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기타

세바시 5회 - 이념적 소비, 내 지갑을 지키는 지혜 에듀머니 제윤경 이사

시북(허지수) 2016. 7. 5. 02:11

 

 세바시 2011년도 강의의 내용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15분의 이야기들, 그 매력 속으로 빠져봅니다.

 ※ 5회 원본 강의 주소를 함께 첨부합니다. 아래 본문은 제 느낀 바대로 편집 및 요약되어 있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23DHllpg_90

 

 2006년부터 직장인들에게 화두가 되었던 주제가 뭐였는지 아십니까? 재테크? 펀드? 2006년에는 부동산, 2007년에는 펀드, 그 이후에는 가계부채, 즉 일관된 주제는 돈이었습니다. 돈 걱정은 다들 많이 하실겁니다. 가계부채가 1000조를 넘어설 것이다 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1000조 라는 돈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년동안 뼈빠지게 버는 돈의 총량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현재 저축률 꼴찌 국가에 등극했습니다.

 

 또 하나 재밌는 게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신용카드를 제일 많이 쓰는 나라는? 이전까지는 미국이 1등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신용카드 대국도 역시 우리나라 입니다. 2위로 내려앉은(!) 미국을 가볍게 제치고,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결제비율이 50%가 넘어갑니다. 미국은 30% 수준밖에 안 됩니다.

 

 이제 우리는 하나씩, 하나씩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지요. 대형마트에 가서, 카트에 한꺼번에 물건을 담은 다음에, 플라스틱 카드 한 장으로 결제를 하는 셈이지요. 게다가 요즘은 친절하게 대형마트에서 할인도 많이 해줍니다. 10원 경쟁, 통큰 시리즈, 각종 경쟁으로 마트는 고객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소비자들도 이 때 치킨을 싸게 먹을 기회다 싶어서 줄을 서가면서 구입에 동참하고 있고요.

 

 바로 오늘 그 할인에 대하여, 할인을 하면 왠지 사야할 거 같은 강박증이 괜찮은 건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박을 예를 들어볼까요. 한 통의 수박은 만원이고, 반통의 수박은 짜증나게도 7천원 입니다. 어떤 수박을 고를까요. 자, 여기 진짜 문제점도 있습니다. 우리는 수박을 사러 지금 마트에 간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마트에 와서 수박을 보니까, 수박에 대한 욕구가 생긴 것입니다.

 

 사실은 상당수의 분들이 이 때 만원짜리 수박을 선택하게 됩니다. 원래는 7천원만 소비하는게 결과적으로는 더 적죠, 먹을 만큼만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일단 한 통 만원짜리 수박을 머릿 속에서 반으로 딱 쪼개버립니다. 쪼개고 나서 가격도 쪼개봅니다. 암산으로 반통은 5천원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짜증나게도 옆에 반통은 7천원 하고 있어요. 그래서 나는 싸게 사는 똑똑한 소비자라고 여기며, 만원짜리 수박을 집어드는 겁니다. 마음으로 합리화도 어서 해버립니다. 일단 사놓고 천천히 맛있게 먹지 뭐! 할인할 때, 꽤 싸게 득템 했네!

 

 여기서 중요하게 따져볼 것은 손해보는 감정입니다. 100만원의 이익이 있고요. 100만원의 손해가 있습니다. 100이라는 숫자는 같습니다. 그렇다면, 100만원의 이익을 보는 기쁨과, 100만원의 손해를 보는 고통의 크기가 같을까요?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이 크기가 같다 라고 가정했습니다. 사람을 합리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었죠.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는 손해를 보는 느낌이 더 크다는 겁니다. 우리가 느낌으로도 알 수 있는 별 거 아닌 이야기 입니다. 그럼에도 이 원리를 실험을 통해서 입증을 했고, 실험을 했던 심리학자는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합니다. 왜 노벨경제학상까지 타게 되었냐?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경제학에서는 인정하지 않았던 거였고요, 최종적 결론은 뭐냐하면 사람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사람은 비합리적인 존재다, 이런 결론을 이 실험을 통해서 입증해 보인 것입니다. 이 심리학자는 행동경제학이라는 것을 만드는데요.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사람은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피하는 과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이제는 소비자들이 손실을 피하도록, 즉 손실회피 미끼전략을 내세웁니다. 이렇게 마케팅 계획을 세웠고, 소비자들은 이 마케팅에 굉장히 나약합니다. 그래서 대형마트를 우리가 좋아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최저가 광고 들어보셨죠? 손실을 안 보는 저가 제품이 많아도 참 많으니까요.

 

 물론 일부 의식 있는 사람들은 대형마트가 너무 하지 않느냐, 동네슈퍼들이 다 죽지 않느냐 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철물점도 죽고, 옷가게도 죽고, 지역의 작은 경제들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피자, 치킨 집까지 문닫게 하는것이냐 라고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자 대형마트에서 반격에 나섰지요. 소비도 이념적으로 하십니까? 소비까지 남을 배려하면서 혹은 거창한 생각을 하면서까지 해야하느냐? 라는 거지요. 더 나아가서는 이런 의문도 듭니다. 그동안 동네 치킨집 너무 비쌌던 거 아닌가? 피자가격이 너무 바가지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렇게 대형마트가 싸고 맛있게 파는데요?

 

 심정적으로는 재래시장을 이용하고, 동네상권을 이용하는게 맞지만, 사실은 나도 급한데, 나도 가계부채에 시달리고, 한 달 월급 받아봐야, 신용카드 결제 대금 빠져나가고 나면 남는 것도 없는데, 그래서 실리적 소비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 질 수도 있습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이념이고 뭐고 필요없어! 내가 소비를 효용가치 있게, 일단 저렴하게 누리는게 중요한거 아닌가! 라며, 줄을 서고, 치킨을 사고, 피자를 구매했습니다. 심지어 아침부터 나와서 치킨을 싸게 반값에 사간다고 좋아했었습니다. 나중에는 치킨이 떨어졌다고 하니, 아뿔싸 괴로워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살펴볼 점! 이 분들이 과연 치킨이 간절히 먹고 싶어서 마트 줄을 섰던 걸까요? 피자가 간절히 먹고 싶어서 줄을 섰던 걸까요?

 

 이유는 하나죠, 싸다는 이유 때문에 줄을 섰던 겁니다. 아, 여기에는 보관 및 배달비용과 쓰레기처리 비용은 소비자의 몫이 되는거구요. 그리고 신경학자들이 이런 실험을 했습니다. 사람의 뇌에 스캔을 떠서,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활성화 되는 부분이 어디인가를 관찰한 거죠. 놀~랍게도 우리의 뇌는 할인제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가 되는 것입니다. 매우 재밌게 표현하자면, 그 저자는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의 측좌핵은 할인제품에 직면하면 아마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환하게 켜질 것이다!

 

 결국은 싸게 사는 것, 할인 제품을 통해서 구입하는 것이 실리적 소비인 것 같지만, 아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이제는 제값주고 사자. 너무 싼 제품을 선호하지 말자. 그리고 불편하게 사자. 사실 우리는 수없이 광고, 미디어를 통해서, 기업들의 마케팅 장치들에 의해서, 굉장히 많은 충동구매 욕구를 자극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진짜 원해서 구입하지 않습니다. 필요해서 구입하지도 않습니다. 저걸 구입하면 어쩐지 좋을 것 같아서... 라는 감정으로 구입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매했지만, 우리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말로 우리가 만족스러운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첫째, 할인제품을 좋아해서는 안 됩니다. 할인제품보다는 제값주는 것을 좋아해야 합니다. 최근에 물가 많이 올랐죠. 파가 한 단에 4천원씩 하지요. 한 주부는 비싼 파가 너무 아깝다보니까, 결국 파뿌리까지 다 먹었다고 합니다. (웃음) 그러니 냉장고가 굉장히 헐렁해 집니다. 헐렁해진 냉장고는 스트레스를 오히려 주지 않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선택의 패러독스라는 게 있는데요. 가령 냉장고에 음식이 너무 많이 들어있다고 가정해봐요. 선택을 해야 하는데, 선택 대안이 너무 많습니다. 너무 많으면 오히려 사람은 선택을 못한다고 합니다. 특히나 요즘 같이 1+1 제품을 냉장고에 채워놓고, 기획행사라서 사서 냉장고에 채워넣고, 이렇게 해놓고 보니, 냉장고가 꽉 차게 되었고, 드디어 유통기한 지나는 물품들까지 눈에 띄죠. 냉장고는 정리해야겠고, 너무 많은 것이 들어있고, 오히려 이게 스트레스 일 수 있습니다. 꽉찬 냉장고에 먹을 것도 없다며 외식하러 나가죠 (웃음)

 

 우리가 잘못된 소비, 함정에 빠져 버려서, 왜곡된 소비를 하는 사이, 가계부채가 늘고, 저축률이 너무나 부끄럽게도 세계 꼴찌를 달리고 있음에도, 이쯤에서 절약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구질구질하게 반응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정작 돈을 충동적으로 많이 쓰는 것이 우리를 더 불편하게 한다는 것, 삶을 압박감에 노출시켜 구질구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소비를 잘하려면 불편하게 사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구요?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필요한가?

우리가족이 정말 먹고 싶어서 수박을 사는건가? 우리가족이 어느 정도로 수박을 좋아하던가? 어느 정도 양이면 우리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가를 숙고하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을 충분히 하는 소비자가 될 때, 우리 소비생활의 만족도도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셨으면 좋겠고요, 남을 배려하는 소비가 다 나에게로 결국 돌아온다 라는 것. 비밀이 있습니다. 저가상품은 저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답니다. 이점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2016년 7월 5일자 오늘의 영감 - 너무 유익하고 즐거웠던 강연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젊은 날 심리학 관련 책들을 종종 읽은 덕분에 이해도 쏙쏙 되어서 기뻤습니다. 가령 카트 크기에도 비밀이 있는데, 카트를 일단 끌고 다니게 되면, 사람은 거기에 맞춰서 담아야 된다는 마음이 든다고 하죠. 큰 카트를 집어들면, 조금 사지 못하는 경향이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등에서 구매를 할 때, 즉시 구매 보다는, 하루나 이틀, 나아가 일주일 정도 보류한 후에 결정하면, 만족도가 훨씬 높다고 합니다. 없어도 될 것을 안 사게 되니까 말이에요.

 

 저는 또한 편의점 점장 경험이 있기 때문에, 1+1, 2+1 행사제품의 비밀을 압니다. 실제로는 원가도 그만큼 저렴하게 들어오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일종의 유인제품이지요. 가끔은 재고처리를 위해서 기획행사가 이뤄지기도 하고요. 기업 입장에서는 골칫덩어리 재고였지만, 이달의 특판행사로 바뀌게 되는 것이 제일 이상하고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재고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신제품이 또 들어오게 되고, 그런 순환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값주고 사자, 그래서 만족하자! 생각해 본 후, 내가 원하는 제품을 사자! 라는 핵심을 콕 찌르는 강의라서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제 저축도 생각하면서, 돈을 걱정꺼리 라기 보다는, 돈에 대하여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도구로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