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2011년도 강의의 내용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15분의 이야기들, 그 매력 속으로 빠져봅니다.
※ 8회는 유튜브에 없어서, CBS가입 후 시청가능. 아래 본문은 제 느낀 바대로 편집 및 요약되어 있습니다.
▶ www.cbs.co.kr/tv/pgm/cbs15min/
우리는 모두 열정적이다, 단 회사 밖에서! 단 학교 밖에서! 열정적으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을 말하자면, 저는 꿈을 실현하라, 열정적으로 살아라 라는 말을 들을 때, 나는 그렇게 열정이 있는 것 같지 않은데, 내 꿈은 뭐지 하고 당황하게 되고, 스스로에게 회의적이게 될 때가 되게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열정이란 어디서 나오는가, 창의성이란 어디서 나오는가에 대하여, 크게 통찰을 얻은 대목이 있어서 이 점을 여러분들과 공유를 하고자 합니다. 15년 전, 스승의 날을 맞이해서 고등학교 선생님을 찾아뵈러 간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선을 긋고 있었어요.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지, 교우관계를 파악했던 겁니다. 가령 철수와 영희가 서로 선이 닿아 있다면, 아, 이건 의심이 좀 가는 사이죠 (웃음)
그 때 선생님은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선이 닿아 있는 아이들이라면 내가 걱정하지 않는단다. 내가 챙겨야 될 아이들은 광수나 인혁이 처럼 선이 없는 친구들이야." 즉, 반에서 아이들이 이 친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 때는 어린 시절이었지만 굉장히 놀랐었어요. 결국 소통이라는 것은 연결이 되어야 시작되는 것입니다. 연결된다는 것은 의지하고, 꿈을 키우고, 서로 성장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저는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어떻게 무슨 말로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거에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굉장히 당황스러워 했지요. 그러다가 발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사람이 눈에 띄는거에요. 이 사람은 놀랍게도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주었고, 이를 계기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시작되어, 파티에 적응해 밤늦게까지도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되었던 겁니다.
물론, 그 사람은 많은 사람들을 연결 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이었으므로, 저를 기억하지 못할수도 있겠죠. 그러나 저는 확실히 그 사람을 기억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렇게 그 사람은 그 모임의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즉, 연결을 만든다는 것은, 가치를 만드는 것이며, 가치의 중심에 서게 되는거구나를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트위터를 비롯한 SNS의 성장과 함께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 전성시대가 되었지요. 이 모든 서비스들의 특징은 연결에 있습니다. 보다 쉽게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사람과 쉽게 연결하게 해준다는 거에요. 따라서 그냥 연결된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연결은 굉장히 많은 가치를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되는겁니다.
회사를 가면 저는 죄책감을 느끼는 공간이었어요. 뭐, 하나 실수를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를 했고요. 개인의 삶이 아무래도 회사보다는 우선순위에서 밀리죠. 예컨대 약속이 있어 일찍 퇴근하려고 한다면, 지금 어디가요? 라고 반문이 들어오지요. 원하는 일보다는 아무래도 누가 시켜서 하는 일들을 하게 되고요. 같은 사람들만 만나게 되면서 점점 더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 결과로 무기력해지고, 의욕이 없어지고, 스스로 뭔가 나서서 하기 보다는,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주말을 기다리게 되는 모습이 자꾸 연출이 되는거죠.
마찬가지로 회사도 불편하지요. 직원들이 내적인 동기를 가지고, 열심히 일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어떤 수단을 쓰고 해도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거에요. 또한 아무리 쉬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하더라도 경쟁사 때문에, 회사는 늘 위기에 처해 있지요. 회사 다니시는 분들 중에 아, 우리 회사 참 여유 있어 라는 분들은 없을꺼에요. 게다가 산업화 시대를 이미 지나왔으므로, 고객의 필요(니드)는 다양해졌고, 고객 맞춤을 위한 서비스제공은 예전보다 더 힘들어지는거에요. 결국 회사가 꺼내든 카드가 있죠. 이제는 모르겠다, 같이 고민해보자. 이것이 창의경영, 창조경영의 출발이 됩니다.
전 세계가 창의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CQ라는 단어도 등장했습니다. 창의력지수를 측정하고요, 창의성을 키울려고 하고, 창의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하는거죠. 그래서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연결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기들끼리 신나서 활동할 수 있는 회사의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끼리 적극적으로 만나고, 연결되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를 널리 퍼뜨리자는 TED(테드)라는 것을 같이 공유하게 되었고요. 즉, 좋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우리들이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계속해서 퍼뜨려나가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벤트에 불과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계속 진행하다보니, 우리끼리 무엇인가 재밌는 것을 해보자는 형태로 점점 더 진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삼성이라는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무엇인가를 잘 안 했거든요. 다른 회사도 다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플래시몹(*많은 사람이 한데 모여 특별히 정해진 행동을 함)이라는 것을 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그래서 일하는 공간이 아니라 뭔가 재밌는 일이 숨어 있을 것 같은 공간으로 바꿔나가려고 했습니다. 이벤트를 계속 했고, 만남을 계속 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 500명이 넘는 사람이 토요일 오후에 모여 자신들의 꿈을 종이비행기에 접어서 날리기도 했습니다.
연사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는 형태에서 벗어나서, 자신이 곧 연사가 되는 이벤트도 엽니다. 그 이야기를 서로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에 보태기도 하는 등의 이벤트를 열었지요. 회사의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하다보니 알 수 있었지요. 연결이라는 것,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연결을 계속 해나갈수록, 조직이 바뀌는 것이고, 내적동기가 올라가는 것입니다. 정말 신나서 뭔가 재밌는 일을 해보는 그런 환경으로 바뀌어가는거죠.
커넥티드, 연결, 이런 상황을 만났을 때, 우리는 이렇게 됩니다. 성장하고, 고무되고, 이끌림을 받고, 그리고 뭔가 확장되는 느낌이 들지요. 정말 재밌는 것은 이런 감정을 가질 때, 우리는 가슴이 뛰게 되는 겁니다. 내가 이런 상황을 맞게 되면, 심장이 두근두근 거립니다. 연결의 문화가 이루어졌을 때,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오~ 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던질 수 있게 되는거죠.
저도 답을 찾았지요. 창의성이라는 것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능력인가? 내 안의 재능인가? 열정인가? 그래서 내 안의 무엇인가를 키워야 창의적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창의성이라는 것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여러분과 제 사이, 영어로 비트윈 어스 에 있는 것입니다. 창의성 뿐만이 아니에요. 열정, 아이디어, 사랑, 이런 것들도 다 여러분과 제 사이에 있는 것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열정을 가져라, 창의성을 가져라 라고 했을 때 계속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았던 건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내가 혼자 스스로 노력한다고 해도 이룰 수 없던 것이지요. 여러분과 제가 대화하는 과정에서, 또는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통찰이라고 봅니다. 어떤 능력에 대해서 자꾸 개인의 문제로만 치환해 버리면, 우리는 자꾸 도태되는 느낌을 받게 될테니까요. 저 사람은 정말 잘하는데, 나는 그러면 뭐지, 라는 그 허무하고 외로운 느낌 속에서는 답이 없었던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드립니다. 1600년대 유럽에 커피가 들어오면서 문화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물이 깨끗하지 않았기에 술을 마시는 문화였습니다. 정신줄 놓게 되지요. 그런데 커피를 마시니까, 정신이 맑아지면서, 거리로 사람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것이 영국혁명을 낳고, 프랑스혁명을 낳고, 미국독립혁명을 낳았습니다. 모두 커피숍에서 만나 이야기 나누었던겁니다. 이렇게 새로운 문화가 들어서면서, 혁명이 시작되었지요.
요즘 우리나라 커피홀릭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것이 혁명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고,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에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우리의 가슴 뛰는 삶을 위해서요. 먼저 다가가고, 사람을 인사시켜 주시고, 그 사람을 마지막에 배웅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십시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가치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며, 더욱 더 사람들과 가까이 되고, 가슴 뛰는 삶을 사실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7월 8일자 오늘의 영감 - 사람 사이의 연결이 있다는 것을 믿고, 저의 블로그 비법을 알려드립니다. 방문자 겨우 3백만 블로그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는 비법 말입니다. 장사하는 사람이 육수 공개하는 것과 같은 건데... 써놓아도 좋겠다 싶습니다. 오늘은 그런 날이니까요.
축구선수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바셋님이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제 글을 늘 보면서, 격려해주셔서, 300명 넘게 축구선수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 많은 사람이 오고 갔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영화로 분야를 넓혔습니다. 지인 J양이, 좋은 영화 리스트를 고맙게도 종종 건네주었고, 빠짐없이 보려고 노력하다보니, 영화로도 많은 사람이 오고 갔습니다. 지금까지 200편 썼네요. 바셋님, J양, 사람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리가 없습니다.
국사 강의를 글로 옮기는 작업은 KBS TV 다큐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잘 정리된 강의노트를 인터넷에 올려서 판다고 합니다. 도쿄대생의 합격노트, 이런식으로요. 일본은 필기문화가 잘 발달된 나라이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나도 좋은 강의를 필기로 남겨서 인터넷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최태성이라는 정말 멋진 선생님을 만났고, (최선생님의 책을 통해)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좋아한다는 점에 공통된 연결점이 있음에 놀라기도 했고, 그렇게 몇 년간 좋은 국사 강의를 글로 남겨서, 또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습니다.
생각해보니 참 황당합니다. 취미였던 게임블로그로 시작해서, 정작 게임이야기는 10%~20%가 될까 말까 하니.... 게임보다 더 의미 있고, 재밌는 일을 발견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세바시 강의는 이제 올해면 700회가 다가오고 있는데, 그 긴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 이렇게 남겨놓으면, 확실히 기억하게 되고, 여러가지 분야의 글쓸 때 마다, 도움 받을 대목이 많습니다. 가령 어제의 영감, 가난할지언정 남을 도우면서 사는 것이, 사실은 존경받을 만한 삶이라는 대목은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오래도록 깊이 생각하기에 너무 좋았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돈이나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연결된다는 것이 참으로 좋은 일이고, 의미 있는 일이구나, 또 이를 통해서 멋진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구나를 저는 삶으로 배워왔기에, 이 블로그는 그 근거가 되어주기 때문에, 무척 공감되는 내용이었습니다. 발칙한 예술가들이라는 책에 의하면, 창의적인 명작을 남긴 빈센트 반 고흐도, 미술상이었던 남동생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싼 물감을 마음껏 쓸 수 있었다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연결은 그토록 중요한 것입니다.
이 글에서 조금이나마 영감을 찾을 수 있기를, 무엇인가를 시도해 볼 수 있기를, 꾸준히 멀리까지 노력해본다면,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만나게 됨을 믿어보기를 바라봅니다. 오늘도 멋진 이야기를 꿈결처럼 담아 놓을 수 있어서 기쁜 밤입니다. /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