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Kingsman: The Secret Service,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6. 7. 8. 05:45

 

 누적 관객수 6백만명을 동원했던, 유명한 영화 킹스맨에 대해서 리뷰를 남겨볼까 합니다. 작년에 극장에서 이미 재밌게 봤지만, 여차저차 다시 한 번 느리게 시청하면서 역시 참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구나 싶었습니다. 명대사 두 개는 미리 써놓고 시작하고 싶습니다. 첫째,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둘째, 과거의 자신에 비해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때, 그 삶이 고귀한 것이다. 남과 비교해서 잘난 것은 절대로 고귀한 것이 아니다. 헤밍웨이의 말이라고 합니다. 킹스맨은 다음 세대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대를 이어간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세대는 금기의 벽을 허물 것입니다. 귀족들이 독점하던 킹스맨 에이전트 대신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그 방식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옳음을 매우 적극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서민적인 흙수저에서 누구보다 훌륭한 킹스맨이 키워졌다는 것입니다. 주역인 에그시의 이야기로 이제 들어가겠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에그시는 억울할 법합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불량적인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겨우 살아가고 있습니다. 체조에서 우수한 재능이 있었다는 것, 높은 IQ를 자랑했다는 것도 다 과거의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설적인 베테랑 요원 해리 하트를 만났음에도, 변명부터 늘어놓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고 말입니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조금 심한 말을 해야겠습니다. 강하게 킹스맨을 키워야 하니까요.

 

 "재능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별로 시도해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에그시는 삶을 아직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서, 불평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자꾸만 그만두려고만 하고, 도망쳐서야 불행한 현실이 바뀌지 않습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끝까지 참아낼 줄 아는 강인한 마음, 조금 더 노력하는 태도가 힘이 있는 것입니다.

 

 이제 에그시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모집한다는 도전에, 잃을 것이 더 이상 없다며 적극적으로 도전하게 됩니다. 이 때, 남들과 다른 이른바 불량배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물이 가득 차오르자 문을 부수거나, 유리창을 부수려고 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더욱 나아가, 에그시는 의리도 정말 대단한데요. 낙하산 시험에서는 아군을 돕느라고, 목숨을 잃을 뻔한 정말 위험한 상황도 맞이했습니다.

 

 이러한 의리 덕분에, 그 어렵다는 기차 시험에서는 손쉽게 통과하기도 하지요. 절대로 킹스맨의 비밀은 내가 불 수 없다는 정신. 반항아적인 기질이 있지만, 참 착해보인다랄까... 순수하다랄까... 선한 사람의 위악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위악과 위선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종종 언급하곤 합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은 종종 위악이라는 외피를 덮어씁니다. 강해보이려고 하는 거지요. 그렇게 싸움의 능력을 얻게 됩니다. 반대로 강자는 종종 위선이라는 비겁함을 덮어씁니다. 자신이 좋은 일을 하는 것으로 가장한 채, 뒤로는 계략을 꾸미며, 사람들을 이용하는데 앞장서는 것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책 표현을 가져온다면, 그러므로, 시위 현장은 소란스럽고, 떠들썩 하며, 욕 먹기도 쉽겠지요. 하지만 법정은 정숙 합니다. 욕을 했다간 모독했다며 퇴장 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악당 발렌타인은 정숙한 것을 좋아합니다. 조용하게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합니다. 한마디로 가장 영악한 위선자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약자, 이를테면 예쁜 스웨덴 공주님은 떠들다가 잡혀가 버립니다.

 

 이 점, 오늘날의 현실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권력에 비판적인 소리를 하면, 기사가 제대로 나가지 않는다거나, 스캔들 기사로 덮여버린다거나, 권력은 그렇게 소리없이 인간을 조종하는데 능숙하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영화에서는 발렌타인이 휴대폰으로 인간의 신경을 자극한다고 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장악된 언론을 통해서, 진짜 중요한 진실을 제대로 못 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차라리 에그시가 보여주는 정직함, 위악이 시원스럽고 좋다는 것입니다.

 

 JB라는 강아지를 참 아껴서 최후의 테스트 때, 총을 못 쏘는 따뜻한 마음씨의 에그시. 이 에그시를 해리가 참 아끼는 모습도 보기에 훈훈했습니다. 좋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딱 이런게 아닐까 싶어요. 해리가 이른바 빚진 인생을 살고 있는데, 그 빚을 에그시의 성장을 통해서 갚아나가려고 했겠지요. 그랬던 베테랑 정예요원 해리도 끝내 강렬한 미국교회씬에서 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은 무척이나 슬프고 충격적이었네요.

 

 교회 이야기에는 할 말이 좀 있습니다. 교회가 물론, 동성애나, 이혼에 반대한다는 것은 요즘에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본디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는, 혹은 내야만 하는 곳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하여 폭력을 휘두른다거나, 죽음을 마땅히 받아야 할 대상으로 자극한다면, 그런 차별은 너무하지 않나 라는 생각입니다. 미국이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회는 이웃 사랑이라는 할 수 있는 좋은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불만이 폭발해서 타인 욕하기 바쁜 교회가 있다면, 참 불행한 일입니다. 저는 인생은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짧노라고 늘 배워왔습니다.

 

 킹스맨들은 함께 힘을 합쳐서 발렌타인을 무사히 막아내면서 막을 내립니다. 마지막씬에서는 서비스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의 제자 에그시 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은 행동을 보면, 많은 것을 추측할 수 있는 것이 인간 행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인간은 사용하는 도구에 의해서 생각이 흘러가는 경향도 있습니다. 김정운 박사님 책에 의하면, 칼로 써는 행위를 자주 하는 서구사회가 좀 더 공격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작은 행위는 참 소중합니다. 한 의사선생님의 표현을 잊지 못합니다.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정기적인 시간에 일어나 깨끗하고 단정하게 세면하고, 자신을 가질 것. 그런 힘찬 모습이, 우리를 힘든 순간 견디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20번째 리뷰 이제 마칩니다. 결국 글쓰기에는 다른 답이 없었습니다. 일단 앉아서 무엇이라도 쓰는 것이 정답이었습니다. 해외 리뷰어에 의하면, 해리 역을 맡은, 배우 콜린 퍼스는 이 영화를 위해서 하루 3시간의 훈련을 반년 동안 계속 노력했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매일 노력해 나가는 모습은 실로 훌륭한 결실을 준다는 것, 간단하지만 제일 중요한 사실임을 배웁니다. 노력할 수 있는 일을 훈련하듯 열심히 살아가기, 참 멋진 일입니다. / 2016. 07. 08.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