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변호인 (The Attorney, 2013) 리뷰

시북(허지수) 2016. 7. 16. 04:28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80년대 군부가 권력을 잡고 있을 때, 일어난 살벌했던 비극 중에 하나를 살펴보게 됩니다. 영화는 서두에 허구임을 밝히고 있지만, 그 앞 문구가 우리를 아찔하게 해줍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 어쩌면 우리가 잘 아는 그 사람이 변호인이겠지요. 가방 끈 짧고, 그런데 사법고시를 통과했고, 판사를 하다가 부산에 내려와 변호사를 개업한 사람은, 그래요... 그 사람 노무현 입니다.

 

 저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오래 전 시절, 야학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노사모라는 단체가 매우 초창기 였는데, 한 선생님께서 정치인 노무현을 지지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대통령이 된 사회가 된다면, 조금은 더 민주적인 사회가 되어서, 좀 더 세상살이가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고 했습니다. 어떤 정치인 이었길래 팬이 있단 말인가, 저는 매우 궁금해했고, 그 후 노무현을 알아가고, 이참에 보수신문을 끊고, 제 삶의 정치지향도 중도성향으로 많이 옮겨오게 되었습니다. 이 단어를 그토록 좋아했습니다. 바보 노무현.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그런 노무현의 젊은 시절을 영화로 만든 변호인을,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움에 눈물도 나고, 배우 송강호의 열연에도 감사하게 됩니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변은 돈을 마음 껏 벌어서, 요트를 즐기며 이런게 사는 재미라고 농을 치면 장면, 그런 소소한 장면들이 참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 그도 단지 우리와 같은 소시민이었지, 저마다 즐거움을 찾아서 살아가는 것을 바랐을 뿐이지 라는 게 좋습니다. 이제 우리 곁을 떠난 노무현을 신격화 하거나, 거침없이 치켜세우거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에도 신자유주의의 광풍은 여전했고,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기 힘들었습니다. 세상은 하루 아침에 변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다만 정치인 노무현을 존경하고, 참 사랑했습니다.

 

 어쩌면 영화에도 이와 똑같은 대사가 나옵니다. 데모를 몇 번 한다고 세상이 변하겠니?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니? 말랑말랑하니? 전혀 아니잖아! 그런데, 영화는 맨 나중에 가서야 87년 사태를 보여줍니다. 턱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도 안 되는 - 박종철 군 (고문) 사망사건에서, 가장 앞서서 추모시위하던 송 변호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말이 유창합니다. 추모 같이 조용한 집회를 하는데도, 군사정권 자기네들이 두려워서 최루탄이나 던지고 있으니, 얼마나 나라꼴이 한심한가를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마침내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냈습니다. 앞서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좋은 영화로 만나니 참 감동적입니다.

 

 송 변호사가 멋진 것은, 국밥 집 아주머님을 찾아가서 꼭 안아주고, 그 이후로 발로 계속 찾아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같이 나오는 사무장이 돼지국밥이 이제 좀 너무한다며, 편식하지 말자고 너스레를 떨어도, 송변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성급하기도 성급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성격들이 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고 눈부셨다고 생각합니다.

 

 악랄한 국보법 조작 사건 앞에서도, 송변은 혼자 플레이를 열심히 해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동료들과 적당히 타협하는 것을 끝까지 거부하는 정신이 굉장합니다. 고문을 당했다는 시설도 택시를 타고 달려가서, 그 실상을 몸으로 체험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되짚어보고 나니, 그는 항상 말보다는 행동이 더 빠른 사람입니다. 발이 성실한, 멋진 사람입니다.

 

 기억을 꺼내봅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 라는 말을 기억합니다. 역사에 무임승차 하지 말자는 말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내가 들어야 할 촛불은 무엇이며, 내가 기억하고 소중히 해야할 참여는 무엇인지도 생각합니다. 늘 투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선이 없더라도, 최악 대신, 차악이라도 뽑는 것이 선거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놈이 그놈이니 그냥 포기하자 라는 말이 정말 싫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인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장면은, 그가 포기하지 말자 라고 써놓았던 책들을 다시 헌책방에서 사들이는 모습입니다. 인간의 선택이 참 단순한 것에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는대로, 꿈꾼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습니다. 포기하지 말자라는 정신은 정치가 처칠이 그렇게나 강조하던 원칙이기도 합니다. 어떤 부당한 현실 앞에서도 포기를 모르는 정신, 그는 젊었을 때도 그랬고, 나이듦을 경험하면서도 더 멋있어져 갔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일테지요. 살다보면 뜻하는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지금까지의 노력들을 냅다 던지고 싶을 때가 충분히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는데, 성실하게 해왔는데도, 결과가 따라오지 못할 때는 얼마나 서운하고 실망스러울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꿈을 쫓는 우리네 이야기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완전히 잘못된 것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바로잡아 나가는 모습이 중요합니다. 사회도 그렇고, 개인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망설이고, 두려움에 떨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고 해나가자고 격려하면, 의외의 아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엔딩처럼 송변이 앞장서자 백명에 달하는 부산지역 변호사들이 용기 있게 함께 하던 모습을 우리가 알 수 있듯 말입니다. 그러므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일시적으로 가릴 수는 있어도, 결코 영원히 가릴 수 없습니다. 진실은 저절로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싸워왔던 사람들에 의해서 밝혀진다는 생각을 끝으로 해봅니다.

 

 지금의 세기는 87년 체제, 이후 약 30년이 지나온 세대 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대한민국,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전해줘야 하겠지요. 현실은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만... 세상을 바꿔나갈 젊은이들이 여전히 있음을 믿습니다. 그들의 꿈을 나는 응원하겠습니다. 그 꿈에 동참하겠습니다.

 

 저는 상상합니다. 을이라고 차별받지 않는 나라, 돈 보다는 사람이 먼저된 나라, 문화 격차가 없어서 가난한 사람도 다양한 문화를 누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누구 하나의 각성이 아닌, 모두의 힘으로 더 자랑스러운 국가로 도약해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영화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국의 시민의식, 민주주의 정신을 우리가 이제 가지고 있기를 바랍니다. 정치에 대하여 의식을 가지고 투표할 줄 아는 그 모습이, 실은 참 아름다움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장문의 리뷰, 이만 마칩니다. / 2016. 07. 16. 리뷰어 시북.