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유치원에 간 사나이 (Kindergarten Cop, 1990) 리뷰

시북(허지수) 2016. 5. 26. 00:55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90년대라면, 개인적으로 터미네이터2의 장면들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시대의 명대사들 예컨대 "엑설렌트!"를 따라하면서, 영화를 오손도손 모여서 함께 보았던 10대 꼬꼬마 시절의 추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액션 배우 아놀드만 있는 것이 아니었네요. 코미디 영화로서도 연기를 해나갔던 작품이 있습니다. 따뜻한 가족영화 유치원에 간 사나이 입니다. 원문을 살리자면 유치원의 비밀경찰? 하하, 아무튼 무척 재밌게 봤습니다. Daum에서 좋은 평점을 많이 찍어주신 누리꾼 16분께 감사드립니다. 낮편성표에 과감히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도 종종 틀어주는 채널CGV도 고맙군요. 인생은 타이밍이었는지, 때에 맞춰서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5세 관람가라는 등급이 있을만큼, 무턱대고 접근할 작품은 아닙니다. 가족에 의한 아동폭력에 대해서 확실하게 접근하고 있고요. 마약사범과 총이 등장하는 대목이 있으니, 아이와 함께 볼 때는 지도와 주의가 필요하겠네요. 스토리는 이해하기 좋고, 일직선 이라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 그러면 서론은 이쯤해두고, 재밌었던 장면을 되짚어 볼까 합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우선 유치원의 반을 맡게 되었을 때,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것이겠죠?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거침없는 태도로 킴블 선생을 대놓고 괴롭(?)힐 때는, 저까지 머리가 아파올 정도였습니다. 이 때, 킴블 선생은 NO FEAR! 두려움 없는 정신으로 무장한 채, 점차 좋은 선생으로 성장해 간다는 것이 감동적입니다. 자신이 아마 경찰학교에서 배워왔던 것처럼, 강인한 정신과 훈련 시스템으로 유치원 아이들을 대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알아가려는 대목과 그 성실성이 은은하게 감동적인데요.

 

 이런 헌신적인 근무태도는 조만간, 학교 교장 선생님에게도 어필하게 되어서, 인정받게 됩니다. 어느덧 훈훈하고 촉망받는(!) 거인 킴블 선생님이 되었지요. 학예회 시간에 아이들에게 링컨의 그 유명한 연설문을 외우도록 시킬 때도, 저는 은근히 감동 받았습니다. (검색을 안 해보고 손가는대로 쭈욱 쓰는 건데, 링컨의 게팅즈버그 연설문이 맞지요? 맞겠지요. 영화 링컨을 눈물을 흘려가면서 봤는데, 그 때 생각도 나더라고요 ㅜㅜ)

 

 둘째, 악에 대해선 참지 않는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아동 폭력이 분명한 경우를 발견하자, 그 자리에서 달려나가서 주먹으로 못난 아버지를 때려주는 장면은 이 영화가 무엇인지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학대하지 마라, 이 나쁜 시키들아, 우리의 미래이자, 우리의 다음 세대가 빛나야, 그것이 진짜 아름다운 변화임을 잊지 않게 확 잡아줍니다. 교장선생님도 여기서 함께 신나게 한 방을 즐기는 것도, 멋진 대목.

 

 일찍이 루쉰이라는 중국 작가는 이렇게 썼습니다. 기꺼이 아이들을 위해서 밭을 가는 소가 되리라. 우리 모두는 그렇게 어른들의 희생, 선조들의 피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피어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공짜로 좋은 세상이 온 것이 아님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워왔으니까요.

 

 영화는 마지막으로 가면서, 마약사범 아버지, 말그대로 악당 가족을 박살내는 한 바탕 액션극으로 펼쳐지면서, 생각할 꺼리를 안겨줍니다. 핏줄만 연결되어 있으면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느냐? 라는 엄격한 질문이 필요합니다. 낳았다고 그 때부터 자동적으로 소유물이 되는 것은 아닐테지요. 오히려, 조이스(레이첼)양 처럼, 헌신적으로 아이를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야말로, 사랑이고, 그런 보호와 애정 속에서 아이들이 커갈 때, 진짜 가족이 되는 것입니다.

 

 다소 조심스러운 접근이겠지만 저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조이스양은 극중에서 1,000달러도 없는 돈으로, 근근이 아는 사람 집에 얹혀서 겨우 한 달, 한 달을 살아가고 있는 힘겨운 싱글맘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언제 마약상에 폭력적인 전남편이 좇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지요. 그런 비극적인 그림도, 희망이라는 이름 아래에 언젠가는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스토리라인이 참 근사해서 좋았네요.

 

 마지막 장면처럼, 든든하게 킴블 선생이 등장해서 진짜 방패가 되어주고, 앞으로 보수도 제대로 확보해 나가면서 이제 그녀는 "빈민층에서 중산층으로, 보호받는 가족 공동체를 누리는" 사람이 됨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역시 지금, 백만원도 없다고, 혹여 빚에 허덕인다고, 지금 좌절하고만 있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으니까 말이에요. 그렇다고 여기서 복권을 사라는 뜻은 아닙니다만, 조이스양 처럼 노력하면서 산다면, 좋은 일도 때때로 만나는게 아닐까 그런 의문을 툭하고 던질 수 있었습니다.

 

 이제 리뷰를 마칠 시간이네요. 어느 때보다 어려운 2016년도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묻지마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고, 사람에 대한 불신이 커갑니다, 이 영화는 모르는 어른이 등장하면 경계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탓인지 사기범죄도 참 많은 세상입니다. 무엇을 믿고 의지하고 살아야 할까요,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작은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력적인 예술가인 J양은 제가 힘든 나날들을 보낼 때, 한 장의 엽서를 건네주었습니다. 저는 손수 그린 엽서를 힘든 순간마다 한 번씩 조용히 응시하면서 해야할 일 앞에 섭니다. 앞면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슬픔도 고이면 단단해진다." 슬픔에 결코 지지 말고, 우리 힘냅시다. / 2016. 05. 26.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