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 2013) 리뷰

시북(허지수) 2016. 6. 24. 23:31

 

 41살. 중년.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조금은 다를 것 같습니다. 예컨대 아직 20대라면, 40대의 삶을 상상하기란 제법 멀게 느껴질 수 있겠지요. 또한, 중장년층인 50대, 60대라면, 41살이면 아직 젊지! 좋을 때지! 라고 회상할지도 모르겠네요. 제 경우 41살과 어느덧 제법 근접해 있기 때문에, 비포 미드나잇을 적절히 공감도 해가면서 보기에 좋았습니다. 그래요. 41살, 사랑하기에는 여전히 좋은 나이! 비포 미드나잇, 이번에는 그리스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 주인공 제시와 셀린느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갈등을 겪고, 그럼에도 사랑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리스에 대한 풍경도 좋지만, 역시 사람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식탁에 둘러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컷, 모처럼(!) 여유롭게 함께 걸어다니며 이 순간을 즐겨나가는 컷, 끝으로 호텔에서 서로의 삶이 그들 나름대로는 얼마나 힘들었는지에 대해서 토로하는 컷까지. 현실적인 영화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들이 동화처럼 계속해서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간다면 좋지 않을까 라고 응원하게 되기도 합니다. 한국말로도 있잖아요. 싸우면서 정든다! 하하.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한 리뷰어는 이번 작품을 두고서, "애정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이고 신랄하다" 라고 평했습니다. 신랄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매우 매섭고 날카롭다는 뜻. 셀린느가 쌍둥이 딸아이를 낳고, 키워가는 과정에서 몇 번이나 어떻게 할 줄 몰라서 눈물을 흘렸다는 대목에서, 엄마 된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육아의 막연함과 두려움. 그래서 남자들은 아내에게 잘해야 합니다. 멀티태스킹으로 일과 육아까지 해내는 이 시대의 워킹맘들은 정말이지 슈퍼우먼이 아닐까요? 셀린느도 그런 우리 시대의 열심히 살아가는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제시 역시 좋은 아빠이긴 했지만, 미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이혼을 경험했기 때문에, 아들 바보이기도 하네요.

 

 사랑이라는 것이 꼭 동화 속 처럼 아름답게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닐테지요. 트러블이 있기 마련이고, 저마다 사연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극중의 셀린느의 경우라면, 사랑하는 사람인 제시가 자신에게 더 집중하기를 원했고, 계속 유럽에 남아주기를 바랍니다. 반면, 제시는 시카고로 보내야만 하는 아들이 자꾸 걱정됩니다. 그래서 셀린느에게 미국 시카고로 같이 가기를 제안했다가, 된통 야단 맞고 맙니다. "제시! 자기만 이성적이고 옳아?"

 

 두 사람의 다툼은 치열하게 이뤄집니다. 왜 그렇게 매사 여성이 감성적으로 되느냐고 제시는 끝까지 따지고 들다가, 본전도 못 건지고, 이내 쓰러지고 마네요. 하하. 결국 혼자 그리스의 바람을 느끼고 있는 셀린느에게 다가가서 편지를 읽어줍니다. 80살의 그대의 모습도 여전히 사랑스러울테니까, 계속해서 사랑하겠노라고 말이지요. 싫다, 싫다 하더라도 이런 달달한 사랑 고백의 편지야 말로, 소중한 인연의 끈을 이어주는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서민 교수님의 경우도, 부인이 아주 예쁘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왜 못 생긴 서민 교수님과 사느냐! 하면, 결국 편지의 힘이라는 겁니다. 글의 힘이 참 대단하네요. 제시가 예쁜 셀린느를 계속해서 만난 것도 글빨이 확실히 있는 게 분명합니다. 저도 글실력을 계속 연마해야... (농담입니다.)

 

 인상적인 대목 - 영화 초반부의 그리스 만찬 식탁 씬에서도, 한 할아버지가 인생에 대해서 흥미로운 결론을 내리는 대목 기억합니다. "인생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삶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하지." 노인의 깊은 혜안같이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주어진 인생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귀중한 일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이 노인은 20대 젊은 커플을 부러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작가들을 초청해서, 상상력 가득한 세계와 이야기 나누는 것에서 행복을 찾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화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노인에게는 애인보다는, 오히려 오래도록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벗이 더 소중하다고 말이에요. 뭐, 나이 들면서 서로 친구 같은 부부, 닮아가는 부부가 되는 것도 좋은 모습이라 하겠지요.

 

 영화는 제시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화제를 맞이합니다. "나를 50년 넘게 더 사랑해 줄 수 있을까? 우리가 서로 그만큼의 세월동안 더 견뎌낼 수 있을까?" 라고 말이지요. 어쩌면, 젊은 날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그 매력이 사라졌을 수도 있겠지요. 더 이상 심쿵하거나, 가슴이 두근두근 하지 않을테지요. 그럼에도 오래도록 서로를 참아주고, 실수도 덮어주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어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면, 그런 관계가 있기에, 내 편이 되어준다는 것이, 애정의 깊은 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이 멋진 감상평을 소개하면서 마치면 딱 좋을 것 같네요. "또 사랑하는 사람과 그만 싸워버렸다. 그래도 내가 먼저 화해해야지. 그럼에도 여전히 인생은 소중하고 아름다우니까." 30대, 40대 여러분 화이팅! / 2016. 06. 2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