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캡틴 필립스 (Captain Phillips, 2013) 리뷰

시북(허지수) 2016. 6. 23. 03:19

 

 평점이 전반적으로 준수해서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해외 리뷰어의 목소리를 빌리자면, 압도적인 리얼리티가 있다는 것입니다. 실은 예전에도 이 영화를 한 번 극장에서 보려고 했지만,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서 아쉽게 되었는데, 다행히 케이블TV로 시청할 수 있었네요. 뜻밖의 말일 수도 있지만, 영화를 감상한 후에, 대한민국 같이 좋은 나라에 태어난 것에 재차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별명이 (지금과는 사뭇 다른) 허수아비, 말라깽이 였던데요. 만약 불운하게도 소말리아 같은 나라에 태어났더라면, 생존을 위해 해적질을 고민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캡틴 필립스의 스토리라인은 간단합니다. 소말리아 인근 해상, 해적 출몰 지역에서 거대한 화물선이 해적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의외로 해적선은 실제로 보니 무척이나 작았지만, 총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위협이 되는 것이지요. 이 해적들은 이런 식으로 거대한 배를 납치해서, 많게는 수백만 달러씩 돈을 뜯어낸다고 합니다. 과연 훌륭하고 모범적인 필립스 선장님은 이 어려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결국 필립스 선장님은 화물선을 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소말리아 해적들과 같은 구명선에 타게 되었습니다. 발군의 리더십으로 배를 보호하였고, 승무원들을 아끼려는 마음, 그리고 해적을 대비해 강하게 마음먹어야 한다고 초반부터 기세 좋게 발언하는 카리스마도 일품이었습니다. 필립스 선장이 무척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발을 다친 소말리아 해적을 걱정해 주기도 하며, 소독약을 발라줄 생각까지 하니까요. 이 때부터는 약간의 혼란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관객은 도대체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한단 말인가요. 선악의 경계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 아닙니다. 저마다의 삶의 이유,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사실 해적질은 정말 나쁜 행위입니다. 미국 같은 나라법 대로 라면, 징역을 30년도 더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 소말리아에서 해적질 말고 다른 먹고 살 대안을 마련해줘봐! 그들에게는 대안이 없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심지어 해적질 하는데도, 너도 나도 참여 하고 싶어 합니다. 한 건 크게 해서, 먹고 살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는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하여간 일자리 부족! 이게 문제입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노인빈곤율이 치명적으로 높다는 말에, 한 어르신은 이렇게 걱정했습니다. 먹고 사는 게 해결 안 되면, 정부의 도움으로도 안 되면, 결국 범죄자 될 수도 있는데 그게 사실은 큰일 아닌가! 그렇습니다. 한 사회가 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범죄율 상승과도 인과관계가 있는게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소말리아의 어느 불쌍한 청소년이 무기를 들고 해적질을 가담한다는 게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한편 영화 속 미국은 말 그대로 장난 아닙니다. 정확히는 한 사람의 미국인 선장을 구하기 위해서, 크게 보자면 자국의 깃발이 걸린 화물선을 구출하기 위해서, 거대한 함정이 몇 척이나 동원됩니다. 헬기도 몇 대가 떠다니며, 무인으로 정찰을 띄우며, 특수 정예 저격팀이 출동합니다. 사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능숙하게 일이 처리됩니다. 흔히 말하는 "국방비 천조국의 위엄" 같은 포스가 느껴집니다.

 

 나라가 힘이 없으면 고통은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소말리아 처럼 나라가 내전 때문에 비정부 상황처럼 되어버리고, 힘있는 보스가 막무가내로 지배하는 상황에 빠져버리면, 정작 중요한 어장을 다른 나라들이 간섭하고, 물고기를 쓸어가 버리게 되는 겁니다. 이로써 배를 타고 어부가 되고 싶었던 꿈은 사라지고, 직업 선택에서 선택지가 해적이 될 수 밖에 없어지는 겁니다. 그렇게 해적질에 서로 손을 드는 비극이 현실이라는 것이 더욱 무섭습니다.

 

 영화는 소말리아 해적의 완패, 미국의 승리로 막을 내리지만, 그 와중에 필립스 선장이 마지막에 흐느끼는 대목을 조용히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무사히 살아남았음에 대한 희열이었을지, 피를 보았음에 대한 슬픔이었을지요... 왜 꼭 그렇게 소말리아 10대 청소년까지 사살되어야만 했던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아니었을까요. 세계화는 이루어졌고, 배는 다시 또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인근을 지나가야 할테지요. 참고자료를 살펴보니 2012년 이후에는, 국제적 대응으로 해적질이 감소하였다지만, 소말리아 같은 빈곤국은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테지요. 먹고 사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결론부인데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역시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은 환경에 의해서 악에 전염되어 가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말리아의 리더 무세는, 처음부터 해적질 전문가가 아니었을 테니까 말이지요.

 

 서론에서 언급했듯 나라가 안정되어서, 자국의 국민이 제대로 보호받는 나라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메리칸드림 대신에, 신자유주의로 경쟁이라는 개념이 들어와 있어서, 하나의 일자리에 50명씩 몰린다고 합니다. 좋은 시절이 지나갔다고 합니다. 이 대사는 우리나라 공무원시험을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영화 캡틴 필립스 초반에 나왔던 대목입니다. 먹고 살기 참 힘든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의학은 발달해서 우리는 100살까지도 살아야 합니다. 여러 번 직업을 옮겨야 할지도 모릅니다. 결론은 힘내야 할 것 같습니다. 힘들어도 범죄는 쳐다보지도 맙시다. 계속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하고, 또 시도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 2016. 06. 2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