그냥 남의 일처럼 여기고 말지." 저는 그 이야기를 가볍게 농담처럼 웃고 넘긴 걸, 지금까지도 후회합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말이었지만, 절대로 그렇게 살아가지 않았습니다. 미친 짓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특별한 인생을 위한 가장 분명한 길 임을 저는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늦은 것보다 더 큰 잘못은 시도하지 않은 것, 지금 밑바닥에서 기고 있어도 절대 움츠려 들지 마라. 멈추지 않으면 결국 원하는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강수진 선생님의 책을 만나서, 저는 삶을 보다 특별하게 바라볼 힘을 얻었습니다. 하루라는 시간이 얼마나 경이로운 시간인지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며 어렴풋이 삶의 비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매일을 지루하게 연습하며, 끝없이 노력해 갔기에, 남들과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는 그 고백은, 진정성 그 자체 였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느새 멀쩡하게 다 나은 몸에게 질문해 봅니다. 꿈에 미쳐서 깃털 하나만으로도 무대 위에서 날아다닐 것인가? 튼튼한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삶을 끝없이 반복하다 죽음 앞에 설 것인가? 어차피 저는 튼튼한 날개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인간이 변한다는 것도 믿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 지금 이 순간 좀 더 노력해 봐야겠다 싶을 뿐입니다. 꿈에 있어서는, 피곤한 삶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 하루를 절대로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는 점, 영혼에 든든한 영양식을 먹은 듯한 맑은 울림이 있던, 영감 넘치고 솔직담백한 멋진 책이었습니다. / 2013. 1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