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현 선생님의 오랜 팬입니다. 야호, 책이 출간되었다니 반가움이 밀려옵니다. 표지부터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줍니다. 이런 일로 병원에서 만나지 말자! 그러니까, 소소한 일들은 우리가 잘 견딜 수 있다고 힘있게 격려하는 책입니다. 원래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어쩐지 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들입니다.
그래? 벙커1 특강! 거기서 들었던 내용이구나! 책으로 나왔구나! (이건 당연히 너무 뻔한 칭찬 이라, 제 글의 진정성 마저 의심됩니다만) 서민 교수님, 강상중 교수님, 정혜윤 작가님들 처럼 오랜 글쓰기 경력의 하지현 선생님은 원래 뭐 거의 소설가 수준으로, 가독성 있게 책을 잘 쓰시기 때문에, 이 책은 깔끔한 정리를 거쳐서 내용 이해도가 훨씬 높아져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내용은 뭐냐고요? 필살기, 한 줄 요약 해봅시다. "야야, 산다는 거 원래 상처도 입고, 아프기도 하고, 때로는 힘들기도 하는 거야. 그래도 우리 힘내서 한 번 살아보자."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매우 따뜻한 조언처럼 다가와서 매우 든든했던 책이었네요.
사연을 거슬러 올라가 봐야겠습니다. 수년 전,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저는 팟캐스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강의들이 넘쳐나는 신세계 였습니다. 이런 다양한 콘텐츠들로 세상을 바꿔보려는 다양한 목소리에 저는 매우 놀랐고, 네, 제가 좋아하던 유시민 선생님 이야기 듣기도 하고, 김두식 선생님 라디오 찾아 듣고, (바깥에서는) 때때로 라디오가 잘 안 들리자 좀 더 좋은 스피커로 듣고 싶어서 스마트폰에 연결할 스피커까지 구입해 버립니다. 그리고 그 무렵 하지현 선생님의 특강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생활기스 상담소! 상처 좀 난 거, 이야기 좀 우리 해봅시다. 우리 알고 보면 정상이야!!!
저자 : 하지현 / 출판사 : 푸른숲
출간 : 2015년 07월 29일 / 가격 : 13,000원 / 페이지 : 252쪽
책을 읽다보면, 작고 사소한 버릇이라도, 우리가 자꾸만 남들을 의식하고, 남들처럼 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자면 예컨대 이럴 수 있습니다. 이제는 방송이 좀 더 자극적일 때가 있다보니까, 종합편성방송을 통해 심야 시간에는 성인들을 위한 콘텐츠 방송들이 사람들에게 회자되면서, 아? 나는 아직까지도 동정인데, 처녀인데, 내가 비정상인 건 아닐까? 덜컥 그런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애인이 있었지만, 혹은 나이가 30대가 넘어갔지만, 그래도 처녀이고, 동정이고... 에이, 뭐 어때, 괜찮다는 겁니다. 우리는 여전히 충분히 정상범위 안에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즉,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 것일 뿐. "미디어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섹스를 무척 쉽게 잘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현실은 아닌데. (p.86)"
방송이나 책에서 이야기 되는 어떤 표준점만 정상으로 여기는 것은 어쩌면 "나쁜 버릇"이 아닐까, 핵심을 콕 찌르는 진지한 화법에서 저는 (정신과 선생님이시지만) 하지현 선생님이 수술실에서 집도의로서 활약하시는 그런 재밌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웬만해서는 우리는 정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p.248)" 사회라는 집단이 사실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짐을 자꾸 조금씩 더 올리는 기분이 들다보니까, 실제로는 남들보다 잘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에서, 저는 참 큰 감동을 받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가슴을 떨리게 해줍니다.
만일 우리 모두가 시프트다운을 하게 된다면, 훨씬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라는 하나의 큰 질문 앞에 서서, 저는 스스로가 지금 정상적인 길로 다니려고, 비틀비틀 했었구나 라고 위안을 얻습니다. 시프트 업, 시프트 업, 사회는 우리를 더 빠르고 반짝거리는 길로 다녀보라고 계속해서 짐을 더 져보라고 속삭일테지만, 그럴 필요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하 선생님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 우리가 이제부터라도 애매하고 모호한 걸 견뎌보는 거에요.
밤과 낮의 경계를 정확하게 선으로 그어놓고, 이 때부터가 정확히 낮이니까 나는 정상이다~ 우리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착각의 거품을 확 걷어버리면 한결 삶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강의로 들었을 때도 그렇게나 좋았는데, 책으로 한 번 더 보니까, 또 좋아집니다. 아 역시, 나는 하지현 선생님의 숨길 수 없는 팬입니다.
제가 무슨 블로그에서 하샘 ㅠㅠ 책광고 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덧 리뷰를 마쳐야 하는 시간. 잊지 않고, 기억해두고 싶은 대목은 그래도 욕심내서 꾹꾹 눌러 필사해 놓고 싶습니다. "공감도 너무 잘하면 병이 될 수 있다 - 들어주다 기 빨렸다고 그랬잖아요. 이걸 전문 용어로 공감적 과각성 이라고 합니다. (p.191)" 있어 보이는 단어(!)라서 특히 잘 기억해 두려고 합니다. 공감적 과각성. 공감이 뛰어나면 남이 아플 때, 실제로도 내가 아프다고 합니다. 즉, (저같이 허약한 영혼으로 인해) 때때로 기 빨릴 수 있는 사람들은 공과 사를 구별하는 훈련도 같이 배워야 한다는 것. 나를 지키는 것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이 나한테 해주길 바라는 건 내 입장이고,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것에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상대방이 원하는 게 뭔지 물어보고 그걸 해 주자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거 물어보고 해주자. 간단하죠. 이런 비의를 쉽고 명료하게 배울 수 있으니까 이 책, 얼마나 좋습니까. 하하. 이만 마칠 시간입니다. 이렇게 즐겁게 글써본게 참 오랜만이라 오래도록 이 리뷰가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하지현 선생님 고맙습니다. / 2015. 12.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