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울프 크릭 (Wolf Creek, 2005) 리뷰

시북(허지수) 2016. 5. 4. 14:39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아서 사람구경 하기가 참 쉬운 편입니다. 어딜 가나 사람, 사람...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사람 구경하기 힘든 곳이 있습니다. 광대한 땅을 자랑하는 호주 입니다. 호주의 공포 영화, 평론가 분들의 7점대 평점. 호기심을 자극해서, 한 번 시청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꽤나 섬뜩하기도 한데, 스릴러가 취향이라면, 재밌게 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조금 안타깝고, 무섭고 그랬습니다 :)

 

 스토리라인을 살펴볼까요. 호주의 멋진 자연 경관, 예컨대 울프 크릭 같은 곳을 감상하기 위해서 자동차 하나만을 믿고 여행을 떠나는 멋지고 경쾌한 청춘들. 그러나 하필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낯선 이의 도움을 받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호주의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이, 전반부의 숨은 즐거움이 되겠네요. 후반부는 이와는 반대로 공포 영화의 전개로 쭉 흘러가니까요. 이제 포스터와 함께 본편을 생각해 봅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영화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가장 큰 요인은 호주의 풍경입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홀로 던져져 있다는 느낌을 매우 강하게 주기 때문입니다. 마치 "여기서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서 알 수 없다." 라고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일반적 공포 영화들이 밀폐된 장소에서 꼼짝도 못하고 당하고 마는데, 이 영화는 그와는 반대의 노선입니다. 드넓게 펼쳐진 곳이 있지만, 정작 도망칠 곳은 없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의 주연이기도 한, 살인마는 굉장히 연기를 잘하는데, 잔혹한 행위를 웃으면서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입니다. 전반부만 해도, 함께 웃음을 나누는 어느 시골의 화목한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후반부에 이르면 살아돌아갈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요소가 독특합니다. 해외 리뷰어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이 없는 곳에 홀로 던져져 있으면 무서울 지도 몰라. 입니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이 작품은 실화 바탕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가 크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요. 약 100분 중에서도 천천히 도입부로 들어가고 있으며, 호주의 자연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또한, 등장인물도 몇 되지 않는 소박한 전개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후반부의 최종 이야기들은 실종된 사람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자막이 나오니까, 괜히 실망감을 안겨주는 건지도 모릅니다.

 

 국내의 경우는, 보신 분들이 별로 많지 않고, 사람마다 평가가 엇갈리는 대목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이 작품을 흥미롭게 본 것 같으니, 이 점을 참고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킬링 타임이라기 보다는, 마음 한 구석의 씁쓸한 뒷맛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겠습니다. (이게 뭐야!!! 하하.)

 

 이 영화를 어떻게 소화화든 간에, 한 가지는 마음에 남겠지요. 가장 무서운 것은 폭력이고, 또 한 사람의 괴물로 파멸에 이를 수 있음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나쁜 길을 버젓이 걷는 미치광이들이 있다는 것이 우리를 불쾌하게 하고, 그래서 이 영화가 뒷맛이 나쁘게 남는 것 같습니다. 살인마! 그는 실력이 있고, 뛰어난 사람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한 자들을 비웃고, 우습게 안다는 그 행위 자체에 대해서 매우 강한 거부감이 남았습니다. 아휴.

 

 그렇다면, 어쩌면 "거부감, 거리감"에 대한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겠는데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에 대해서 경계선을 잘 긋고 살아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타인은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에 대한 지나친 믿음 때문에, 속아넘어가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저는 몇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지만, 힘든 고생을 타인 때문에 하게 되었지요. 그러므로, 경계선을 잘 그어야 합니다. NO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때때로 우리를 심각한 위협에서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돈거래 같은 것, 타인과도 가까운 사람과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스릴러 영화 테이큰이 떠오르네요. 이렇게 마무리 하겠습니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 준비를 잘 하고 다니자! 작은 행동 하나, 작은 배려, 작은 센스, 이런 것들이 삶을 더 만끽하게 해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2016,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