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파닥파닥 (PADAK, 2012) 리뷰

시북(허지수) 2016. 5. 7. 01:04

 

 보고 싶었던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인 J양의 강력 추천작이던, 파닥파닥 입니다. 보고 나서, 딱 한 가지 생각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그래 인생을 산다면, 고등어 파닥파닥 처럼 살아야지 제 맛이지. 해보고, 또 해보고, 그렇게 해보는 인생 속에 거주하는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입니다. "해본다" 라는 말에는 여러 단어를 붙여 쓸 수 있겠지요. 도전해본다, 시도해본다, 살아본다! 이 중에서 살아본다 라는 말이 저는 특히 좋네요.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은 횟집 수족관에 갇혀 버린 생선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다양한 어종을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중에는 올드 넙치 처럼, 벌써 수족관에 특화(?)되어서 살아가는 녀석들도 있네요. 다만, 고등어 파닥파닥은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가장 강합니다! 이 애니를 두고서 고등어판 쇼생크탈출 이라는 재밌는 평을 붙이기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쇼생크탈출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 입니다. 파닥파닥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고, 자유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주저없이 추천하겠습니다. 자, 그러면 리뷰 출발.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할 수 있는데까지 해 봐야지! 이것이 파닥파닥이 가지는 강력한 신념일테죠. 이 명랑한 고등어는 실제로 몇 번씩이나 수족관에서 뛰쳐나가는 것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훨씬 더 힘겨워진다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비극미 입니다. 현실을 반영한 일종의 메시지일지도 모르겠고요. 온 힘을 다해서 시도했는데, 다시 또 갇힐 뿐, 나만 힘이 빠지더라. 그럴 바에는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올드 넙치처럼 납작 죽은 척 하며 지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바로 그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올드 넙치도 알고 보면, 이 수족관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공포를 몇 번 체험함으로서, 마침내 용기 있는 물고기로 변해갑니다. 그렇게 가능성을 그리는 영화라는 점에서 반드시 슬픈 작품이라고 볼 수만은 없겠네요.

 

 여하튼, 나는 파닥파닥이 좋았습니다. 감히(?) 킹 크랩한테 가서 사정해 본다며, 마지막까지 무모한 도전을 계속하는 모습에 꽤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아이구, 이 고등어야 어쩌면 나보다 훨씬 낫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나에게도 젊은 시절에 비슷한 꿈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써봐야지 같은 도전적인 꿈, 매일 즐거움으로 하루를 맞이해야지 하는 신나는 꿈들. 그러나 현재에는 갇힌 하루 하루를 보낼 때가 훨씬 많습니다. 어머님은 아프시고, 나 홀로 어딘가를 돌아다닐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계획보다 별로 없구나를 깨닫고, 괜히 무기력해 지곤 합니다. 그런 힘겨운 나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므로, 매일을 감탄으로 맞이한다거나, 매일을 열정으로 맞이한다거나 하는 그 대신에, 오늘 하루도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에서 딱 수족관 속의 물고기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일단 죽은 척 하고 있자, 그렇게 수명이라도 연장하자, 무엇을 위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살고 보자. 꿈꾸던 것들을 이룰 수 없으니까, 현실에 순응해 버린 셈입니다.

 

 파닥파닥은 마지막까지 순응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결국 그 끝에 돌아오는 것은 죽음 뿐이었지만, 그는 올드 넙치를 구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너무나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결국 선한 영향력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를 생각해보면, 제일 와닿았던 것은, 꾸준히 노력할 것 입니다. 잠시 기분에 따라 선택을 하기 보다는, 매일 정해진 시간을 규칙적으로 훈련하듯이 살아갈 때, 자유를 향해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열정은 일정한 규칙 속에 있다? 랄까요. 일상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소중한 무엇으로 채워가는게 필요할 것입니다.

 

 젊고 열정적이던 시절에,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세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이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사람들을 실망시킬 때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좌절할 수는 없습니다. 끝까지 더 노력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누가 뭐래도 혼자서라도 계속 노력하는 파닥파닥이 용기를 불어넣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인생은 죽을지도 모르는 것인데, 시도라도 해볼테야. 꿈을 향해 시도라도 해볼테야. 그 소박한 결실이 무엇보다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요. 저 드넓고 자유로운 바다를 향해서 한 번이라도 더 파닥거리는 인생이기를 소망합니다. / 2016. 05. 0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