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화 아폴로 13 (Apollo 13, 1995) 리뷰

시북(허지수) 2016. 6. 14. 04:08

 

 언젠가 책에서 아폴로 13호에 관련한 내용을 읽은 바 있습니다. 그것은 아폴로 13호 처럼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되면, 우리의 선택지가 매우 단순해지기 때문에 목표가 선명하고 또렷해 진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아, 하버드 경영대학원 하워드 교수의 코멘트 였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를 통해서 아폴로 13 의 이야기를 가슴에 꼭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90년대 SF 수작으로 불릴만 한 좋은 작품입니다. IMDB 7점대 중후반! 아마존을 살펴봐도 여러 해외 유저들이 좋아하는 작품이지요. 무엇인가 특별함을 담고 있기에 그러합니다. 문제, 실패, 흔들림 앞에 서 있을 때, 저는 아폴로 13 을 권해보고 싶습니다. "선명해지기" 이 말이 주는 느낌이 좋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표현을 쓰자면, 아픈 기억과도 대면할 줄 아는 것. 이것은 용기이기 때문입니다.

 

 스토리는 1969년 아폴로 11호가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하고, 1년 뒤인 1970년의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제 아폴로 13호가 달을 향해서 멋지게 발사되는데, 아래 영화 포스터 그대로 비상상황이 발생하고 맙니다. "본부, 문제가 발생했다!" 우주에 떠 있는 세 사람의 비행사는, 나사 휴스턴 관제소와 계속해서 교신을 이어나가면서 어떻게든 지구로 귀환하고자 방법을 찾아나서는 그 간절함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처음에 우주비행사들이 버리게 되는 것은, 꿈이자, 플랜A 입니다. 달에 발을 딛고 걸어보며, 달에 다녀온 흔적을 남기겠다는 역사적인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지금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목숨이다 보니까,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 이제는 제 1의 목표가 되었지요. 따지고 보면, 우리가 혼란스러운 것은, 제 1의 목표를 잘 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내가 선택하는 길이 맞는 것일까, 의심하고, 회의할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 아폴로 13 영화는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요. 적어도 확실한 것 하나는 얻어갈 것입니다. 무턱대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계속해서 답을 구해나가야 한다는 것. 그 열심과 노력 속에 답이 있다는 것 말이에요.

 

 영화는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 순간부터, 끊임없이 답을 추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연료가 부족하게 되자, 어떻게 에너지를 아껴서 지구로 귀환할 것인가를 계산하고 교신합니다. 이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문제가 되자, 이번에는 필터 교체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곧바로 실천에 옮깁니다.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열심히 그 순간을 충실하게 해나갑니다. 이 진지함이야말로, 이 영화가 주는 질문 같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습니까?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습니까?" 우리의 그 특별한 인생 말이에요.

 

 이 세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실로 수십, 수백명의 핵심 인력들이 잠까지 줄여가며 함께 답을 구해나가는데요. 누구 하나 "포기"를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설령 희망을 잃고, 좌절감이 몰려올 때라도, 서로를 격려하면서 한 단계씩 밟아 나가자고 따뜻하게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한 단계씩!" 이 단어 말입니다. 영화는 이 시퀀스 (=가령, 학습에서 학생의 성숙 정도나 내용의 난이도에 따라 단원이 나아가는 차례) 를 주목하게끔 만듭니다. 최종 목표까지 천 단계의 과정이 있다면, 겨우 8단계 왔는데 여기서 좌절한다면 말이 되느냐고 우리를 호통치고 있습니다. 참 멋지지 않습니까! 이 현실감이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영화에서는 도중에 주인공 짐의 멋진 연설이 TV중계로 나옵니다. 과거 비행사로 경험을 쌓으며 동해 인근을 항해하던 순간의 일인데, 우연히 바다에 비친 빛 (해조류) 이 있어서 비행에서 살아남은 적이 있었다고 고백하는데요. 그러고보면, 삶이라는 게 꼭 그렇습니다. 우리가 미래를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일을 만날지 누구도 확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매 순간 순간을 의미 있게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순간들을 무엇으로 채워나갈지는 우리 손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좌절하지 않기"를 채워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늦은 밤 기회가 되는대로 글을 쓰며,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과거에 대한 추억보정 보다는, 오늘 할 일을 얼마만큼 했느냐를 질문으로 삼습니다. 평범한 날 속에서도, 한 걸음씩 결실을 남기는 것이 지금의 꿈이자 희망이 되었습니다.

 

 성공하는 실패. 정말로 독특한 개념이겠지만, 이 점을 아폴로 13 영화는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잘 체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꿈에 대해서 시도하고, 목표에 대해서 시도하고,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겸허히 받아들이고, 거기서 또 새로운 길을 발견해 나가고 말이에요. 그럴 때,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요, 어려움을 겪고서도, 무사히 다시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가요! 이 영화에는 그런 힘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 봤습니다. 플랜A 가 실패해도 괜찮아요.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경험 앞에서 열심을 다해봅시다. 운명처럼 플랜B 가 나타날 지도 모르니까 말이에요. 셰익스피어가 단역배우였음에도, 훗날 세계가 아는 작가가 된 것처럼 말이에요. 산다는 것은 그렇게 신비로운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해나가는 것, 이렇게 일상이라는 것이 참 소중한 것이 아닐까요. 생활의 작은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간다면, 훨씬 삶이란 버틸만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주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지만, 사실은 열심을 내어 한 가지에 집중하기가 얼마나 멋진 것인지 잘 알려주는 작품이었네요. 우리가 꿈꾸는 일들도 그렇게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헬렌 켈러의 격언처럼 행복의 문이 닫힐지라도, 또 다른 쪽의 문은 활짝 열려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 다른 쪽의 문을 향해서 용기 있게 걸어가 보는 것도 참 좋은 일이 아닐까 싶네요. / 2016. 06. 1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