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캐빈 인 더 우즈 (The Cabin in the Woods, 2012) 리뷰

시북(허지수) 2016. 5. 21. 00:28

 

 평소 공포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편이지만, 명작 양들의 침묵을 계기로 공포 영화를 통해서도 얻을 게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캐빈 인 더 우즈 (이하 캐빈) 입니다. 캐빈은 흡사 B급 영화 같으면서도, 가면 갈수록 황당하면서도 기발한 전개가 빛나는 작품입니다. 평론가들의 평점이 비교적 좋은 편인데, 해외에서도 IMDB 7점대를 찍고 있습니다. 기존의 공포영화와는 다소 다른 지점에 서 있기 때문일테죠. 배우들의 놀라는 연기도 잘 묘사되었습니다. 여주인공도 예쁘고요. 하하. 보다보면 황당해서 웃기면서도 놀라기도 하는 독특한 스릴러입니다.

 

 감독이 밝히기를 이 작품은, 공포 영화에 대한 러브 레터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공포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에 대한 찬사가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극중에 유독 일본식 오두막집 (cabin 캐빈) 이 찬사받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일본이 그만큼 공포 영화를 매력적으로 꾸준히 만들어서 인지도 모릅니다 :) 덧붙여, 저는 일본 공포 영화 엄청 무서워 했었는데요. 예를 들어, 주온 같은 작품은 어휴... 꿈에 나올까봐 끔찍했습니다! 자자, 그건 그렇고 이번 영화 캐빈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숲 속 오두막으로 즐겁게 놀러가는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호기롭게 출발합니다. 젊은이들은 오늘도 열정적이고, 낭만적이며, 자유를 추구하는 모습이 보기 좋게 그려집니다. 문제는 이 오두막이 예사로운 곳이 아니라는 말씀! 온갖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바로 지하 깊은 곳에 인간과 신이 살고 있다는 설정이 그렇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깊은 곳에 누군가가 살고 있다. 또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다는 영화 설정은 그것 자체로 무서움을 안겨줍니다. 누군가 나의 행동을 엿보고, 나를 조종하려 한다면, 사람이라면 당연히 불쾌할 것입니다.

 

 자, 그런데 나의 행동은 누군가에 의해서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고요, 행동 하나 하나에 따라서 결과도 다르게 펼쳐집니다. 게다가 이 캐빈 (오두막) 속 행동이 밖에 있는 인간에게는 일종의 유희거리에 불과하다는 설정은 툭 하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감시하는 사회가 사실은 좋은 게 아니구나. 우리는 첨단 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엿보기 위해서 달려온 것이 아닌가 라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감시 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훨씬 중요한데, 이 작품은 그런 면이라고는 전혀 없는 밖에 있는 인간들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이들은 거의 처벌의 형식으로 자신들이 만든 구조 속에서 죽어가는데, 인간이 공포를 너무 우습게 알다간 스스로 당할 수 있음을 재밌게 우회적으로 생각하기에 좋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사람의 행동을 가지고 장난치길 좋아하는 우리 속의 나쁜 마음이 있다고 한다면, 이런 마음들은 그 대가를 받게 된다는 보응(retribution)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후반의 장면들도 끔찍하다기 보다는 공포 영화에 대한 찬사, 축제가 되어서 펼쳐지는 것입니다.

 

 언젠가 책에서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젊음을 찬사하고, 늙음을 저주하는 탐욕스러운 사회상이 펼쳐진다고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젊음은 상대적으로 사람들에게 유희꺼리가 되고, 늙은 자들은 자신의 교묘한 지혜로움으로 젊은이들을 괴롭히는 것입니다. 이것 자체가 비극이고 공포지요. 사실은 그 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늙은 이들이 존경을 받는 사회, 젊은 이들이 열정적으로 사회에서 꿈을 펼치는 사회가 되어야 건강할 텐데, 이미 우리는 너무 이상한 곳으로, 너무 멀리 와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는 오늘날의 사회와 대비되는 측면에서 쓸쓸하고 슬펐습니다.

 

 여담으로는, 개인적으로 주연 데이나 역의 크리스틴 코넬리 양이 매우 매력적으로 그려져서 눈이 즐거운 편이었네요. 제가 영화배우 이름 외우는데는 정말 소질이 없는데,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알아가야 겠습니다. 이제는 잘 알려진 토르 역의 크리스 햄스워스도 남자 주연으로 등장하는데, 허무하게 오토바이로 객사할 때,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아 그 젊음 아까워라!

 

 이번 작품의 결론, 무섭다기 보다는, 잔인하기 보다는, 오히려 유쾌한 공포영화 쪽에 가까웠습니다. 공포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기 좋았던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영화 도중에 짧막한 메시지 입니다만, 일본 아이들이 둘러 앉아서 귀신을 완전히 퇴치시켜버리는 모습이 있습니다. 귀신이 개구리로 변하면서 공포도 사실은 함께 모여 있으면 별거 아님을 알려주지요. 그러므로, 함께 대화하고, 함께 노래 부르는 즐거움, 이것이 오늘날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해주는 소박한 마법 같은게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판타지 공포 영화, 독특한 좀비 영화를 찾는다면 권하고 싶은 숨은 명작, 캐빈 인 더 우즈 였습니다. / 2016. 05. 2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