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화 고질라 (Godzilla,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6. 5. 10. 01:23

 

 영화를 좋아하는 제게는 특별히 약한 단어가 있습니다. TV최초! 이 말이 들어가면 일단 눈을 떼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하. 볼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평론가 분들의 평점이 의외로 좋은 편이라서,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고난 뒤에 (개인적으로 망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후회는 없지만, 상당히 독특한 전개를 가지고 있다! 이 점이 기억에 남을 작품입니다. 괴수 영화 치고는 이색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거대한 괴물이 출현하고, 인류가 괴물과 멋있게 맞서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스릴 있는 전개가 펼쳐지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무엇보다 인류에 대해서 희망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고질라는 자연법칙에 존재하는 최상위 포식자로 등장하고 있으며, 저 거대한 녀석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한 번 고질라의 모습을 믿고(!) 지켜보자 라는 시선이 매우 독특했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영화의 주요 스토리라인은 매우 거대한 괴수 고질라와 무토라는 괴물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괴생명체끼리 도심에서 맞붙는다는 내용이고, 이것자체로 도시가 초토화 되어가는 과정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형식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건물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사람들은 대피하기에 바쁘고, 재앙이 다른 게 아닙니다. 존재 자체로 재앙이 되는 녀석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인류는 핵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해결해 나가려고 하지만, 이 또한 생각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모든 게 전자화 되어 있는 시대에, 전자장비가 인근에서 멈춰버림으로서 제대로 컨트롤 되지 않는 장면들을 참 잘 만들었습니다. 그러므로, 멀찍이 떨어져서 핵 한 방 쏘고 해결해 버리는 간단한 해결책이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결국 인류는 후반으로 갈수록 고질라와 무토의 대결을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인류가 힘이 없게 그려지다보니까,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평점이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네이버에서는 이런 웃픈 코멘트도 봤습니다. "그래, 나만 영화관에서 볼 수 없지! (같이 보고 찜찜함을 느껴보자는 뜻.) 추천추천"

 

 제작비 1.6억달러, 우리돈으로 약 2천억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 있는만큼, 박력있는 면에서는 참 괜찮았습니다. 고질라는 또 어찌나 강인한지, 무적의 괴수가 되어갑니다. 무토도 강력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끝내는 제압당하고 맙니다. 처음에 언급한대로 최상위포식자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네요. 고질라가 인류의 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매우 신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아련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어릴 적에 괴수들이 나오는 게임을 슈퍼패미컴으로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워낙 덩치카 큰 괴물을 조종했기 때문에, 지나가기만 해도 건물이 부숴지는 박력을 표현했던 게임입니다. 그 때는 뭣모르고, 건물을 부수며 즐거워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폭력적인(?) 게임이었습니다. 거기에 비한다면 이 2014년판 고질라는 정말 착한 녀석입니다. 상대해야할 적 무토만 해결하자마자 다시 쉬기 위해서 바닷속으로 자청해서 들어가니까요. 귀여운 악당 같은 느낌.

 

 한편 일본이 등장하고, 언론이 통제되고 있다는 전개도 어쩐지 인상에 남는 대목입니다. 오늘 KBS방송을 보는데, 우리나라 역시 원전이 많이 있다보니까, 핵연료를 잘 다루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스위스 같은 나라는 5개의 원전을 폐로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합니다. 미국도 7조원을 들여서 핵 발전소를 지으려다가, 주민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건설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욕망을 좇아서 핵을 자꾸 이용한다는 것이, 정말 큰 위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5년전, 2011 동일본 대지진의 진도 9.0 이 일어날 지 어떻게 인류가 알았단 말인가요.

 

 또한,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언론의 자유가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때도, 끝까지 보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을 보고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오로지 진실만이 역사 속에서 기록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까지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진실을 향해 달려가던, 주인공의 아버지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하네요. 진실은 언젠가는 꼭 밝혀지는 법, 세월호 사건 이후 2년이 지났지만, 많은 이들은 이 사건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바람이지만, 언론의 자유가 좀 더 높아지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줄 요약. 거대한 몬스터가 도시를 누비는 재난 영화! 그 살벌한 풍경만을 흥미롭게 그려내는 영화 입니다! 덧붙여, 인류가 자연을 임의대로 무한정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자원을 아껴가며 폐로를 선택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원전 최소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가려는 미국과 스위스, 독일 같은 나라들이 솔직히 조금은 부러웠습니다. 자연 앞에서, 인류가 시프트 다운을 하며 살아갈 때, 즉 공존의 길을 모색할 때, 우리는 안전하고 행복해 질 것입니다. 원자력이 괴물을 깨운다는 설정은, 이러한 경고인지도 모릅니다. / 2016.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